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I 중심은 한국, 세계 위상 알리기는 계속"

임기 마치는 임태환 회장

국제학회 본부가 위치한 나라는 전반적으로 학회를 주도하여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 나라의 의학 발전을 알리고 소속 의료진이 의학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관광산업 활성화 및 국익 증진에도 일정부분 도움이 된다. 의료장비, 제약 산업의 발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특히 무엇보다 동일 학문 분야에서 실제적이고 강력한 국제적인 리더십을 가지게 된다는 것으로 일회성 국제학회 유치와는 또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심장혈관영상의학회는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에 학회 본부(사무국)를 우리나라에 두었다는 첫 신고를 하고 이를 인정받아 학회사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학회 사무국을 운영한다는 것은 학회의 방향성과 같은 포괄적 개념을 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학회의 회장국은 학술대회 같은 실무를 수행하는 것이 대부분의 역할이다.
짧은 기간 동안 학회를 획기적인 반열에 올려놓고 이번 학술대회를 끝으로 이 학회의 중심에서 물러나는 임태환 회장(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은 "학회 초창기에는 학회 미래가 불확실한 점이 많아 말을 아꼈으나 지금은 충분한 결과가 있기에 누구에게도 학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ASCI는 오늘도 전진하고 있고, 미래가 밝다"는 임 회장과 최연현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이종민 경북의대 교수(경북대병원)를 홍콩 학술대회장에서 만났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학회로 전반적인 운영 흐름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 의학자들이 국제학회에서 강의, 좌장, 임원 등이 활동을 함에 있어 본부가 있는 경우 유리한 측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 국제학술활동이 학문적 요인 외에 좌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국제학회 본부가 그 나라에 있다면 활동에 유익하다. 예를 들어 국제학술지 발행을 주도하는 것은 그 나라 의학 발전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이 학회는 현재 주기적으로 국제학술지 발행을 하지 못하지만 대신 세계적 출판사인 스프링거에서 매년 두 차례 이슈에 따른 특별판을 발행하고 있는 상황. 조만간 여건이 허락되면 아사이학회 차원서 격월 또는 분기별로 학술지를 발행할 계획이다.
 
"본부 국내 설치 한국리더 증명…학술지 발행도 계획"
 
본부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학술지 발행을 주도하면 의학자의 논문 발표가 수월해지고, 한국의학의 발전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도 가능하다는 것이 임 회장의 생각이다. 임 회장에 따르면 심혈관영상의학분야는 발전 속도가 엄청 빠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는 의학자들의 열망도 매우 큰 편.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이 분야 세계 4위국에 해당한다.
 
진단영상은 상황에 따라 외국과 우리나라가 다른데 우리는 관상동맥류를 보는 CT가 강한 반면 유럽은 심장의 기능을 살피는 MRI가 빼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외국은 전반적으로 영역다툼이 심한 편이다. 이에 따라 학회에서는 배타적 상황을 없애기 위해 영상의학과나 심장내과라는 문구를 학회명칭에 넣지 않았다. 관련과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심장내과 전문의 참여가 낮지만 조만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학회 발전 과정에서 걸림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은 국제활동보다는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아시아에서의 중국 영향력도 한편으론 고민거리였다. 중국과 동남아는 아직은 연구논문 수준이 그리 높지 않지만 결속력은 대단하다. 중화권은 지난해 ASCI 부회장으로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확정됐던 일본학자를 상대로 단 2표차로 석패했었다.
 
임 회장은 수차례 일본을 방문하면서 이해와 설득을 요청한 끝에 참여를 이끌어냈고, 중국 편향적인 아시아 각국에 이사국을 배정하는 한편 2014년 대회 개최를 중국으로 결정하고 젊은 의학자를 대거 회원으로 확보하면서 원만한 발전을 기약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의학이 너무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있다. 영상의학과 분야는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는데 이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면 "영상의학 세계 4강"은 불가능했다는 것. 영상의학의 꽃을 피울 수 없었을 뿐더러 국제경쟁력도 약해 아시아 주도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병원에서는 스페셜을 원하고 학자로서도 특정분야 최고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세분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상의학과의 경우 각과 전문의가 고객이기 때문에 초전문화가 되지 않으면 고객을 만족시켜줄 수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보건의료 정책은 큰 병원 위주로 갈 것인지, 1차 의료를 많이 양성해야 할 지 같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상의학 세분화는 경쟁력…"영상의학 세계4강" 비결
 
성균관의대 최연현 교수도 기본적으로는 임 회장의 판단에 동의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영상의학 발달 시간은 너무 빠르다. 심장·폐·간 등 모두를 포함하는 전신 촬영의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는 영상의학전문의 중 누가 리딩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앞으론 통합적 사고도 필요하기에 영상의학회 측면서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생 국제학회 ASCI의 발전을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이종민 교수는 학회는 인적구성과 수요, 활동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대한민국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앞서 있다고 할 수 없지만 뒤처져 있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스타급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아스키아스키(ASCI ASCI)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좋은 연구 계획을 제안 토록해 경쟁을 통한 선정과 지원이 핵심이다. 선정된 연구에는 해당 분야 우수한 전문의학자 2명이 참여, 좋은 연구논문이 나오도록 지원하게 된다.
 
미래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들은 젊은 의사들로 빠른 시간 안에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인적네트워크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기회가 없었던 국가군에서는 더할 수 없는 기회며, 아시아 리딩 그룹 네트워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적용한 지난해에는 우리나라를 포함 5개국 7명이 대상이었으며, 교수는 4개국 14명이 참여했다. 올해도 7~8명을 선발하고 이에 따른 교수참여도 계획돼 있다.
 
2년 전 부터 유럽지역 학회와는 연자교류에 대한 MOU를 맺어 이번 학회에 유럽학자가 대거 세션에 참여했으며, 올 후반기 열리는 유럽학회에도 아시아 연자들이 대거 참여할 계획이다.
 
임 교수는 "회장은 물러나지만 앞으로 ASCI를 통해 아시아 지역 국가 사이에 심장혈관영상의학에 대한 학문적 교류와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하고, 한국이 학회의 리더로서 국제사회에 그 위상을 알리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학회 이름에 "radiology"나 "cardiology"라는 용어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은 과(科)의 개념을 뛰어넘어 영상의학 전문의와 심장혈관 전문의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가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문호가 개방된 만큼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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