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질환은 대부분이 자가면역체계 이상에 의해 발생하며 관절·근육·피부·신경계·눈·귀·내분비계·폐·신장·혈관 등에 두루 나타날 수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 100여가지가 해당되는데 이 질환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지는 이 질환의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절의 파괴와 변형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전하고 있는 젊은 류마톨로지스트를 발굴 소개한다. 많은 애독 바랍니다. <편집자>

"친구처럼 위로·격려하며 치료완주 도와"

"류마티스 질환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들 특히 방송에서 많이 다뤄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어요. 모든 병이 그렇지만 류마티스 질환은 특히 조기발견과 정확한 진단, 조기 치료가 환자의 삶의 질을 확연하게 다른 양상으로 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고 정확하지 못한 정보가 아닌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나서야 합니다."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류마티스내과 윤보영 교수는 이런 연유에서 환자 교육이 너무나도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류마티스 질환의 증상들을 그저 늙어서, 잠시 그러다 괜찮아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아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이 공감하고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 질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진료실에서 느끼는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 정작 어찌 어찌해서 병원까지는 왔지만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거나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마티스 질환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환자들의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류마티스질환 치료 발전 속도 빨라
 
"학회를 통한 학술적인 부분도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류마티스내과 의사들은 모여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요. 학회 내 다양한 소그룹이 형성돼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소그룹을 통해서 관심분야가 같은 이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임상과 학술적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학회 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류마티스 질환의 치료에 있어서도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10여 년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약이나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약의 적용 기간도 빨라진데다 앞으로는 더 빠르게 신약이나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류마티스 질환은 완치 개념이 아니라 통증을 가라앉히고 증상이 개선되도록 조절하는 개념으로 보는데 현재 사용되는 약으로 조절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에 여전히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제에 희망을 걸기도 한다.
 
또한 병의 원인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이에 따른 약물도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자들과 편하게 지내는 것 좋아
 
윤 교수가 류마티스내과를 선택한 것은 면역학에 관심이 많았던 데서 기인한다. 류마티스질환은 면역계 관련 질환이기 때문. 공부하면서 너무나 많은 질환에 놀랐고 이들 질환을 알아 가는데 흥미와 재미를 느껴 열심히 공부했다.
 
더욱이 이를 토대로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만나면서 이 분야에 더 큰 애정을 갖게 됐다. 일단 장기전으로 돌입해야 하는 질환인데다 지치지 않고 치료에 임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그만큼 의사의 역할이 요구되는 질환이라 좀 더 환자들과의 유대관계를 위해 노력해 왔다.
 
"레지던트 때 10대 루푸스 환자의 주치의를 맡은 적이 있어요. 부모가 없어 복지시설에서 의뢰된 환자였는데 처음 병원에 왔을 때부터 모든 치료와 투병 과정을 함께 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죠. 결국엔 폐출혈까지 와서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팠어요. 질환의 특성상 환자들과 오래 함께 하다 보니 의사와 환자로서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도 배제될 수 없기에 나중에 가서는 환자 개개인의 형편이나 가정사까지 다 알게 되는 거예요. 환자들 중 사연 없는 사람이 없어요.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데 환자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면서 이같은 일도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지요."
 
대학병원에서 10년째 진료하면서 연세가 많은 환자들에게는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며 높이고 비슷한 연령대의 환자들과는 친구처럼 지낸다. 나이 어린 청소년 환자들에게는 밥을 사 먹이며 격려하기도 한다. 특히 대학에 입학하는 환자에게는 꼭 밥을 사며 축하한다.
 
"환자의 대부분은 권위적인 의사보다 편한 의사를 좋아하지만 모든 환자들이 친근한 의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예요. 환자들과 편하게 지내는 것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어떤 환자분은 의사가 강제로 무섭게 지시도 하고 그래야지 안 그러니까 약을 제대로 안 먹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느낀 것이 결국엔 환자도 자기에게 맞는 의사를 찾아가게 된다는 거였죠. 의사와 잘 맞아야 치료 효과도 좋아지니까요. 처방약을 잘 먹고 병원에 제 때에 오고 의사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입니다. 환자들이 자신과 잘 맞는 의사를 만나서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시집 내고 싶어…"

 
윤 교수에게는 소중한 시집 한 권이 있다. 의대에서 문학동아리 활동을 할 때 썼던 시들을 후배들이 한 권으로 엮어 졸업선물로 준 것이다.
 
의대에서 과대표, 동아리대표 등을 하면서 사람들과 많이 어울렸다. 문학동아리에서 썼던 시들을 꾸며 전시회를 열었고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을 나눴기에 지금까지도 의사 선후배들과의 인연은 이어져 오고 있다. 인턴 때 마지막으로 쓰고는 계속 못 썼던 시를 최근에 한 편 썼다. 이제 다시 시작인 것이다. 일기를 쓰고 기록을 꼼꼼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려 하고 있다. 환자들의 희노애락을 간접경험 삼아 시로 풀어내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치열하게 의사로서의 삶에 열심을 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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