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심장영상의학, 아시아를 리드하다


질병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제때 치료를 받을 경우 대부분 건강을 되찾아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아예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안들이 속속 마련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기술의 발전을 보이는 분야에 대한 의학자, 의공학자, 제약계의 조기진단과 치료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다. 심장혈관영상분야도 그중 하나.
 
이 분야는 통합적 진료와 진단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현대 의학이 세분화·전문화되는 흐름의 선두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금까지 이 분야를 리드하는 학계는 미국과 유럽, 양대산맥이었다. 그러던 것이 5년 전 우리나라를 축으로 창립된 아시아학회가 우수한 논문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제3의 학회로 어깨를 당당히 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7~19일 홍콩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심장혈관영상의학회(5th Congress of Asian Society of Cardiovascular Imaging)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성황 속에 진행됐다. 특정분야를 다루는 학회에 2년 연속 1000명 이상이 참가, 우수한 연구들을 교류하고 논의하는 축제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학회 창립주역으로 초대회장을 맡은 임태환 울산의대 영상의학과 교수(서울아산병원)도 스스로 "이렇게까지 발전 할지는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학술대회 개회 인사를 통해 "이제 학문과 진료에 있어서 영역다툼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존의 많은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영역침해와 불신은 결국 자멸할 수밖에 없다며, 문호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문발전은 곧 환자 혜택으로 돌아가는데 관련 학문영역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각 전공자간에 협력을 하면 시너지를 키울 수 있지만 서로 싸우면 자기 것도 잘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임회장의 판단이다. 개인플레이는 혼란만 가중될 뿐 발전 측면에서는 의미가 없다. 장래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
 
그 스스로는 현재 대한심장학회 회원으로 참석하고 있으며, 영상의학전문의가 심장학회 학술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전문의들이 협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태환 초대회장 개회사 시작으로 국내 연구진 학회 주도
발표논문 47편으로 최다…최연현 교수 차기 부회장 취임
 
이번 학술대회는 심장내과와 영상의학과를 중심으로 하면서 전문과별로 밸런스를 맞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올초 일본 원자력 폭발이 있어서인지 "방사선문제"를 특별히 다뤘으며, 홍콩 언론의 관심도 매우 컸다.
 
학술대회에선 방사선 및 방사선보호 관련 임상정보 심포지엄, 선천적심질환(Congenital Heart Disease), 심장영상학 및 중재술, 심장 MR로의 단계별 가이드, 심질환 CT, MR의 새로운 기술들(Emerging techniques in CT and MR for cardiac disease), 심장학에서의 심장 영상학과 중재술, ASCI/SCCT 합동 심장 CT, 심장학에서의 심장 영상학과 중재술, 핵심장의학 : SPECT vs PET, 대동맥, 말초동맥질환 : 진단과 치료, 스트레스 심혈관 자기공명 등이 발표됐다.
 
학술대회 마지막도 한국이 장식했다. 임 교수가 크로징 강의를 맡은 것. 그는 CT와 스탠트에 대한 역할과 역사 등을 종합적으로 리뷰하고 심장혈관영상분야의 미래를 낙관했다.
 
우리나라는 이 학회에 70여 명이 참석했다. 발표 논문도 나라별로 보면 가장 많았다. 총 발표 논문 161편(원저 44·포스터 117) 가운데 우리나라는 47편(원저 4·포스터 43)을 발표, 일본 31편(원저 5·포스터 26), 중국 31편(원저 14·포스터 17), 홍콩 19편(원저 10·포스터 6) 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 가운데 이혜정 펠로우(신촌세브란스병원)는 상금과 함께 수여하는 우수 포스터상(2명)을 수상했다. 젊은 발표자 상(Best Young Presenter Award)은 "심장이식 후 환자에서의 CMR을 통한 이식 거부와 심부전 예측이 가능한가?"를 발표한 홍콩 Michael Sun 박사가 수상했다.
 
한편 총회에서 새 회장에 게이요대학의 사치오 쿠리바야시 학장, 부회장에 최연현 교수(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가 각각 취임했다.

아시아심장혈관영상의학회는?

1995년 소수의 심장 전공 전문의들이 모여 심장혈관영상의학회를 창설, 연례 학술대회(심장혈관영상의학회, 대한영상의학회, 심장학회)를 열고 연수강좌와 심포지엄, Hands-on Workshop, Fellowship 등의 학술 활동을 전개키로 했다.

이듬해 4월 29일 아시아 심장혈관영상의학의 발전을 위해 아시아 지역 8개국 12명의 발기인을 중심으로 임태환 교수를 회장에 추대한 후 2007년 4월 27~28일 우리나라에서 아시아심장혈관영상의학회(ASCI)를 개최하면서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만에 명실공히 심장혈관영상의학 분야의 학문적인 발전과 의학자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아시아 지역 내 대표 학회가 된 것.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학술대회는 이제 내년 태국대회에 이어 2013년 중국대회를 확정했으며, 매년 아시아 각국을 돌며 개최하게 된다. 회원국과 회원은 32개국, 900명(www.asci-heart.org)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관련 학회는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심장혈관영상의학회지만 심장학회를 비롯 관련 전문의들에게 모두 문호가 개방돼 있다.
 
학술 대회는 2009년 사스로 인해 주춤했던 것을 제외하면 급성장을 보였다. 서울서 열린 1차대회에 25개국 545명이 참가했고, 싱가포르에서 열린 2차대회는 602명, 3차대회 425명(일본)에 이어 4차대회(대만)는 1016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 5차대회는 32개국서 1030명이 참석했다. 첫 집행부 땀의 결실이 특정분야 세분화된 학회에 1000명의 의학자를 모이게 한 토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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