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 원장-충주제중내과의원


예순. 녹녹치 않은 세월이 묻어나는 숫자이다. 사람도 예순을 넘기면 환갑잔치를 하며 자신의 탄생한 해가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해 축하를 받는다. 충북 충주에는 62년 된 의원이 있다. 충의동에 자리한 충주제중내과의원은 환갑을 넘기고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환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충주에서 가장 오래된 의원 충주제중내과. 길을 가다 누구에게 묻던지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충주제중내과의원을 알려준다. 그곳에서 이원태 원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충주에서 가장 오래된 의원
 
"1949년 아버님(이낙진)께서 제중의원으로 문을 열었어요. 아버님 혼자 진료를 하시다가 1988년부터 제가 함께 하게 됐지요. 이전에는 충주의료원 내과과장으로 있으면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아버님 앞에서 당당하기 위해 매사에 더 열심히 임했죠. 아버님은 아버지이자 스승이고 저는 아들이자 제자였으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흔이 넘어 일선에선 물러나셨지만 여전히 배우고 있어요. 이젠 아버님이 아니라 아버님의 환자들로부터 선배 의사로서의 족적을 들으며 환자들로부터 칭찬받고 환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의사의 모습을 알게 됐거든요."
 
지금은 자리를 약간 옮겨왔지만 옛 의원 간판이 아직 남아있어 아련한 추억을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도 규모는 큰 편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교통이 불편해져 좀 더 편리한 곳으로 이전을 했다. 어떻게 보면 잊혀지지 않기 위해 이전을 했다는 쪽이 맞을 수도 있다.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레 안쪽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눈에 잘 안 띄면 오랜만에 찾아온 아버님의 환자가 헤맬까 해서, 60년 이어 온 제중의원이 젊은 세대들은 모르는 추억 속으로 묻힐까 해서 말이다. 충주의 지역민들과 함께 해 온 동고동락사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정직한 진료가 가장 중요
 
이 원장은 환자 진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한 진료라고 여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상이 각박해지다보니 정작하지 못한 진료의 사례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이 약이 꼭 필요한 건가, 필요하지 않은 검사를 시켜서 환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가하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 보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올바른 진료의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정직한 진료에 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사가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은 필요도 없는데 수익을 위해 검사를 하거나 약 처방을 하는 것입니다. 실력이 부족해 처방을 잘 못 했다면 이후에는 더 열심히 공부하면서 실력을 쌓으면 돼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실력도 좋은데 정직하지 못하게 진료하는 것은 공부로도 노력으로도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안타까운 일이죠."
 
이 원장은 또 의사로서의 직업의식을 중요한 점으로 꼽는다.
 
의사로서의 직업의식이란 전문가로서 배운 것들을 직업적인 방편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삶에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각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의술을 행하고 결과를 지켜보다가 환자들이 좋아지는 것을 봤을 때 가슴 속에 차오르는 기쁨과 보람이 느껴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사이다.
 
부친에게 배우는 의사의 길
 
"의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아버님께서는 늘 이를 강조하셨고 할 수 있는 공부는 다 하라고 하셨죠. 자격증도 딸 수 있는 것은 다 해 놓으라고 조언하셨어요. 그래서 진료가 끝난 오후에는 공부하는데 전념했습니다.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아버님 말씀에 순종했더니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과 성인병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내원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대를 이어 한 길을 걷는 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닦아 놓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이에 비해 수월한 것은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개척자 정신에 견줄 만한 것이 바로 심적 부담감이다. 선대가 쌓아놓은 명성에 누를 끼치지는 않을까,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데 대한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처음 아버님 의원에 온 날, 상황이 비슷한 선배가 아버님 명성에 의해 오는 환자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환자들이 와서 아버님만 찾아서 아직 실력이 모자라나보다 하고 주눅이 들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같았어요. 하루 종일 아버님만 바쁘고 저를 찾는 환자는 없는 거예요. 하지만 조금 지나니 환자들 진료에 바빠지고 찾아오는 환자도 생기면서 진가를 발휘하게 됐지요. 환자들은 자신을 알아주는 의사에게 충성심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돼요. 특히 내과 환자들은 의료기관을 잘 안 옮기는 습성이 있어 20년 동안 봐온 환자들은 수두룩하고 심지어 30~40년 주치의 역할을 맡겨준 환자들도 많아요. 환자의 자녀들이 자라는 것도 다 보았으니 의사의 대 뿐만 아니라 환자의 대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네요."
 
인공신장실 통해 관련 질환 치료에 앞장
 
의료환경이 예전과는 다르게 변화되고 의원들도 늘어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수익은 환자들을 위해 재투자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여기에 환자의 접근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검사비용은 낮출 수 있다면 좋겠다. 2층에 있는 인공신장실과 3층의 건강검진센터도 이러한 맥락에서 유지되고 있다.
 
"사실 인공신장실은 신장질환 때문에 서울의 큰 병원으로 혈액투석을 받으러 다니셨던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 보여 만들었죠. 그런데 그것이 제중내과의원의 경쟁력으로 부각된 거예요. 만성신장질환이 증가하고 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지요. 최근에는 만성신장질환이 뇌심혈관질환의 사망률을 최대 8배나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경각심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환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2층에 꾸며진 작은 정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몸이 아파 찾아왔지만 잠시나마 푸르름을 눈에 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정원을 통해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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