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과정…보건상의 위험 요소 있었다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구제역 매몰 작업은 실행 단계부터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기후 조건에서부터 토지선정까지, 해외에 비해 토지가 부족한 국내의 경우 매몰지 선정 작업부터 차질이 생겼었다. 환경부의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계획" 에서는 2%의 경사를 유지한 지면 위에 벤토나이트와 흙을 15:85로 혼합해 깔고 그 위에 두께 0.1 ㎜ 이상의 비닐을 이중으로 깔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 10월, 침출수에 대한 대책으로 점검·계획을 수립하고 담당공무원을 지정해 운영 및 관리하도록 조치했다. 매몰지 사후관리는 매몰한 날부터 최소 15일 이상 주2~3회, 6개월간 1회, 이후 분기별 점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매몰지 관리용 톱밥은 매몰지 개소당 40 ㎥이상을 확보하며, 천막이나 비닐로 톱밥을 충분히 포장하고 가장자리는 돌과 같은 무거운 것으로 고정시켰다. 또한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악취 제거를 위해 침출수 배관 및 가스 배출관의 주위에 탈취제와 톱밥을 살포토록 했다.

이렇듯 환경부는 매몰지 내에 가스배출관 및 침출수 배출 유공관이 설치됐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이유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지만, 많은 가축이 생으로 매몰됐다는 사실로 인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가축이 생으로 매장될 경우에는 가축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파이프가 훼손됐을 수 있기 때문에 침출수가 논, 토양 등에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침출수, 국민건강 위협한다
특히 환경부에서 구제역 매몰장소로 지하수, 하천, 수원지, 집단가옥으로부터 이격한 곳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 영주시 묵리의 돼지농가의 경우 매몰지를 논으로 선정해 돼지 2399두를 매몰했다. 이 곳은 지하수면이 높아 인근의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몰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매몰지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토양에 스며들고 돼지의 사체를 다시 꺼내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후 부근에서 발생한 침출수를 채취해 연구한 결과 인근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BOD, COD, 암모니아성 질소성분 등이 높게 검출됐다.

경기도 이천시 모천리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논에 매몰지를 조성했다 침출수 문제가 발생하자 다른 곳으로 이전한 케이스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체 유래물질 분석방법에 따라 연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인근 지하수 4곳에서 가축사체 유래물질이 발견됐으며 인근 지역의 지하수에서도 0.250~3.817㎍/ℓ의 가축사체 유래물질 지수가 검출됐다.

강원도 홍천군 남면 유치리 역시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새어나와 지하수가 오염돼 부지 내 관정을 뚫어 펌프를 설치했다. 지하수의 일부를 검출해 오염도를 측청한 결과 질소 및 이온 등이 높게 검출됐다.

정부가 빌표한 구제역 관리안들이지만, 실질적인 이행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점검 이외에 명확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결과적으로 구제역 침출수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구제역 침출수…2차감염, 안심해도 될까?
구제역 침출수로 인한 식수 등 보건 관련 위험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조사결과 수질기준을 초과한 성분들이 침출수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몰 후 침출수에 대한 연구는 이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09년 캐나타 사스카툰대학 Pratt Dyan Lindsay 교수는 침출수에서 발생하는 유해성분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그는 매몰지를 조성해 날짐승(1300㎏), 돼지(5900㎏), 소(9750㎏)를 비닐로 덮고 그 위에 1m 높이의 흙을 추가적으로 매몰했다. 그 후 약 2년뒤 확인한 결과 매몰지에서 발생한 침출수에서 암모니아 12600㎍/ℓ, 알칼리성 34600㎍/ℓ, 칼륨 1800㎍/ℓ, 나트륨 1500㎍/ℓ및 상당한 량의 이온, 중성에 가까운 ph농도 등이 확인됐다. ph의 경우에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농도보다 2~4배나 높은 수치였으며 PHREEQE 시스템을 이용한 경우에도 인산염산 0.03mol/ℓ, 암모늄, 중탄산염, 황산칼륨 등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매립지 환경은 해외에 동원된 실험 방식이나 국내 매립지 설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므로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침출수 역시 비슷하다는 결과를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침출수 인근 식수에서 동물 사체에서 발생하는 단백질, 아미노산, 암모니아성질소, 염소이온, 질산성질소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유해성분을 어린아이게 먹게되면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수질오염과 침출수가 직접적인 연관성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축매몰지 침출수 환경조사를 통한 지속적인 관찰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노력으로 매몰지 인근에 관측정을 설치해 3년간 염소이온, 암모니아성질소 등의 농도를 지속적으로 관찰 할 것이라는 계획을 기재한 지침서가 4월에 발표됐었다. 이후 한달 뒤인 5월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침출수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안심해도 된다는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1/4분기 매몰지 주변 지하수 관정 7930개소 중 1982개소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한 성분이 검출됐지만, 이는 침출수 때문이 아닌 축산폐수, 비료, 퇴비 등에 의한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이 초과한 것이지 매몰지 침출수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립환경과학원, 지방환경청지자체 등에서 분할해 매몰지 주변 300m 이내에서 이용중인 지하수관정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도록 했으며 1단계 조사에서 검출된 암모니아성질소, 염소이온, 질산성질소 등이 고농도 검출, 동반검출 지점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아미노산 및 mtDNA 방법으로 정밀분석해 지하수오염도를 측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하수관정 1003개소는 엔테로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등 8종의 병원성미생물 여부를 조사하여, 분원성대장균(4.1%), 대장균(1.6%), 노로바이러스(1.3%), 클로스트로디움(0.8%)이 검출됐으나 대장균 O-157, 살모넬라, 쉬겔라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병원성미생물은 가축매몰지와 연관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방 및 관리대책을 제시, 지속적인 복토, 배수로 정비, 비닐덮개 설치 등의 사후관리 및 수질기준을 초과한 지하수 관정 가운데 먹는 물 용도에 대해서는 음용중지, 급수차, 병입수, 대처 관정 개발 등 대체급수를 지원하고 매몰지역에 지방상수도 보급 등 먹는물 안전대책을 추진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곽진 연구관은 영국 보건성의 보고서에도 구제역의 인체감염 사례나 지하수 오염에 의한 수인성 감염병의 발병 사례는 없었지만, 매몰 참여자 중 4건의 발열 감염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곽 연구관은 현재 매몰과 관련된 70여개 지역의 보건소에 대해서는 발병 가능한 수인성 감염병에 대한 감시와 역학조사 강화에 대한 지침이 시달되어 수행 중이며, 전국 구제역 매몰지 보강공사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농림수산식품부가 매몰지 사후 관리를, 환경부가 지하수 오염 여부 조사를 담당하고 있고 보다 장기적이며 건강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향후 관련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등에서는 오폐수 등으로 인해 음용수로 사용되는 지하수가 오염되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수인성 감염병에 대해서는 전국보건소로 하여금 관내 의료기관에서 급성설사질환 환자가 있을 경우 신고를 철저히 해 줄 것과 신고된 사례의 역학조사 등이 빈틈없이 이루어지도록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정부는 여름철의 경우 수인성 감염병이 집단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이므로 먹는 물은 반드시 끓여 먹을 것과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도록 지속적으로 예방·홍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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