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차이를 이해한 치료전략 필요

도박중독도 지속적으로 환자수를 늘리며 중독질환의 중추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과 만나면서 불법적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현황이어서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 도박중독 환자는 6.1%로 미국, 영국, 호주가 1~2%의 중독률을 보이는 것과 비교했을 때 지극히 높은 수준이다. 도박중독치유센터 기술지원단을 맡고 있는 인제대학원대학교 보건학 박민수 교수는 "국내 합법적 도박 산업의 총 매출액은 연 19조 230억원. 불법 산업은 평균 3~4배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70조가 도박 산업에 투입되고 있다"며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도박사업 관리, 환자치료 체계...아직도 미비한 수준
- 인제대학원대학교 보건학 박민수 교수


도박중독이 다른 중독질환들보다 무서운 점은 가족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파탄이 나는 상황이 돼서야 중단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중독질환이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 교수는 "도박을 일부 합법적으로 풀어놓은 것은 음성화를 막기 위해서지만, 이는 합법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우선 정책적으로 사행성 산업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는 도박기회의 총량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전체 도박량을 조절하지만, 우리나라는 매출액을 관리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노출량이 관리가 되지 않아 도박중독 환자 증가를 억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교수는 최근 등장한 인터넷 도박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인터넷 도박이 시간, 공간, 비용의 제약이 없는만큼 불법성을 띄며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어 수많은 도박중독 환자들을 전국적으로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도박중독이 문제가 된지는 수년이 됐지만 아직도 치료 및 환자관리 상황은 미비하다. 외국의 경우 환자 스스로가 출입금지를 요청하거나 타의에 의해 출입금지를 당했을 때 의학적 판정에 의해 이를 해제하는 제도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무한 부분이다. 게다가 우선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장소가 사행산업 사업장 내부라는 점도 모순이다. 이런 측면에서 타국가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박 교수는 "자체 보고에서 70~80%의 환자들이 완치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활용 가능성은 아직 남겨두고 있다.

박 교수는 도박중독 치료의 중심을 지역사회에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치료의 목적이 일상으로의 회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의학적 개입은 급성에서의 조절과 지역사회관리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한하고, 상담을 포함한 인지행동 치료가 이뤄지는만큼 전담 치료사가 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지역사회기반 시설이 부족한 형편이다. 병원지원형 그룹홈(group home)은 서울시가 3개의 그룹홈을 확보하고 점차적으로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 지역자치단체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인지행동 치료사의 부족, 역할분담의 불명확 등도 이런 의료서비스 연계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박 교수는 "사회적인 인식이 도박이 오락이지 일확천금의 기회가 아니라는 방향으로 변해야 하고, 중독의 위험성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며 우선 과제를 제시했다.

한편 도박중독치유예방센터 기술지원단은 사업장에 경고문구를 설치하고, 초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가능 시설과 연계시켜주는 "Help Line" 등을 보편화하며, 근거기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의 경우 대부분의 센터들이 대학이 맡고있는 만큼 월 1회 포럼을 개최해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해외의 방법들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도박중독 치료를 말하다
- 강북삼성병원 신영철 교수

도박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사회·정책적 시스템의 부재도 문제지만 치료의 어려움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8일 개최한 3차 중독 연수교육에서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영국, 호주 등 근거에 입각한 치료지침을 반영한 국내 가이드라인이 있지만,국가 간 문화적 차이가 고려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가설문의 경우 거의 판별력이 없고, 인지치료의 경우 용어가 어려워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쾌락을 쫓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만큼 치료에 비중을 두는 환자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신 교수는 "알코올과 달리 도박은 물리적인 한계점이 없고 행위에 대한 보상기전이 빠르기 때문에 재발이 잦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가장 오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의 모든 행동들이 재발을 위한 신호라는 점을 고려해 장기적인 견지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환자 순응도를 유지하기 위해 약물처방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약물을 주기적으로 처방할 때 환자의 순응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도박중독 환자 치료를 위한 원칙으로 △의학적인 설명으로 도박중독이라는 질환을 인식시키기 △도박을 끊으라고 말하기 보다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하기 △도박이 기술이 아닌 단순한 확률론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기를 치료의 첫 단계로 꼽았다. 이와 함께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뇌의 반응을 설명해 도박중독이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신 교수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도박환자들이 급증하고 있고, 특히 여성 중독환자들이 남성화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성 도박중독 환자들은 남성 도박중독 환자들과 다르게 90% 정도가 정서장애로 알코올 중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에 인지행동치료의 효과가 낮게 나타나고 날트랙손 등 오피오이드 길항제도 잘 투여하지 않는다.

▲도박중독 치료 가이드라인
-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최삼욱 교수

신영철 교수는 대부분의 도박중독 치료 가이드라인이 서양 문화에 초점을 맞춰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지만,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된 상태에서 경험적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박중독은 선별 후 결과에 따라 치료의 단계를 결정하게 된다. 문제성 도박의 선별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선별도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D).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 자세한 평가를 위해 도박중독 치료전문가에게 의뢰한다.

국내에서 사용 중인 대부분의 선별검사 도구들은 외국에서 개발된 척도를 번역해 사용 중으로 내용 상의 타당도 제한점이 있다는 점을 지침서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이에 환자의 평가는 도박행동, 도박행동의 부정적 결과, 가족력, 신경심리적 기능, 가족 및 지지체꼐, 직업, 법적문제, 재정문제 등을 포함하고 심각성, 치료동기, 단계, 공존질환 등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도박중독은 흔히 기분장애, 불안장애, 집중력장애, 강박증, 충동조절 장애, 다른 중독성 질환과 동반되는 양상을 보인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은 South Oak Gambling Screen(K-SOGS), Massachusetts Gambling Screen(K-MAGS), National Opionition Research Center DSM-Ⅳ Screen for Gambling Problems(K-NODS), Canadian PRoblem Gambling Index(CPGI), GA20다.

흔히 말하는 문제성 도박은 수준 2~3에 해당되는 경우로 도박문제의 증상이 가볍고 지속성이 없는 위험성 도박과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영역에서 DSM-Ⅳ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병적 도박의 상태다.

DSM-Ⅳ에서는 병적 도박에 대한 성격으로 집착, 내성, 금단증상, 조절실패, 회피의 수단, 본전심리, 거짓말, 재정적 도움 필요,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 불법행위 등을 제시하고 이들 중 5개 이상이 지속, 반복될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도박중독의 치료원칙

온세병원 윤홍균 박사는 도박중독 치료의 일반적인 원직 10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환자의 생산적 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모든 환자들에 대한 맞춤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필요한 시기에 즉각적으로 시작한다 ▲사회, 직업, 법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 평가해야 한다 ▲환자의 연령, 성별, 문화적 상황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평가되고 수정돼야 한다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상담, 행동치료는 효과적인 치료에 필수적이다 ▲약물치료는 중요한 요소로 행동치료와 함께 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자발적인 치료만이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도박행동을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도박중독은 재발이 잦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임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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