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에 그동안 가볼 기회는 특별히 없었는데, 이번 영입 과정에서 새단장한 병원 구석구석과 스타시티, 더클래식500 등을 구경시켜 주더군요. 생각보다 더 번화하고 발전된 모습에 약간 마음이 움직였는데,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선택의 이유가 됐습니다.”

6월 1일부터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료를 시작하는 유방암의 대가 삼성서울병원 외과 양정현 교수를 이제는 얼마남지 않은 삼성병원에서 만났다.

정년과 관계없이 외과의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회고한 그에게 병원 내부에서도 아쉽지만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다.

사실 사임하고 이대여성암전문병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백남선 전 건국대병원장과 동기인 만큼 고민도 많았지만, 간암의 대가 이건욱 교수 등이 옮겨온 그동안의 행적을 보고 고심 끝에 러브콜에 최종사인을 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삼성병원 초창기 멤버로 진료부원장까지 역임했던 터다. 조직이 커지고 후배들이 많이 생겨난 만큼 정년 연장의 기회는 손에 꼽을 만큼 적고, 그것도 1~2년 연장에 그친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나 외과의사의 수명은 검진센터 등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내과의사보다도 짧다. 양 교수는 “외과의사의 정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라며 “수술을 하지 못하면 수명이 끝날 수 있지만, 수술을 할 수 있는 나이와 여건임에도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정년 보장이라 해서 마냥 기대감만 있진 않다. 아직은 앞을 보며 달려가야 할 건국대병원이 진료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을 곳곳에서 들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부러 환자들에게 병원을 옮긴다고 알리진 않았다.

양 교수는 “삼성병원을 보고 택하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우선 20~30% 정도의 환자들만 따라올 것 같다”며 “유방암은 지속적인 관리도 중요하지만 신환창출이 더 필요한 부분이며, 병원을 옮긴 이후 6개월 정도는 병원시스템이나 신환을 세팅하는 시기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아직은 건국대병원이 민중병원 당시의 이미지가 남아있으며, 진료 외에도 연구활동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는 곧 의료 내부에서도 수준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Big 5"를 목표로 내세운 건국대병원에서는 절대적이라는 것.

양 교수는 “진료도 잘하고 연구도 잘하는 병원이라는 두 마리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진료만이 아니라 학회 활동과 연구에 주력해야 한단계 성장할 수 있으며, 교수연구실의 불이 밤늦게까지 밝혀져 있는 병원 분위기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건국대병원이 스타 교수 영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스타교수가 없어도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삼성병원의 초창기 때처럼 정년이 2년여밖에 남지 않아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기대반 두려움 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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