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위한 작은 배려 돋보이는 병원 탐방

지난해 떠들썩했던 한 대학병원 청소노동자 사건을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다름아닌 그들만의 휴게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만큼 병원에는 직원을 위한 공간은 부족하다. 환자만을 위해 환자중심으로 방향을 잡는 것은 좋은데, 그럴수록 항상 환자에 양보만 하면서 소외됐을지도 모른다.
공간 부족과 환자중심 상황에서도 직원들을 위한 약간의 공간 할애, 그리고 그것을 병원의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 있는 사례를 몇가지 찾아봤다. 갈수록 비좁으면서도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직원들에게 약간의 배려를 하면 어떨까.


굿뉴스요양병원, 하늘정원에서 직원 휴식

병원에 하늘공원을 설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입원환자들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대표되고 있지만, 종일 내부에서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굿뉴스요양병원은 지난해 본관 6층 옥상 150여평에 하늘정원을 마련했다. 많은 예산과 정성을 들여 만들면서 하나둘 식물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항상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4계절 꽃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과 잔디길과 허브길이 만들었으며,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파라솔이 설치돼 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직원들의 이용도 상당히 많다"며 "병원에 있으면 바깥을 나갈 일이 통 없는데 하늘공원을 통해 한번씩 햇빛도 쐬고 쉬어갈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대전중앙병원, 직원비만관리로 생산성 향상

건강관리를 위해 별도의 체력단련장 같은 곳을 두는 병원들도 있다. 그러나 주로 대형병원에 한정돼 있으며 세심한 관리까진 못하고 있다.

대전중앙병원은 비만관리실을 별도로 두고 있다. 건강한 직장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직원대상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동안 근무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있어 비만 문제는 더욱 심각하며, 이로 인해 만성근육통 및 업무 스트레스를 유발해 궁극적으로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전중앙병원은 이런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병원 직원들의 건강한 직장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체계적인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개발, 직원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비만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은 비만관리실에서 체지방분석, 혈액검사 등을 통한 현재상태 분석을 시작으로 스트레칭, 세라밴드 운동, 짐볼 운동, 전신발맛사지, 유산소 운동 등의 운동요법과 적정한 식이섭취를 유도하는 식이요법을 교육받게 된다. 또한 매월 운동정도와 식이관리 이행정도를 평가해 피드백을 받는다.


원광대 부속병원, 원불교 이념 실천

종교적인 이념을 바탕으로 한 병원들이 많다. 세브란스병원은 기독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가톨릭교 등이다. 이들 병원에는 기도실과 목회실이 각각 마련돼 있다. 생소하지만 원불교당이 설치된 병원도 있다.

원불교를 모태로 하고 있는 원광대 부속병원에는 바로 법당이 있다. 매주 간호사 그룹, 직원그룹, 의사그룹으로 나뉘어서 병원교당에서 정례법회를 진행하며, 강당이나 환자들을 위한 영화상영관으로도 쓰이고 있다. 직원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수가 원불교이며, 이들은 법회 이외 시간에도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법당을 통해 원불교의 법에 따른 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서비스의 향상과 간접교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즈메디병원, 직원들과 단합 활발

병원에서 아예 회식도 할 수 있는 공간도 탄생했다. 환자들로 가득한 병원이라는 공간 특성상 퇴근 후 자리를 떠야하는 보통의 병원과는 달리, 외부에서 술을 한잔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이색적인 형태다.

미즈메디병원은 최근 건강검진센터 신관을 오픈하면서 지하3층 전체에 "sPAce(창조의방)"이라는 이름의 직원을 위한 별도 공간을 오픈했다. 노성일 이사장이 직원들을 위해 특별 약속했던 것으로, 직원들은 이곳에서 회식은 물론 MT, 워크샵을 진행한다. 산모들이 입원해 있는 본관과는 약간 떨어진 장소, 그것도 저녁시간에는 아무도 없는 건강검진센터라는 공간, 지하에 따로 떨어져있어 가능했다.

직원들과의 단합이 결국 병원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취지로 꾸며진 창조의 방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우선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있다. 테이블과 의자도 많다.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노래방 기기도 설치돼 있으며 벽면으로 대형 화면을 쏠 수 있게 해서 회의도 가능하다. 와인 한잔을 할 수 있도록 와인셀러와 와인잔도 마련돼 있다.

당구대에서는 내기 당구도 할 수 있고, 직원들끼리함께 wii 게임도 즐길 수 있도록 별도 게임존도 만들었다. 이러다보니 직원들끼리 더 자주 모이는 기회가 됐고, 편하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노성일 이사장의 각종 이력과 상패로 CEO에 대한 신뢰도 함께 쌓일 수 있게 했다.

미즈메디병원 관계자는 "회식 후 2차공간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으며, 직원들로부터 굉장히 만족도가 높다"며 "외부손님이 오더라도 일단 이곳에부터 초대하면 다들 놀라면서 부러워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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