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국내 외상 치료 수준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외상센터 한 곳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지난 3일 대전에서 열린 대한외상학회에서 특별연자로 초대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이국종 교수와 미국 UMC 외상센터 Peter M. Rhee 박사는 "외상치료 거점병원에 모여 있으면 환자를 더 집중해 치료할 수 있고, 예방가능사망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다수의 병원에서는 명목상 외상센터를 내걸면서 환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KDI 용역검토로 무산되긴 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6개 외상센터를 지정해도 단순히 센터를 펼쳐 놓기만 한다면 사망율을 낮출 수 없다. 게다가 외상외과 스탭을 제대로 트레이닝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간신히 외상센터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아주대병원에는 1년에 외상환자 1500명 정도가 방문한다. 그중 1200명이 레벨1 정도의 외상환자이고, 250명이 중증외상이다. 이들은 2~3번 이상의 수술을 거치며, 거의 매일같이 석 선장 수술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석 선장은 오히려 경증환자였다.

이 교수는 "제대로된 외상센터가 국내에 하나도 없다"며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이는 아주대병원도 80% 이상이 매일 밤 12시 이후의 수술이어서 스탭들이 간신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환자를 모으고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트레이닝하면서 의사와 환자를 모으면 예방사망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는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 외상센터의 예방가능사망율도 40% 이상이며, 일본 후생성에서도 50% 수준이다. 그만큼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다. 외상센터가 없는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하다. 표면에는 35%~40%로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60~7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제대로만 치료하면 바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Rhee 박사는 "열악한 외상 치료는 한국 뿐만 아니라 외국의 상당수가 그렇다"며 "당장 구축의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구축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의 사망률을 막으면서 그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손실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결국 여럿이 한데 모아 시스템으로 맞춰 치료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오히려 비용이 절약되면서 수입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Rhee 박사는 "한국은 10%이상의 환자가 여러 병원들을 전전긍긍하다 치료시간이 많이 늦춰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다 사망률이 높아진다"며 "한국의 의술은 좋지만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현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국종 교수도 "환자들은 대부분 40세 이하 노동생산성이 많은 이들로, 외상센터 하나만 잘 만들어도 전체 3만 5000명이 외상사망자 중 최소한 만명이상은 생존하게 만들 수 있다"며 "하나의 거점병원을 구축해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응급의료망이나 헬기 등에 부수적인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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