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50억달러 책정…원격진료 등 진출 기회

러시아가 의료IT산업 구축에 무려 150억달러의 예산을 할당,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고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 현대화에 한창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러시아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효율성과 원자력, 의료기술·제약, IT와 우주·통신 기술 등 5대 핵심분야를 선정하고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 현대화를 달성할 경우 오는 2020년 안에 세계 5위 경제대국 안에 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중 러시아 의료산업을 살펴보면, 현재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자국에서 소비하는 의약품의 20%만 국산이며, 러시아 정부는 10개년 제약산업 육성계획을 통해 R&D를 적극 장려해 국산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반면 IT산업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토종 인터넷 검색업체 얀덱스는 높은 기술력으로 구글을 제치고 러시아 시장점유율 65%를 차지하고 있다는 뉴스는 곳곳에서 놀라움으로 실렸다. 정부 차원에서도 에너지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IT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모스크바 서쪽 외곽 스콜코보 지역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본뜬 첨단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정보통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삼성과 LG, 현대 등 일부 대기업 위주이면서 주로 디지털제품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의료IT 시스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 의료와 IT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 가능성이라는 우리나라 상황 맞물린다면 충분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관광 시장에서도 러시아는 가장 유망한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 앞으로의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원격진료 관심많다"…교류 희망
러시아 사하공화국 보건부 Alexsandr V. Gorokhov 장관


러시아의 사하공하국의 땅덩어리는 인도만 하다. 그러나 인도는 10억명 이상 거주하는데 비해 사하공하국의 인구는 100만도 채 되지 않는다.이곳에서 천연가스, 다이아몬드 등이 생산되면서 자원부국으로 꼽히고 있다.

아주 추운 지방에 위치해 있어서 한겨울에는 영하 70도까지 내려가는 반면, 여름에는 40도까지 올라간다. 혹독한 날씨에 비해 지리적인 위치가 좋아 러시아에서도 가장 낮은 사망률과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수명은 길지 않은 것이 사하공하국 정부의 보건의료 과제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의 보건부는 3단계로 나눠져 있다. 우선 1단계는 도시와 농촌의 의료보건시스템, 2단계는 도시가 속한 주, 우리나라로 치면 도청 단위를 의미한다. 3단계는 전체를 아우르는 연방부서이다. 러시아의 모든 의료는 정부가 관리하며, 3단계로 폭을 넓혀나가면서 관리하고 있다. 거의 모든 병원을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법안이 바뀌어지면서 개인병원도 조금씩 정부와 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이 열리고 있다.

2일 국제컨퍼런스에 참석차 한국을 찾은 러시아 사하공화국 보건부 Alexsandr V. Gorokhov 장관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나, 이같은 러시아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난달 강남구 차원으로 사하공하국에 건너가 의료관광 협력 MOU를 체결하고, 의료관광 설명회를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가까워졌다. 특히 한국의 원격진료(telemedicine)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이후 세브란스병원과 전격 협약을 맺게 됐다.

사하공화국은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원격진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34개 지역 작은 병원들을 활용해 원격진료의 틀을 갖춰 놨다. 그러나 더 잘하고 싶어졌단다. 그는 "아무래도 면적이 넓기 때문에 원격진료에 대한 한국의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물망같은 병원의 연결체계를 활용해 이미 도입은 했지만, IT쪽은 항상 발전하며 더 해볼 수 있는 영역이 많기 때문에 좀더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IT시스템을 조직화하는 부분에서 한국을 강국으로 꼽았다. 러시아도 CT, MRI 등의 의료기기는 도입하고 있지만 PACS, EMR 등 IT시스템으로 엮기가 어려운데 바로 이 부분을 한국이 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Gorokhov 장관은 "의료IT 시스템이 낙후돼 있어 새로 세팅하기 위해 국가에서 큰 예산을 잡았으며, 올해부터 능동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올해 150억달러를 시스템 구축예산으로 책정한 상태이며, 하반기에 구체적인 사하공화국 예산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과의 활발한 교류를 희망했다. 아직은 한국의료가 아산병원, 삼성병원, 메디슨 등 밖에 알려지지 않은 터다. Gorokhov 장관은 "다행히 한국의 의료법 개정 이후 2년 사이에 한국병원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교류 자체를 환영하며, 다른 유럽, 미국의 병원들과 비교해도 전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병원인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에 진입하려면 IT 시스템과 장비 등이 모스크바 보건부에 등록되어 있으면 이를 토대로 검토하고 도입할 수 있다. 워낙 업체등록이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정부 차원으로 보건의료에 관련된 부분은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한국의 의료와 IT시스템에 대한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이다.

더욱이 러시아 환자들이 한국 병원을 많이 찾는 상황도 유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했다. 암이나 혈관, 심장 질환 등으로 한국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례가 늘어난 것. 그는 "첫 번째로는 한국과 같은 의료시스템 유치, 두 번째로는 한국과의 교류와 협력가 중요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관심이 있는 병원이나 업체가 있다면 얼마든지 교류를 환영하며, 언제든지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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