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즈 파악하고 끝없이 배우니…환자들 신뢰가 '차곡차곡'


개원한 지 10년, 참 많이 변했다. 허허벌판에 유동인구도 없었던 곳. 거리도 변하고 건물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10년 동안 한 자리에서 환자들과 만나오면서 쌓아온 정(情)이다. 명내과ㆍ영상의학과의 명재일 원장은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정을 쌓아왔고 그 정은 10년 동안 변하지 않고 점점 더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10년 간 쌓인 것은 정 뿐만이 아니다. 정이 쌓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인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도 차곡차곡 쌓였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 그것이야 말로 명재일 원장이 10년 동안 잘 다져온 입지이자 명성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CT 찍을 수 있는 의원으로 특화
 
명 원장은 개원 전 10년 간 보훈병원에서 진료했다. 그러다가 방사선과를 전공한 아내가 개원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명 원장 역시 개원을 생각하게 됐다. 아내 혼자 개원하는 것이 영 마음이 놓이지 않고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부터 뜻하진 않았지만 뜻을 바꾸면서 시작된 개원. 혼자 개원하나 둘이 같이 개원하나 걱정은 매 한가지였다. 잘 운영이 될까, 망하지는 않을까 등등 여타의 근심을 안고 내과와 방사선과가 함께 개원을 했다.
 
"그렇게 온갖 걱정과 근심을 안고 두려운 마음으로 개원했었죠.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하는 것은 도전정신이 필요한 듯 합니다. 그렇게 도전의식을 가지고 내과ㆍ방사선과가 함께 개원을 하니 확실히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CT를 찍을 수 있는 내과로 알려지면서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어요. 개원 후 약 6개월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세로 들어서면서 함께 개원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됐지요. 지금에 와서 돌이켜봐도 내과와 방사선과의 연합이 나름대로 장점으로 부각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나은 진료환경을 위해 2년 전에는 리모델링을 했다. 사실 좀 침침하기도 하고 환자 대기 공간이 좁아 마음에 걸리던 차에 대기 공간을 넓히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고 깨끗하게 만들었다. 의원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생각하던 차에 새로 단장을 하니 환자들이 너무 좋아하고 반응도 좋았다.
 
명 원장은 층을 달리해 종합검진센터와 비만클리닉을 부설기관으로 두고 있다. 의료환경의 트렌드를 맞춰가기 위한 발 빠른 시도이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환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하고자 했다.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클리닉을 선택해 필요한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비만의 비자도 모르던 시절이었어요. 우연히 한 환자가 비만 관련 처방전을 가지고 온 것이 계기가 돼 비만클리닉에 관심을 갖게 됐고 투자를 결심했죠. 어찌 보면 처음엔 무모하게 시작됐지만 운영은 잘 됐어요. 비만이 만병을 불러 올 수 있는 위험한 요소라는 점이 부각됐으니까요. 또한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익히는데 소홀하지 않았어요. 매 주 서울로 올라가서 배우고 익혔지요. 한마디로 열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배우고 익히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명 원장은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보훈병원에 있을 땐 호흡기내과 질환을 맡아 진료했다. 하지만 개원 후 호흡기만 전문으로 보는 것이 여의치 않아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다. 1년 동안 오후 진료를 하지 않고 기독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질환에 대한 공부를 했고 7주 동안의 서울대연수를 받기 위해 매 주말 새벽기차에 몸을 싣고 달려가기도 했다. 월요일마다 모여 공부하는 '월요내과의사회' 모임에서는 15명의 의사가 모여 8년여를 한결 같이 공부해 왔다. 특히 요즘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예전에 무얼 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학문이라는 것이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과는 또 다르다. 환경이 계속 바뀌듯이 질병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약제의 선택도 세분화 됐다. 그러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데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5년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이제는 제2 원장이 있으니 진료과를 세분화 해 특화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이렇듯 양질의 서비스도 시도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자와 가족같이 지낸 10년
 
"처음엔 환자 50명을 넘기기가 참 힘들어 보였어요. 개원해서 잘 안 되면 다시 봉직의로 들어갈 각오까지 하며 최악의 경우도 배제하지 않았었죠.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환자들이 가족과 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환자의 가족력과 병력은 물론 집 안의 중대사한 일들까지 알게 되면서 저절로 가족같이 지내게 된 거죠. 그 중에 한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됐어요. 부부 사이의 의도 좋았고 참 성실한 가장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웠죠. 홀로 남은 부인과 슬픔을 같이했고 이제 혼자만 내원하는 부인을 보며 마음이 아파오기도 하죠. 이곳은 외관상으론 분명 농촌마을이 아닌 도시이지만 시골의 정서를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젊은이들이 많아도 부모들이 시골에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환자의 연령층이 다양하고 젊은 층의 환자가 아무래도 좀 까다롭지만 개원 때부터 다니던 환자들도 적지 않다. 환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기 때문이다.
 
명 원장은 갈수록 특화된 전문병원만이 대형병원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분야를 특화해야 하고 '이 정도면 이 분야에서 최고다'라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원 10년 동안 항상 위기의식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러나 의료환경은 계속해서 급변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의 10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배들의 경우를 보며 환자가 항상 300~400명이 되는 줄 알았는데 정작 개원해 보니 평생고객은 없음을 깨달았다. 의사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계속해서 노력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의사가 된다는 것은 누구를 만나서든 대화할 수 있고 배우고 질문할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개방적인 성격과 원만한 대인관계 속에서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 지식만으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가 말하는 것은 환자에게 확실히 어필이 된다. 그만큼 의사들이 건강한 삶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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