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눈높이는 이제 병원에서 단순히 치료를 받는 것 외에 마음까지 치유받고 싶어하는 수준이 되었다. 따라서 다른 병원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세심한 병원, 그리고 즐겁게 오갈 수 있는 병원, 병원같지 않은 병원, 병원을 넘는 차원의 병원까지 폭넓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곧 병원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환자의 감성까지 생각하기 위한 병원의 다양한 이벤트 사례에 대해 짚어본다.


약 복용까지 세심한 맞춤간호

환자들을 위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기 위한 '일대일 맞춤간호'가 다른 병원과 비교되는 차별화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부천성모병원 권영미 CS팀장에 따르면, 우선 '경구약 미복용 제로화'를 실천했다. 정확한 투약을 위해 환자 이름과 팔찌를 확인하고, 환자의 경구약을 담당간호사가 직접 개봉해 복용 여부를 확인하게 한 것이다. 부재중인 환자라면 침상에 부재중 투약카드를 올려놓았다. 부재중 투약카드를 환자가 가지고 오면 환자 확인후 눈 앞에서 다시 경구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또한 '입원 예약 환자의 맞춤서비스'를 통해 퇴원환자의 바로 옆 환자까지 신경썼다. 그동안은 퇴원 확인후 침상 정리를 해왔지만, 침상정리를 한후 옆의 보호자나 간병인이 침대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 다시 침대 시트를 바꿔 정리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이를 착안해 맞춤간호 실천지침을 정했다. 당일 퇴원환자의 퇴원을 확인한 후 침대와 옷장, 식탁 등을 청소하고 침상정리를 마친 다음, '000님을 위한 예약침상입니다'라는 입원환자 예약안내 표식을 놓아두었다. 이후 옆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였다.

이같은 활동은 UCC페스티발을 통해 고객만족 활동을 축제로 승화했다. 전 부서 대상으로 필수로 참여하게 하고, 부서별 특색에 맞게 제작한 다음 맞춤간호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자리잡게 한 것이다.

즐거운 병원에서 즐거운 아이디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즐거운'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서는 '즐겁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별관 엘리베이터의 이용객 급증과 직원 엘리베이터 사용으로 침대 환자 이송이 30분정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 정연이 CS팀장은 직원들의 계단 이용을 부탁하는 동시에 본관, 암센터 대비 별관 계단의 활성화 아이디어를 구했다. 이때 스톡홀름 지하철의 예를 들었다. 거의 계단보다는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했지만, 고심 끝에 외면받던 계단을 센서와 음향장치로 피아노 소리가 나는 계단으로 바꾼 후 명소가 된 계단 과 찬밥이 된 에스컬레이터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이벤트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가치와 철학이 중요하다. 정 팀장은 "제도나 시스템은 쉽게 바꿀 수 있지만 문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며 "좋다는 이벤트를 무작정 적용하는 것은 뿌리없는 나무에 잎새만 주렁주렁 매달린 꼴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구성원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테마여행 기획, 신규직원 입사 1년 기념 돌잔치 등 조직 분위기 향상시키기 위한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FUN CS' 활동의 일환으로는 접점직원 3291명을 대상으로 프리허그, 미스코리아 진선미 투표, 경품추첨, 봉숭아학당 꽁트 등의 즐거운 내부직원 이벤트 마련에 한창이다.

호텔에 온 것 같은 인테리어

병원이 아닌 마치 호텔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호스피탈-Hospital(Hotel+Hospital)'을 구축해 감성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차병원의 '차움'이나 자생한방병원의 '웰니스 센터' 등 병원이라는 속성은 유지하면서도 호텔의 럭셔리한 분위기 속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강남밝은세상안과은 최근 강남역 'S라인 빌딩'으로 유명한 GT타워에 초대형 검사센터를 확장 오픈하면서 호스피탈 개념을 도입했다. 카페에서 갓 뽑아낸 커피를 즐기고 갤러리에서 유명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전달하고자 했다. 병원 관계자는 "검사 시스템 또한 원스톱 개별 케어를 통해 상담부터 검사까지 모든 진행을 한 명의 담당 코디네이터가 일대일로 응대하도록 체계화했다"며 "모든 고객이 VIP처럼 호텔 급 이상의 편안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개원가에서 마련하기 어려운 'B&Viit(비앤빛) 갤러리'에서는 상설 전시와 기획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운영한다. '홈 커밍데이'의 일환으로는 수술 고객을 초청하는 영화 시사회와 갤러리 내 특별 전시회, 특별 공연 등의 이벤트를 개최해 기존 고객과의 유대관계에도 신경을 쓴다는 계획이다.

스포츠 즐기고 사회공헌활동도

보기만 해도 박진감넘치는 스포츠경기를 즐기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감동 이미지 실현에도 나서는 병원들이 있다.

바로병원은 '사랑의 홈런'은 올해 프로야구 시즌 동안 이호준 선수가 홈런 1개를 칠 때마다 인공관절 수술비 150만원을, 나머지를 바로병원이 지원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이호준 선수는 지난달 1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첫 홈런을 쳤고, 이어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두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첫 홈런의 수혜자는 올해 77세 독거노인 이선용씨로 3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지속적인 무릎 통증을 앓아왔지만, 어려운 환경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프로농구 시즌에도 이같은 감동 실천은 있었다. 박영순아이러브안과와 전자랜드 프로농구단은 지난 8일 2010~2011시즌 광고스폰서 계약을 맺고, 사회환원사업의 일환으로 1000만원 상당의 백내장 수술과 시력 교정 수술비 전액을 총 4명에게 후원했다. 유도훈 감독이 20승을 달성함에 따라 인천지역 복지단체와 협의해 평소 시력에 문제가 있으나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2명을 선정해 수술비 전액을 후원했다.

병원협회는 이같은 취지의 '병원 이벤트 활성화 전략 연수교육'을 마련하기도 했다. 조인컨설팅그룹 혁신아카데미 임미연 원장은 "감성의 시대엔 새로운 병원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 기업, 병원의 기업환경은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패러다임이 변화했고, 사람의 감성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곧 병원의 승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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