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질환입니다" 해도 치료 머뭇
담당의로서 환자 설득하는 일 앞장


"류마티스 질환이라고 진단 받기까지도
많은 시간을 통증으로 괴로워하고 원인도
모른 체 고통 속에서 지내게 되는데,
막상 진단이 내려져도 치료를 미루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나려고 하는 환자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특히 류마티스 질환
발병률이 높은 여성들의 경우 남편이나
자식들의 치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정작 본인들의

질병 치료에는 돈 아까워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치료에 임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의사로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되었죠." 고려의대 최성재 교수(안산병원)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로서 환자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말하고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리기 위해 외친다.
"치료 받으면 해피엔딩이랍니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정상적인 삶 가능
 
"늘 아쉽고 안타까웠어요. 세상에는 즐겁고 행복한 얘기보다 슬프고 아픈 사연들이 더 빨리 알려지고 퍼져나가는 것 같아서요. 어찌보면 류마티스 질환은 심장 같은 주요장기가 손상돼 치료하지 않으면 당장 생명을 위협받는 식의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미루기 쉬워지죠. 그러다 끝내 관절이 손상되고 뼈가 굳고 못 쓰게 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요. 하지만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에 임하면 미혼 아가씨의 경우 결혼도 할 수 있고 아이도 낳을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보통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것이 바로 해피엔딩이죠. 발병했어도 치료를 잘 받고 생활 속에서의 개선점들을 잘 지켜나간다면 슬프고 아픈 사연의 주인공이 아니라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외로운 통증. 흔히들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아무도 몰라주는 통증을 홀로 견디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도 어려워 여러 과를 전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섬유근통의 경우 온 몸이 쑤시니 처음엔 몸살 인줄 알고 감기약을 처방 받아 먹고 그래도 안 나으면 근육이 결렸나 하다가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가 왔나 하는 것이다. 요즘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인터넷을 찾아 진단은 물론 치료까지 하기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을 거쳐 마지막에 류마티스내과까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류마티스 질환은 40~60세 여성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잘 안 써요. 그래서 설득을 하죠. 새내기 주부라면 엄마가 건강해져야 아기도 키우고 가정을 잘 꾸려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고, 좀 나이가 지긋한 환자라면 나중에 자식들 고생 시키지 않으려면 지금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거예요.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했을 때는 삶의 질을 확 떨어트려 과반수에서 우울증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생물학적제제의 발달로 예전에 비해 치료 속도도 빨라지고 치료결과도 좋아지고 있어요."

섬유근통증후군에 관심이 많아
 
류마티스 질환으로 내원하는 경우 병원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겠지만 류마티스 관절염·골관절염·섬유근통증후군·전신홍반루푸스·강직성 척추염·통풍 등의 질환이 주를 이룬다. 최 교수는 이들 중 섬유근통증후군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발병 빈도는 류마티스 관절염보다 2~3배 많은데도 진단 받기 전까지는 병인지 모르고 각각의 통증으로 괴로운 나날들을 보낸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 느끼는 부위에 따라 천차만별의 통증이 나타나 백가지가 넘는 통증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막상 진료 현장에 나와 보니 교과서나 트레이닝 하면서 어깨 넘어 보던 간접경험과는 또 다른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최종 방어선이 돼 결정해야 하는 책임감이 부여됐다. 보다 많은 사례들을 접해야했고 보다 신중해야 했다. 하지만 환자를 많이 보다보니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겨났다. 환자의 마음 속 깊이 박힌 울화나 스트레스 등을 캐치하는 능력이 생겨 환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교과서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피고 물어보라고 돼있지만 3분 진료에 그렇게 하기 힘들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제는 짧은 시간에도 환자를 잘 관찰할 수 있다.

어떤 약이 좋은가 보다 음식 치료가 더 궁금
 

환자가 가장 좋은 교과서라 했던가. 환자들은 정작 교과서에 있는 질문들은 하지 않는다. 치료약제보다는 인진쑥을 먹어도 되는지, 음식으로 병을 낫게 하고 좋아질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해 가장 많이 묻는다.
 
원인을 잘 모르는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질환에는 좋고 나쁜 음식 등을 딱히 규정하기가 힘들다. 골고루 균형 있게 먹고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한 음식을 찾아다니는 환자들은 주로 의사의 약 처방은 일주일 안에 효과가 안 나타나면 끊어버린다. 하지만 이럴 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만일 의사가 말리는데도 대체의학을 했더라도 꼭 담당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진료실에서 한 달에 10만원 하는 약 처방은 거부하면서 250만원짜리 온열침대를 사도 되는가 물어오는 환자들이 있다. 효도라는 개념이 건강식품이나 비싼 침대를 사주는 것에 치중돼 있는 것이 아쉽다.
 
무슨 치료를 하던지 약 외에 다른 치료를 병행할 시 담당의사에게 알려야하고 의사를 믿고 따르는 등 환자와 의사간 친밀한 관계가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커뮤니케이션과 라포의 형성이 중요한 것이다.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50세 환자였어요. 몸이 퉁퉁 붓고 열도 나고 거동도 못해 깁스를 하고 꼼짝없이 누워있었죠. 정밀검사를 하니 세균성관절염으로 오진된 강직성척추염 환자였어요. 현재의 약제로는 회복이 어렵고 힘들어 환자에게 이해를 구한 뒤 생물학적 제제인 항 TNF제제를 썼어요. 국내 보험 규정상 최소 3개월 이상 기존 약제 치료를 하고 난 뒤 반응이 적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항 TNF제제를 쓸 수 있도록 돼 있거든요.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는 환자 위해 처방해야했죠. 다행히 일주일만에 붓기와 열이 내리고 한 달 만에 걸어 다닐 수 있게 됐어요. 생물학적 제제들의 등장으로 환자들에게는 획기적인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 보험 적용이 안되는 초기 사용에 대해 환자 부담이 컸지요. 하지만 의사의 말을 믿고 따라준 환자가 있기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도 있는 것이라고 느꼈던 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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