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약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라"

기존 약들의 새로운 능력을 찾아내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 늘어나면서 어떤 약이 어떤 적응증으로 연구가 진행되는지도 새로운 관심거리다.

올 상반기 식약청이 허가한 임상승인 현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연구자 임상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이 드는 임상도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보툴리눔 톡신 → 만성 외음부동통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대목동병원은 만성 외음부동통 여성환자를 대상으로 메디톡신의 임상효과를 진행중이다. 만성 외음부동통은 주로 음부에 작열감이 나타나는 증상인데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진통제나 스테로이드제는 효과가 없고 소량의 항우울제가 반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 측은 이번 임상이 긍적적으로 나올 경우 또 하나의 오프라벨 처방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딜라트렌 → 간경변

한양대구리병원은 대표적인 베타차단제 딜라트렌을 간경변환자에 투여하고 있다. 강압제가 간경변 환자에 투여되는 임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딜라트렌은 β-아드레날린수용체 길항제인 프로프란놀롤 제제와 비교 평가를 통해 간경변 환자의 문맥압 감소에 대한 효과를 검증한다.

메탈라제→ 망막 하 출혈

뇌졸중 등으로 쓰러진 긴급한 환자에 주로 쓰이는 혈전용해제인 메탈라제는 망막 하 출혈에서의 효능평가가 진행중이다. 누네안과병원이 주도하고 있다. 또 신경병증성 통증약인 리리카캡슐은 간경변 환자의 근육경련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을지 보라매병원에서 임상이 진행중이다.

자이데나 → 심부전

서울대병원은 토종 발기부전약 자이데나를 심부전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임상이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새로운 적응증 추가도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심바스타틴 → 항암 효과

이와 함께 국민 고지혈증약인 심바스타틴이 항암효과가 있을지 검증하는 탐구적인 임상도 진행중이다. 스타틴의 항암효과는 이전부터 나왔지만 실제 검증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심바스타틴을 라스(RAS) 돌연변이가 동반된 전이성 대장암환자에 이리노테칸, 세툭시맙과 함께 투여하고 있으며, 국립암센터는 폐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리노테칸과 시스플라틴에 심바스타틴을 투여해 보는 2상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새로운 항암효과 찾는 칵테일 요법도 활발

이밖에도 항암 전문의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연구가 더 있다. 기존 항암제를 서로 섞어 새로운 효과를 찾는 칵테일 요법이 그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TS-1과 옥살리플라틴에 대한 2상 임상을 진행중이다.

또 한국유방암학회는 전이성 유방암환자를 대상으로 도세탁셀과 옥살리플라틴을 투여하는 복합 항암요법을 검증하고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천의대중앙길병원은 도세탁셀·옥살리플라틴·카페시타빈을 3제요법으로 위암에 도전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리노테칸과 카페시타빈 병합요법을 통해 최적의 효과를 얻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모두 표준화학요법 항암제의 새로운 조합을 찾아내는 임상이다.

글리벡은 GIST 환자에게 수술전 투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자 임상이 진행 중이다. 글리벡은 이미 GIST 환자의 수술 후 치료효과에 대해 입증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는 그보다 앞서 투여하는 예방 임상이다.

그밖에 고려대안산병원은 제픽스 내성이 발생한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세비보·헵세라 병합요법과 제픽스·헵세라 병합요법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한 1년 연구가 진행중이다. 현재 헵세라가 처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연구결과에 따라 세비보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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