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교수

부정확한 인터넷정보, 절박한 환자는 믿는다
"대장암사이버클리닉" 통해 올바른 대장암 정보소통

현재는 "건강정보의 홍수" 시대라 일컬어질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환자들은 이제 실시간으로 정보를 검색한 다음, 병원에 찾거나 질문에 대한 빠른 답변을 기다리기도 한다. 따라서 단순히 진료실이란 좁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환자에게 주는 정보가 전부는 아닌 시대가 됐다.
온라인이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소통 수단이 되면서, 환자 만족도나 치료 성적까지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봤다.
 
대장암 사이트 통해 직접 답변
 

"아버지께서 항암치료 후 구토와 미식거림으로 인해 전혀 음식을 못드십니다. 동네의원에서 영양수액주사를 맞으려는데 괜찮을지 질문드립니다."

"영양제를 맞으셔도 크게 문제없습니다. 영양공급에 우선해 수분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영양수액제들의 성분은 그리 많은 차이가 없습니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황대용 교수(사진)는 매일같이 대장암에 대한 사이트에 접속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직접 달아준다. 이렇게 운영하기를 벌써 십수년째. 작은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현재는 "대장암사이버클리닉"(Koreacancer.com)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가지고 있다. 병원에 다니는 환자들을 위해서는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까페(cafe.naver.com/hopecrc)"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황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하는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병원이며, 의사와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고자 온라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korea"를 붙이게 되면 의외로 원하는 주소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일찌감치 주소를 선점했다. 그리고 최대한 병원 냄새가 나지 않는 홈페이지를 만들고자 디자인 했다. 휴머니즘이 녹아 있으면서도 평안함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이트에 Q&A를 오픈해 직접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추천사이트로 올라가면서 환자들에게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모르는 질문이 들어오더라도 직접 찾거나 다른 분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면서 스스로를 위해서도 공부하는 계기로 삼았다. 장난식으로 올리는 질문에 대해서도 꼬박꼬박 답변을 했다.
 
의사가 보기엔 같은 상황일 수 있지만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다르게 답변을 달았다. 황 교수는 "환자 하나하나마다 작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사 표현 하나라도 작은 차이를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성의있게 답변을 써주면서 환자들이 많이 몰려들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의사가 직접 답변하지 않으면서도 광고성으로 그치는 다수의 의학상담에 대한 아쉬움도 뒤따랐다. 황 교수는 "대중을 상대로 상담하기 어렵고 개인정보 노출 우려도 있기 때문에 포털은 1대1 상담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제하며, "트위터 등 SNS도 이용하고 있지만 환자와의 소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가 월급 준다" …더 열심히 진료

원자력의학원 재직 시절이었다. 지인과 함께 암센터 슬로건에 대해 고민하다가 "왜 원자력병원이 암으로 유명한가"란 물음에 "암이 아니라고 진단하면 암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이 답변은 환자의 신뢰는 물론,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고.
 
황 교수는 "암은 죽을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비해 많은 의료진들이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병원의 중심은 환자여야 하고, 병원은 환자의 마음이 평온해 질 때 가장 핵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병원의 근본을 벗어나다 보면, 일단 검사부터 하고 빨리 치료하겠다는 말밖에 남길 수가 없다. 결국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알지 못하고 소통할 기회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진료실 공간에서는 다른 환자들이 줄서서 기다리기 때문에 길게 질문하고 듣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온라인 상에서 소통의 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황 교수의 전화번호를 남기기도 한다. 환자가 온라인이나 문자로 전화번호를 남기면 직접 전화를 해서 시간이 되는대로 상담해준다.

황 교수는 "전화, 인터넷, 외래 등 환자를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며 오히려 외래에서 보는 것이 가장 짧게 환자와 만나는 시간이 된다"며 "이걸 왜 하냐거나 귀찮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환자가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면 신나서 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물론, 의사가 권위있던 시절에는 말을 적게 할수록 오해가 없다고 배웠다. 그러나 지금은 소통을 하지 않으면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없다. 그는 "환자는 죽을 때까지 진료를 받으면서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마련인데 이를 해소해주는 것이 바로 소통이며 결국 치료성적도 높인다"며 "또한 문제가 있을 경우 왜 문제가 있는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범람하는 각종 정보때문에 환자에게 경제적, 정신적으로 뒤따를 수 있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프라인으로 환자 모임 확대
 
소통을 위한 공간은 오프라인 환자모임으로도 확대됐다. 대장암 뿐만 아니라 다른 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등이 모이는 "정담회"는 매달 짝수 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병실 5층 휴게실에 함께 자리를 잡는다.
 
황 교수는 물론 간호사, 영양팀장 등과 함께 실질적인 궁금증에 대해 해소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일반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정을 나누는 시간으로 채우려 하고 있으며, 그간 치료를 토대로 경험담을 나눈다.
 
황 교수는 "암 환자는 아무래도 음식을 가장 궁금해한다. 짠 음식이 가장 좋지 않은데, 과도한 맛집 프로그램이 암 환자를 현혹시키곤 한다"며 "일본에서는 어떻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향후에는 홈페이지에 담아둔 대장암 정보와 상담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구현, SNS나 문자 메시지처럼 실시간으로 쉽게 주고받는 기능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대장암에 대해 계속 업데이트되는 정보도 줄 수 있다. 조금 피곤해질 수도 있지만, 이것이 바로 환자를 위한 배려다.
 
황 교수는 절대 환자에게 찡그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항상 웃는 얼굴 그대로다. 그리고 오늘도 틈나는대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아준다. "환자들을 위해 내가 존재하고 병원이 존재하고 암센터의 생존 이유"라는 기본 중의 기본, 어쩌면 많은 병원들이 잊고 있는건 아닐까.

사진·고민수 기자 msko@mmkgro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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