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비싼'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
접종, 치료 비용의 '10분의 1'도 안 돼…필수예접 폭 넓혀야


오래전부터 인류는 질병을 예방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일찍이 7세기에 인도 승려들은 뱀의 독성에 대한 면역을 갖기 위해 뱀독을 복용하였고, 18세기 중국 의서에는 두창(천연두)의 딱지 가루를 흡입하거나 피부병변 액을 코에 접종하여 두창을 예방하려 했다고 기록돼 있다.
 
두창에 대한 예방접종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14~15세기 경 중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중국과 터키를 거쳐 영국으로 건너가 소의 두창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접종하는 방식으로 체계화되어 1797년 제너에 의해 공식적으로 처음 예방접종이 시행된 것으로 기록돼있다.
 
이후 19세기 우리나라에서도 지석영선생에 의해 처음 종두법이 실시되었으며 20세기 이후부터 백신의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감염병의 역사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백신으로 인류 위협하던 두창 박멸
 
1921년에 결핵 예방백신인 BCG가, 1925년에는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신이 개발되고, 1949년에는 소아마비를 예방하는 폴리오 백신이 개발되었다. 1950대 들어와서는 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이 1980년대 초에는 B형간염 백신이 개발, 보급되면서 감염병 환자의 발생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수천에서 수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였던 디프테리아, 백일해, 폴리오, 홍역 등은 대규모 백신접종을 시작한 이후 현재 완전히 사라졌거나 한해 10명 안팎의 환자만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잘 통제되고 있다.
 
또 B형간염 만성 감염자도 전 인구의 7~8%에서 약 3% 이하로 감소하였듯 백신접종의 성과는 엄청나다. 특히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감염병이었던 두창을 예방접종을 통해 지구상에서 박멸한 일은 실로 현대의학의 기적이라 부를만한 사건이다.
 
의학 비약적 발전…감염병 예방폭 넓혀
 
의과학의 발전과 면역학, 분자생물학 등 백신관련 연구는 21세기에도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사용 백신의 효과는 증가시키면서 이상반응은 감소시킨 백신과 여러 병원체의 항원을 혼합하여 접종 횟수를 줄이는 혼합백신 등 새로운 백신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뇌수막염), 폐구균 폐렴, A형간염, 로타바이러스(장염), 인유두종바이러스(자궁경부암) 예방백신과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폴리오(DTaP-IPV), 성인용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혼합백신 등이 도입되어 사용 중이다. 과거보다 더 많은 감염병이 예방 가능해졌고 접종 횟수도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대부분의 신규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 항목에 포함되지 못한 선택접종이어서 모두 받기에는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선택접종에 포함되는 항목을 국가필수접종으로 전환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백신개발·접종 국가적 지원 필요
 
특히 최근 감염 증가세가 뚜렷한 뇌수막염, 폐구균, A형간염 예방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가장 시급하다. 예방접종의 비용편익은 해당 질병 감염 후 치료에 드는 비용에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또 하나 앞으로의 예방접종정책은 백신접종 횟수를 줄여가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혼합백신의 도입은 여러 번 접종받는 데 따른 아동, 보호자의 불편과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게 될 뿐 아니라, 공중보건학적으로도 향후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주요백신이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인류는 현재 감염병과 3차전(戰)을 앞두고 있다. 첫 번째는 감염병의 완승이었고 두 번째 전쟁에서는 백신의 보급으로 곳곳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양상이다.
 
감염병과 3차전 만반의 준비해야


다가올 미래의 감염병 발생과 유행은 종간(種間)의 벽을 넘어 더욱 변화무쌍해지고 글로벌해 질것이라 예측된다. 백신은 현재에도 그렇지만 다가올 질병에 맞서는 인류의 최첨단 무기임에 틀림없다. 백신접종에 드는 수고와 편익을 개인적 또는 정책적으로 계산해 볼 때 꼭 해야 하는 가정이 있다. 질병 치료와 감염 예방에 드는 노력과 어려움을 백신접종에 들어가는 수고와 반드시 저울질 해볼 것.
 
그 어떤 값비싼 치료보다 예방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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