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내 진단·치료해야 질환 완전히 이길 수 있어"




 "류마티스 질환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의 인내입니다. 대부분의 항류마티스 제제는 그 효과가 2~3개월 뒤에 나타나게 되는데 많은 환자들이 그 기간을 견뎌내지 못하고 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이죠. 그 후엔 민간요법을 쫓거나 닥터(혹은 병원) 쇼핑을 해요. 그러는 동안 질환이 더욱 악화돼 완전 관해의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관절 변형 혹은 전신 장기 손상으로 진행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수 없이 목격해 왔습니다."
 부산침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충원 교수는 류마티스 질환이 다른 질병에 비해 만성ㆍ난치성이기에 환자들의 끈기와 신념이 없으면 치료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더욱이 환자들 중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 많아 이들을 보살피지 않으면 가족들로부터 소외되고 사회적으로 도태될 수 있음을 염려했다.

적절히 치료하면 정상적인 삶 가능

Q: 류마티스 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A: 류마티스 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이다. 류마티스 질환이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전문의 부재와 부적절한 치료로 인한 결과이다.
 류마티스 질환은 1년 이내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완전 관해를 바라볼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류마티스 질환 치료를 꾸준히 하면 관해 유지는 할 수 있고 대부분 정상적으로 직장 및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아주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유할 수 있다.
 
Q: 임상현장에서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도는?
A: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도는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는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관절이 붓고 아프면 진통제 혹은 진통소염제, 뜸, 침 등으로 버티다 질환이 아주 심해지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질환 초기에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아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이는 류마티스 전문의들과 류마티스학회가 30년간 류마티스 질환에 대해 홍보하고 대국민 환자 교육을 해온 것에 따른 충정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본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의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희귀질환 분류 및 의료비 지원이 국민들의 인식 전환에 힘을 더 했다고 생각한다.
환자·가족·의사 한마음으로 치료 임해야
 
Q: 최근의 치료 트렌드와 향후 치료의 방향성을 예측해 본다면?
A: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모든 환자들 중 최대한 많은 사람이 완전 관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과거 류마티스 관절염이 불치의 병으로 간주되고 치료를 포기했던 것과는 아주 상반된 개념이다. 현재는 완전 관해율이 20%에 육박한다. 완전 관해가 되기 위해서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의사, 환자와 가족이 한 팀을 이루어 서로 잘 이해하고 협조가 돼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근간은 약물치료이다. 최소의 부작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항류마티스 약물을 어떻게 적절히 선택해 사용하는가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획기적인 변화의 분수령은 10년 전부터 생화학제제의 도입이라 할 수 있다. 굳이 예를 들자면 과거의 치료는 잡초를 없애기 위해 고엽제를 사용했다면 현재와 미래는 제초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향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는 유익한 면역 기능은 최대한 보호하고 유해한 면역 이상 기능을 바로 잡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미래는 다양한 생화학 제제들이 소개 될 것이고 이들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완전 관해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Q: 특히 애착이 가는 분야가 있다면?
A: 강직성 척추염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류마티스 질환 중에서 특히 조기진단이 어렵고 아직도 국민들의 인식과 홍보가 부족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질환은 허리 통증으로 시작되는데 허리통증은 너무 흔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이 질환은 특별한 유전자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가족력이 있거나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 받을 것을 권장한다.

조기진단 어려운 강직성 척추염 관심 많아
 
Q: 최근 연구 중인 분야는?
A: 대표적인 연구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서 생화학 제제 사용 후 골밀도 및 체질량 변화'다. 3년간 연구를 진행해 왔고 최근 연구 종결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후 골밀도의 호전과 체질량의 개선이 통계학적으로 현저하게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진행 중인 과제는 '동일 질환에서 치료 후 폐기능의 변화'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폐기능 감소가 확실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후 그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이수곤 교수와 만난 후 류마티스 전문의 되기로
 
Q: 류마티스 전문의의 길을 선택한 계기는?
A: 사실 조금은 단순하고 우발적으로 이 길을 선택한 면도 있다. 내과 수련 과정 당시에는 류마티스 질환자를 경험한 적도 없었고 더구나 이 질환은 정형외과에서 관리하는 일부 질환으로만 생각하는 정도였다.
내과 수련과정을 마친 후 우연한 기회에 연세대학교 이수곤 교수와 대면 후 인생관이 바뀌게 됐다.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가정과 사회뿐만 아니라 심지어 의사들로부터 도외시 되던 환자,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류마티스 환자들을 위해 정열적 연구와 치료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이 길을 선택했다.
 
Q: 환자 치료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A: 의사는 잘 치료한 천 명의 환자는 기억하지 못 해도 제대로 치료해 주지 못한 한 명은 평생 가슴에 묻고 산다. 전신경화증에 동반된 폐동맥 고혈압으로 사망한 젊은 여교수가 있었다. 당시 이 질환은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었고 치료약이 없었다. 그녀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치료 받기위해 내려왔다.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정부기관을 찾아 다녔고 마침 식약청의 도움으로 국내에 전혀 사용된 적이 없는 신약을 유럽 쉐링프라우 제약회사로부터 특별 공급받아 치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지만 희귀약물 구매에 너무나 안일하고 인색한 정부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또렷하다. 비행기를 타지 못해 외국에서 치료도 못 받는다고 하던 분이 이제는 하늘에서 수 많은 비행기를 내려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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