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접종, 감염병 예방에 '큰 구멍'
영유아 때만 '반짝 관심' 추가 접종률 갈수록 낮아져

몇 해 전 정조임금의 일대기를 다룬 TV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실용과 개혁을 바탕으로 조선의 변화를 이끌었던 정조.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왕위에 올라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임금이었지만 자식을 질병으로부터 지켜내지는 못했다. 정조의 장자인 문효(文孝)세자는 왕세자에 책봉 된지 몇 년이 안 돼 안타깝게도 홍역으로 세상을 달리했다.
 
당시로서는 나라에서 가장 귀하게 보살핌을 받는 어린이도 감염병의 위험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던 모양이다. 만일 그 시절 백신이 개발되었다면, 그래서 정조의 뒤를 이어 문효세자가 왕으로 등극했다면 어쩌면 우리 역사가 많이 달라져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백신 현대의학의 큰 업적
 
'백신'의 개발은 현대의학이 이뤄낸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과거 왕세자도 안전하지 않았던 홍역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퇴치'를 선언(2006년)할 만큼 잘 관리되고 있고, 마마라고 불리던 두창(천연두)은 전 세계적으로 박멸이 되었고(1980년) 또 폴리오(소아마비)가 서태평양지역에서 퇴치(2000년) 된지도 이미 10년이 넘었다. 물론 이런 성과는 그동안 어린이 예방접종을 너나없이 잘 받은 때문이라 하겠다.
 
사실 홍역이나 수두 등 대부분의 감염병은 호흡기 바이러스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질병들처럼 고위험군을 잘 관리한다고 막을 수 있다거나, 개인이 각자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또 이 질환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서 주로 발생을 하는데 일단 발병하게 되면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도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예접 95% 이상 땐 감염병 퇴치가능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대 이후 다양한 예방 백신의 도입과 1980년대 정기예방접종의 시행으로 많은 감염병이 감소하였다. 이제는 가까운 병의원 어디에서도 예방접종이 가능하고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건소를 이용할 경우는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환경이라면 대부분의 감염병이 벌써 퇴치됐어야 할 텐데 아직까지 감염병이 근절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방접종 대상이 되는 2군감염병은 95%이상의 예방접종률만 유지하면 대부분 퇴치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매년 수만 명의 어린이가 여전히 감염병으로 고생하고 있다(2010년 2군감염병 3만 718명 발생).
 
이는 백신접종이 질병의 발병 이전 예방적인 조치로 실행됨에 따라 접종 대상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데 보호자의 관심은 아이가 자라면서 상대적으로 점차 줄어들고 예방접종률도 퇴치수준에 미치지 못한 때문이라 하겠다.
 
국내 4~12세 추가접종 40%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률 현황조사에 따르면 만 3세 미만에 받아야하는 기초 예방접종의 접종률은 80~90% 이상이지만, 만 4~12세 까지 받아야 하는 추가접종률은 40~50%선에 머물고 있다. 기본접종을 제때 했더라도 추가접종을 하지 않는다면 예방접종의 효과는 기대이하로 떨어진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출생 후 돌까지는 예방접종 수첩이 닳도록 꼼꼼히 살펴가며 열성이지만 자녀가 자라면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정작 추가 예방접종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예방접종을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체생활이 시작되는 4~6세 때는 감염병 유행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며, 또 최근 국가 간 교류와 외국여행이 빈번해짐에 따라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감염병 바이러스가 해외로부터 유입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아졌다. 어쩌면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꼼꼼한 예접관리 국민건강 첫 걸음
 
예방접종은 영유아 때 반짝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만 12세 까지 일정에 맞게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바이러스는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며 우리 면역력이 약해질 때를 노리고 있다.
 
또 예방접종은 본인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타인에게 감염병 전염의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점 잊어서는 안 되겠다.
 
우선 보호자는 자녀의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해보고 반쪽짜리 예방이 되지 않도록 빠트린 예방접종을 챙겨야겠다. 또 의료인도 병원에 내원하는 아동의 과거 예방접종 기록을 한 번 확인해보고 빠진 접종이 있다면 예방접종을 권고해야 할 것이다.
 

누락된 예방접종이 있다는 건 건강에 틈이 나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행히 표준접종 일정보다 늦었더라도 '따라잡기 예방접종'을 하면 최종 면역 형성에는 차이가 없다. 예방접종은 감염병 보다 훨씬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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