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대 조재원 교수

“외과의사라서 행복하다”
성균관의대 외과 조재원 교수(장기이식센터장)



외과의사 즉 ‘Sergeon’.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이름만으로도 멋진 직업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픔이 숨어 있다. 매번 바쁜 시간을 쪼개 써야 하고, 자신의 일상생활도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상대적 박탈감 또한 큰 악조건이다. 그래서 많은 의사가 선뜻 이 길을 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선택하지 않는 분야에서 독자적 성과를 내며 꿋꿋하게 환자들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성균관의대 외과 조재원 교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조 교수는 유방암을 전공하려다 우연한 기회에 혈관이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간이식수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간이식과 인연을 가지게 됐다.

그는 “내가 유학을 갈 당시는 우리나라가 간이식을 잘 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새로운 분야라 의욕이 생겼고, 개척할 분야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 미국으로 갔다”며 “지금은 내 선택에 만족하고, 유방암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외과의사로서의 만족감을 표시한다.

그는 간 이식 분야에서 명성이 높았던 존스홉킨스 의대와 버지니아 의대에서 간 이식을 배우고 삼성서울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몇 년 후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미국 유학 시절 그에게 간이식 수술을 알려주던 앤드루 클라인 박사가 그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배우러 오는 일이 생긴 것. ‘나중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사자성어 후생각고(後生角高)인 셈이다.

“유학 당시 나는 뇌사자 간이식의 개념을 배웠는데, 시간이 흘러 나를 가르쳤던 교수가 나에게 생체 간이식을 배우러 온 거죠. 내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뿌듯했죠”

“견뎌내는 것이 외과의사의 특징”
지금까지 수많은 간이식수술을 해 온 그지만 지난 1996년 센터의 첫 이식 수술은 잊지 못한다고 한다. 급성 간염을 앓는 여자 환자였는데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는 “밤 10시부터 수술을 시작했는데, 수술을 하는 나는 정작 담담했다. 그런데 밖에서 원장님 등 경영자들이 안절부절 못해 서성거리는 걸 봤는데 왠지 아직도 그 모습이 잊혀 지질 않는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는다.

간이식 수술의 달인으로까지 불리는 그도 ‘견뎌내는 것이 외과의사의 특징’이라고 할 정도로 이 분야는 험난한 듯 보였다. 응급수술이 많고, 멀쩡했던 환자가 갑자기 나빠지거나, 사망할 때도 빈번하다고 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환자가 수술 후 사망했을 때 그를 지켜보는 의사로서의 번민이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가족에게 늘 미안한 점 또한 외과의사로서 이겨내야 할 짐이라고 했다.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그는 젊은 의사들에게 외과의사를 선택하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외과의사로서 느끼는 자긍심도 크고 만족도 또한 크다. 모두 편한 길을 찾아가면 누가 외과의사를 하겠냐”며 “어린 시절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좋은 의사가 되려고 했던 꿈, 의과대학에 입학할 때 품었던 초기의 꿈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젊은 의사들에게 외과의사가 되기를 추천한다.

우리나라 생체 간이식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우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생체간이식에서 담도합병증 문제는 아직도 골치 아픈 문제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그는 “20~30% 정도 담도합병증이 생기는데, 합병증을 줄이려고 많은 수술 기법을 시도하지만 합병증은 여전하다”며 “협착 방지를 위해 담도에 피가 돌지 않는 시간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는데 결과는 더 기다려 봐야겠다” 고 설명한다. 약물이나 다른 연구도 필요하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뇌사자 간이식보다 생체간이식이 많다. 아직 장기기증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고, 뇌사자 인정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상적인 장기이식은 뇌사자 이식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유럽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고의 장기이식센터 만들 것
그는 현재 병원의 장기이식센터장을 맡고 있다. 센터는 간, 간세포 및 소장 이식팀을 비롯, 폐이식팀, 신장이식팀 등 5개 이식팀과 뇌사관리팀, 지원팀, 조직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96년 5월 16일 첫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래 만 14년만인 지난 해 4월 간이식 1000례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장기이식부분에서 메디컬코리아 대상을 받았다. 이 상을 3년 연속 수상할 정도로 센터는 최고의 의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센터의 수장으로 그가 꼽는 센터의 강점은 팀이 잘 짜여 있다는 것. 장기이식 수술의 특성상 의사, 간호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팀원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그는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2008년 8월부터 시행한 One-stop 진료도 그가 자랑하는 장기이식센터의 강점이다. 장기이식 전 진료, 상담, 장기 이식등록에서부터 장기이식 후 외래진료, 환자 교육 등 장기이식에 관련된 모든 진료가 한곳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우리 병원 이식센터의 경쟁력은 직원들이 환자가 불편함 없이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돌보는 세심한 마음자세에 있다. 조금은 신경이 날카로워진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식 분야 임상에서는 일가를 이룬 그지만 연구 분야에는 미련이 남는다고 아쉬움을 표현한다. 그는 “미국에서 이식을 시작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이식에 관련된 연구도 열심히 하고 싶었다. 그런데 임상에 밀려 시간이 너무 없었다”며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이종이식이다. 이 분야는 연구할 것도 많고, 가능성도 많다”고 희망을 말한다.

그는 환자가 인정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또 이식하면 삼성서울병원을 떠올릴 수 있는 세계 Top Class의 장기이식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꿈이라고.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울 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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