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도전정신…'쇼그렌증후군' 정복 꿈꿔

"류마티스 질환이라 하면 무조건 류마티스 관절염이 전부인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류마티스 질환은 관절염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에 통증을 초래하는 모든 질환을 포함합니다. 흔히 삭신이 쑤신다는 말들을 하죠. 삭신이 쑤시고 아픈 질환을 일컬어 류마티스 질환으로 부릅니다. 진료현장에서 환자들과 만나다 보면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정의를 총체적이면서 정확하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져요."
 
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는 광범위한 류마티스 질환의 종류와 나아가서 이들의 다양한 증상들에 대해 환자들이 알고 있으면 좀 더 조기치료에 나설 수 있고 이로써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병원 내 환자를 위한 건강강좌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류마티스 환자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류마티스 질환만 100여 가지…조기치료 중요
 
"류마티스 질환은 대부분 자가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것으로 관절과 근육은 물론 피부, 신경계, 눈과 귀, 내분비계, 폐, 콩팥, 혈관 및 위장관에 두루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루푸스, 통풍, 강직성 척추염, 섬유조직염, 베체트병, 재발성 류마티즘, 전신성 경화증, 쇼그렌증후군(Sjogren's Syndrome) 등을 포함해 100여 가지에 이릅니다.
 
치료의 목적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관절의 파괴와 변형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과 20여 년 전 만 해도 류마티즘은 사회적으로는 물론 의학계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했던 분야였다. 나이가 들면 으레 관절염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치료도 안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국내에서도 10년이 조금 넘은 짧은 기간 동안 류마티스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류마티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예전에는 서울의 큰 병원에나 가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요즘엔 어느 병원에서나 어렵지 않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그만큼 진료환경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단순 노인성 질환이라 여겨 민간요법이나 음식을 통해 자가 치료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론 이러한 류마티스 질환을불치병이라 단정해 아예 치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불치병이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낭설에 불과하다.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자가치료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의를 통한 객관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지만 류마티스 질환은 특히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증이 오면 병원을 찾아야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쇼그렌증후군 치료제 부족 가장 큰 문제
 

허 교수는 류마티스의 100여 가지 질환 중 쇼그렌증후군에 관심이 많다. 입과 눈이 마르는 증상을 특징으로 갖는 이 질환은 만성자가면역성 질환이다.
 
인체 면역 시스템이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동해서 점액질분비샘, 타액분비샘, 누액분비샘을 포함하는 시스템을 손상시킨다. 연령이나 성별과 관련없이 생기는 병이지만 주로 30대 전후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난치성 질환 중 하나이고 진행성 질환이라 환자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다는 점에서 치료법이나 약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질환이다. 더욱이 환자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병이 알려지면서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환자들은 귀와 입이 건조해지는 증상으로 이비인후과 찾았다가 류마티스내과로 의뢰된다. 류마티스 질환인 쇼그렌증후군이라고 설명하면 환자들은 상당히 놀란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10~20%는 동반되는데 이를 2차 쇼그렌증후군이라 한다.
 
"환자들에게 생소한 병명 이다보니 쇼그렌증후군을 설명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요. 쇼그렌증후군의 증상과 치료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질환에 대해 전체적인 설명이 필요하거든요. 하나의 나무가 있으면 거기에 가지처럼 병이 하나씩 뻗어나가는데 뿌리는 하나, 류마티스 질환이라고 말하죠. 외국에서는 관련 약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국내에는 병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현재까지는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치료약도 부족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질병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고 치료제도 다양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류마티스학회 내에 여러 소그룹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쇼그렌증후군연구회를 만들어 데이터부터 취합하는 등 의미있는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쇼그렌증후군과 관련 세계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환자 수가 많지 않고 인종별로 차이도 있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희귀 난치성 질환 중 증가 추세에 있어 연구와 치료에 적극 나서야 한다.
 
희귀 난치성질환의 문제점은 약의 부족이다. 안정적인 시장 형성이 돼 있지 않으니 수익성 보장없이 약을 들여오는 것은 무리겠지만 환자 치료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국가에서 이러한 소수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우연히 들어선 길…지금은 '필연'이라 느껴
 
"사실 얼떨결에 류마티스내과를 선택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상태에서 시작했고 그것은 미개척 분야에 대한 도전이었죠. 시작은 미약했지만 열심히 했어요. 지금은 '내가 그 때 다른 것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되돌아보면서 당시의 선택에 대해 참 잘했다 생각하며 삽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의사상을 류마티즘을 통해 실현하고 있으니 다른 분야 못지않게 보람을 느끼며 살아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서 상담도 하고 병원 내에서 타이치 운동을 환자들에게 직접 가르치기도 했어요. 타이치 운동 지도자 자격증을 위해 모두 여자 분들만 계신 곳에서 청일점이 돼 이수과정을 마쳤죠. 남들보다 늦게 출발하고 현재 잘 모른다고 해서 기죽지 말고 그럴수록 열심히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항상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의사이고 그래야만 환자들에게 인정받는 의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진정한 소통을 위해 환자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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