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계, 의료계, 시민단체 이어 병원계도 가세

현재 보건의약계는 약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보건의약계 주요 이슈 중 하나가 약과 관련된 것들이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으로 진행된 약가 인하부터 처방약 리베이트 , 나아가 수퍼약 판매 논란과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주장까지 모두 약에 대한 것이다.

약가 인하가 운운될 때에는 제약업계가 초긴장을 했는가하면 처방약 리베이트 규정이 논의될 때는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며 주장을 강하게 표출했었다.

리베이트 문제는 현재도 뜨거운 감자로 공정위의 행동 하나 하나에 이목이 집중되며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근래들어서는 일반약 수퍼 판매 허용 문제가 약계와 의료계, 시민단체의 논쟁 등으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으로 번지고 있다. 즉 의약품 재분류가 중앙약심에서 논의되면서 핫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사후 피임약, 비만 치료제 등 20개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공식 요청했는가하면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도 복지부에 사후피임약 등 10품목의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할 것을 정식으로 건의하면서 약의 전쟁(?)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전문약인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절대 불가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히며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약사회가 의약품 재분류를 이슈화 해 일반약 수퍼 판매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림수로 보고 아직까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22일 개최 예정이였던 한국의료살리기 전국 대표자 결의대회 조차도 무기한 연기하는 작전상 후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와 중앙약심, 약사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 일반약 수퍼 판매 허용에 이은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논쟁은 폭풍 속 차잔처럼 약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의협의 한 관계자는 "진행 상황과 결정 사항을 지켜 보고 있는 중"이라며 "약사회가 강하게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데 의료계마저 투쟁 일변도로 나간다면 약의 전문성에 관한 것이 핵심인데 자칫 국민들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소지가 있으므로 대응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논의보다는 일반약의 수퍼 판매 논의가 우선한다는 논지다.

한편으로는 병원계가 11년 전 시행된 의약분업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외래 환자 원내처방 회복을 위해 전국민 서명 운동을 선포하고 나섰는데 이 역시 약에 대한 것이다.

병원계 역사상 처음으로 지방 병원회까지 가세하며 진행될 의약분업 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민 서명 운동은 한마디로 약의 선택을 원외든 외내든 자유롭게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외래 환자 원내 조제가 병원 밖에서이뤄졌는데 이는 잃어버린 환자 권리로 병원계가 앞장서 원상태로 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서명 운동이 약계와 의료계가 수퍼약 판매 허용과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논쟁이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출발해 약의 전쟁은 그 판이 더 커지게 됐다.

조정자이면서 정책 결정자인 복지부와 수퍼약 판매를 반드시 저지하려는 약계, 전문약을 사수하려는 의료계, 더불어 소비자의 권리 찾기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합쳐져 적어도 6월과 7월 정국은 약의 승자가 또는 약의 주권이 누구에게 넘어가느냐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빚어진 의료 대란을 넘어 약의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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