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웅 판결, 의료계 알권리 숙원 풀었다

요양기관이 심사기준의 근거 자료 등을 요구하면 이에 대한 공개가 전면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강남구 압구정동에 소재한 노건웅 알레르기클리닉 원장이 그동안 진행해 온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심평원이 오는 27일까지 항소 결정 여부 등 일련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공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 원장은 약제요양급여기준제정에 관한 근거자료공개 소송을 지난해 제기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심평원의 행정정보공개거부와 관련해 인터맥스감마주사제의 급여인정기준과 관련한 회의자료 중 발언한 위원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에 대한 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노건웅 원장은 2006년 3월 심평원에서 제정한 인터맥스감마 투여에 대한 급여인정 기준과 관련해,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표준요법으로 제시된 대중요법을 12개월씩 실시하지 않더라도 단기에 인터페론 감마를 사용하면 쉽게 호전될 수 있음에도 부작용으로 인해 투약을 꺼리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제와 같은 약제를 환자들에게 12개월씩 우선 사용하도록 한 이 기준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여인정기준 제정 시 제공된 심평원의 진료비심사평가위원회 피부과분과 회의자료 및 회의록 등에 대해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해당 내용이 비공개대상이라며 정보공개거부결정을 통보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회의록에 기재된 발언자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심평원의 심사기준 설정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회의록의 공개를 통해 요양기관 종사자의 건전한 비판과 의견을 유도, 의료현실과 평가기준의 불합리한 불일치를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은 합의제기관인 위원회의 합의과정 자체는 공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합의제 구성원과 구성원의 합의참석여부 및 합의과정에서 제시된 여러 의견 등에 대해서는 공개되는 것이 통례라고 밝히고 공개로 인해 얻는 이익이 공개로 인해 침해되는 것보다 훨씬 큼으로 비공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이는 심평원의 심사 기준에 대한 요양기관의 자료 요청이 있을 때를 감안하면심평원이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의료계는 진료비 삭감 등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특히 심평원이 진료비가 조정된 요양기관에 보낸 조정 통보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을 토로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노건웅 판결은 의료계가 그동안 바라 온 숙원을 해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평원의 심사기준 공개 원칙은 법령상(수가고시-세부사항), 심사지침(원장), 행정해석, 심사위원 심사사례 등이다. 여러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환자 사례는 공개하고 있지만 개별 사례는 비공개로 처리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비공개로 처리된 사항에 대해 인적 사항 이외의 건에는 모두 공개 원칙을 세우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판결로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급여인정기준 제정 과정이 기록된 회의록 등이 요구만 된다면 낱낱이 공개돼 활발한 의견 개진을 통한 여론 형성이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심사기준 등은 언제든지 근거자료 공개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혁 의협 보험이사는 "이번 판결을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정보공개청구에 적극 활용하고 향후 심평원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협회 차원에서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의협 보험국에서 그동안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심사기준의 문제점과 개선점 등을 정리해 적절한 시기에 제정 당시의 근거 자료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할 예정이며 회원들도 개별적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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