▲WHO 세계보건의 날

올해 항생제 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정적인 계기는 WHO가 설립 기념을 위해 제정한 세계보건의 날 올해 주제로 "항생제 내성과의 전쟁"으로 정한 것이었다. WHO Margaret Chan 사무총장은 세계보건의 날 성명서에서 국제적 차원에서 항생제 내성 현황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han 사무총장은 1940년대 항생제의 등장이 의학계 전반에 미쳤던 것만큼 급증하는 항생제 내성이 주는 충격도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생제 이후의 시대에 접어든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습들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감염들이 완치되지 않고, 암치료 등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나 수술, 장기이식 등에 큰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원들은 원내감염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내성이 늦든 빠르든 찾아오게 된다는 것, 그리고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Chan 사무총장은 이런 내성이 임상적인 대책, 정책의 실패 등으로 인해 더 빠르게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이 중 강조가 되는 것은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이다. Chan 사무총장은 의사, 약사들의 과도한 처방, 환자들의 임의적 복용중단, 일반의약품 사용으로의 억제 실패 등을 문제로 꼽았다. 또 동물, 식품에서의 과도한 항생제 사용 역시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문제로 꼽고 있는 부분으로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 ▲처방된 용량의 약물을 거르지 않고 복용하기 ▲항생제를 아끼거나 남긴 항상재 복용하지 말기 ▲다른 이에게 처방된 항생제 복용하지 말기 등을 대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동물에 사용되는 항생제 내성에 대해서도 인간에게 사용되는 항생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내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Chan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내성이 발생한 약물의 자리를 메워줄 신약이 현재 없다는 점이 이런 상황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 역시 항생제의 등장과 함께 떠올랐다가 지금은 황무지처럼 됐다"며 국제적인 경각심을 호소했다.


▲항생제 내성, 보건계의 지각변동 가져온다

Chan 사무총장이 말한 문제는 이번 세계보건의 날에 갑자기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Chan 사무총장이 말하는 항생제 이후의 시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페니실린 개발 이전의 시대"라며 꾸준히 경고해왔다.

WHO 성명서를 통해 항생제 내성이 세계 보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과 그 전조들을 요약, 강조하고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 환자의 예후와 사망 위험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내성은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한 질환의 장기화로 다른 균주에 대한 내성 발현에도 잠재적으로 영향을 준다. WHO는 이미 실질적으로 많은 감염성 질환들에 대한 관리체계가 무너졌다고 말하고 있다.

WHO는 항생제 내성은 단순히 질환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 전체, 삶의 질에 치명적인 충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건강관련 UN밀레니엄개발계획 2015년 목표들이 상당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언급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는 보건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병원, 환자 가족들의 비용 문제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1차 치료제에 대한 내성은 더 비싼 약물에 대한 장기적인 투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전에 대한 장애가 아니라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감염 예방을 위한 새로운 항생제가 없다면 장기이식, 암화학치료, 주요 수술들이 힘든 상황이 눈앞에 와있다. 또 최근 항레트로바이러스 제제에 대한 내성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HIV 치료에 대한 장애물로도 떠오르고 있다.

시겔라균의 경우 출혈성 설사의 주요 원인으로 저소득국가 중심으로 많은 수의 환자가 있지만 WHO가 권고하고 있는 약물은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하나 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내성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소아, 영아를 위한 새로운 항생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임질도 마찬가지여서 "마지막 치료제"로 구분되고 있는 경구용 세팔로스포린 제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 인도에서 발생해 우리나라에까지 여파를 미친 그람음성간균에서 발생한 베타-락타마아제 NDM-1도 등장 이후 꾸준히 위협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항생제 내성 주요 사항

WHO에서는 항생제 내성에 관련된 주요 사항들을 통해 세계 보건계에 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성 원인균에 감염된 환자들은 기존 치료 방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게되고 이는 유병 기간의 연장과 사망 위험도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매년 다제내성 결핵이 44만 건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고, 이 중 15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퀴놀론, 설파도신-파이리메타민 등 초기 항말라리아제에 대한 내성이 지금은 대부분 말라리아 유병국가에 만연해 있다.
△병원획득 감염에서는 MRSA와 함께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enterococci) 등 내성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은 내성의 발현을 부추기고 이를 퍼져가게 한다. 또한 내성균이 지속되는 것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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