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강의 학생=필기 공식 깨고
함께 하는 수업으로 열린 사고 만든다

의대생들은 대체로 획일적이고 주입식의 수업을 많이 받는다. 항상 암기해야 할 의학용어와 인체 구조 투성이다. 수업시간에 끊임없이 필기를 해야 하고,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필기를 도맡아 하는 등 의대 공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언제나 일방적이면서도 빡빡한 수업에서 조금은 벗어나 그들의 생각을 읽고 듣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는 없을까?
의대생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수업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본보기가 있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스로 의료서비스 혁신 아이디어 찾게 도와


"융합의학 수업 자체가 프로젝트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시험은 없고 개인 프로젝트 평가와 팀 프로젝트를 진행해 의료서비스의 혁신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되지요. 새로운 혁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구를 이용해 결론을 도출해내도록 돕는 것이 바로 수업의 핵심입니다."
 
관동의대에는 다른 의대에는 없는 "융합의학" 강의가 있다. 의사이면서도 현재는 IT전문가로 더 유명한 정지훈 교수(사진)가 맡고 있다.

SNS 상에서도 "하이컨셉"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인사임을 반영하듯, 학생들과 서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에 "관동의대 융합의학강의" 페이지부터 개설했다. 학생들의 이메일 주소를 토대로 페이스북에 초대하고 "좋아요"를 클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60여명의 학생이 모두 가입했으며, 관심있는 외부인들에게도 오픈했다.
 
강의록을 올려 강의안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읽어봐야 할 참고자료, 링크도 올려뒀다. 강의안의 경우 조회수가 무려 1000건이 넘는다. 강의에 대한 질문을 공유하고 누가 오고 가고 체크했는지 알 수 있게 하면서 서로의 상호작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은 팀별로 4~6명 정도 협업을 하는 가운데, 소통을 토대로 더 높은 수준의 팀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했다.
 
페이스북에 자료를 올려두는 것은 간단하다. 강의안을 만들어 프린트 하는 수고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그전에 했던 수업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지식이 추가 되면서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안이나 참고자료를 읽어보라고 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며, 질문에 대한 답을 즉각적으로 해주면서 쌍방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해도 쉽게 따라오며,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미션을 자꾸 던져주다 보면 성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다보니 협업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프로젝트 결과물이 많이 도출됐다. 영화를 찍어오거나 회의 과정을 메이킹필름으로 제작한 사례도 있었다. 단순히 학생이라 생각하기에는 병원을 위한 다양하고도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많았다. 의대 수업 개선 방향에 소통이 중요하며 정 교수의 수업이 주고받는 수업 방식의 롤모델이라고 꼽은 사례발표도 있었다.
 
특히, 블록강의 형식으로 의료정보에 대해서는 헬스로그 양광모 대표와 함께 강의했는데, 문자와 함께 트위터를 활용한 질문을 받으면서 호응을 얻었다. 실제 미국에서는 강의 화면에 창을 두개 띄워놓고 한쪽에는 트윗생중계를 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노트북을 켜두거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된다.

정 교수는 "손들고 질문하라고 하면 질문이 잘 나오지 않기 마련이지만, 트위터를 통해 재미있는 질문이 실시간으로 쏟아진다"며 "페이스북 페이지에 더해 트위터나 문자를 실시간 강의 질문용으로 보완한다면 소통을 중심으로 한 강의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SNS 어떻게 실행하는지가 문제
 
소통이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교수 스스로 지식전달자의 역할을 하지만, 집단지성을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SNS 유행과 함께 외부의 관심있는 이들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이른바 소셜러닝을 시도하는 곳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한양대 정보사회학"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무려 2000여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수업 주제가 아니더라도 서로가 관심있는 화두와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댓글에 댓글이 이어진다.

이렇게 사람과의 관계에 기초한 SNS를 통해 여러 토론과 의견교환을 할 수 있으며, 웹사이트, 슬라이드, 동영상 등을 개인별 공유도 가능하다.
 
여러 가지로 흩어져 있는 각각의 SNS는 필요한 용도에 맞게 쓰면된다. 정 교수는 "트위터는 위기관리를 할 수 있고 실시간 검색이 가능하며, 블로그는 만든 콘텐츠의 발행과 검색을 가능하게 한다"며 "유투브를 통해 재미있는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도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개인포털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와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각종 다양한 건강정보를 주는 것은 병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IT기술은 공기와도 같다고 말한다. 결국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며, 누가 얼마나 활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따름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SNS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이 문제이며, 주도적으로 이용하는 롤모델을 따라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윗선에서 지시해 저항만 나타나는 것보다 바람직하게 흘러갈 것"이라며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공사례가 눈에 띄진 않지만, 내년쯤 더욱 많은 수가 이용하면서 의료계에서도 주목할만한 사례가 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존재가치 연구하는 "융합 학문"에 매력 느껴
 
정 교수가 "융합"이라는 학문을 택한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학문 그 자체가 존재하기 위한 가치에서 시작된 것이다. 정 교수는 "융합의학의 목적은 의료서비스 혁신과 의과학의 발전으로, 다른 여러 기본적인 학문과 접목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 떠오르는 IT융합 외에도 디자인융합, 경영융합 등이 가능하며 이것을 의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6월 초 명지병원 암센터를 오픈하면서 융합을 토대로 환자 중심의 디자인과 서비스를 다각도로 디자인했다. 정 교수는 "학문도 그렇지만 인간은 왜 사는지와 무슨 일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시작되면서 처음 융합학문에 뛰어들었다"며 "사회에서 길러진 자신이 어떻게 사회에서 더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연구하다 보니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융합의학에 관심있다면 다양한 활동, 경험 등 사회적 가치를 만들면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떻게 연결해서 결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의학 외에도 인문학, 심리학, 소통 등 전문영역을 3가지 정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정 교수의 경우 한양의대 졸업 이후 보건학 석사와 공학 박사를 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의대에도 폭넓은 교육을 위해 하나둘 인문사회학 강의가 개설되고 있는 점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수업도 조금씩이나마 생겨나고 있다. 당장은 작은 듯 보여도 내년, 그 후년이면 분명 소통을 바탕으로 수업을 들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간의 생각의 차이가 클 것으로 보여지면서, 정 교수와 같은 시도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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