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용 교수가 만든 'AMC 내과 전공의 토론장'에는
교과서에는 없지만 중요한 내용이 가득

'소통(疏通)', 우리 시대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일 것이다.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소통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의사국시에 실기시험이 도입되면서 환자 면담기법을 교과목으로 배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하다고 외치더라도 몸소 소통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 이들이 진정한 소통의 대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각계각층과의 소통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 어떻게 소통을 위해 나서는지 또 얻은 것은 무엇인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AMC 내과 전공의 토론장' 인기 만점

"교수님 저도 전공의 토론장에 초대해 주세요.", "저두요"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는 연일 전공의들의 초대요청 메시지로 아우성이다.

얼마전 정 교수가 내과 전공의를 위한 'AMC 내과 전공의 토론장'을 개설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내과 의국에서 만들어 관리 하려고 했지만 다들 정신없고 바쁜 상황.

어렵지 않으면서도 평소 잘 활용하던 페이스북에 정 교수가 직접 그룹을 개설했다.

1차적으로 내과 전공의를 초대하고, 울산의대 3·4학년 학생들도 참여하도록 했다. 동문들의 참여도 가능하게 하면서 현재 그룹 회원수가 220여명에 이른다.

정훈용 교수는 "내과 전공의 100명, 교수 100명, 임상강사 60~70명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활동하면 활발한 연구와 논의의 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전공의-임상강사의 연결고리를 거쳐야만 교수와의 소통이 가능한 구조도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교과서에 없는 중요한 자료들 교육에 활용
 

전공의 토론장의 목적은 우선 교육을 위해 활용된다. 전공의들이 수련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궁금한 부분을 올리면 질문에 대한 답을 여기서 해주고 다른 전공의들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문서로 별도 요약을 해서 올해가 끝날 때쯤 공식 문답집으로 엮어볼 생각이다. 또한 내과 스탭들이 강의에 사용한 설명쪽지를 직접 정리해서 넣거나, 교과서에 있지 않은 중요한 내용들도 남긴다.

정 교수는 "교과서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디테일한 내용은 쓸수 없으며,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료들이 없는 상태"라며 "교과서에 있지 않거나 강의록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많으며, 토론장을 통해 강의 틈새를 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친목 모임보다는 소통의 장 돼야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소통을 위해서다. 연초 레지던트 1년차에게 직접 집필한 책인 '복통의 진단학'을 선물하면서 모든 전공의들과 직접 대면한 일이 있었다.
 
그만큼 전공의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별도의 소통공간을 만들게 된 것이다. 어려울 것만 같던 젊은 사람과의 소통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눈높이를 맞춰보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상부위장관 파트만 따로 모은 'AMC-UGI' 페이스북 그룹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데, 매주 식사를 할 때 그룹의 글을 읽지 않은 이들은 대화를 끼지 못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개원의들이 함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내시경 등의 질환사진을 올려 함께 공부하는 취지인 '개원의광장'도 회원수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정 교수는 "SNS가 유행하고 있는데 의학 자체를 광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단순 친목 모임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며 "교육과 소통의 목적을 두고 쌍방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서로 얻어갈 점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페이스북에 100명이 가입했더라도 10명이 읽는둥 마는둥한다면 그들만의 소통에 불과하다는 것.
 
정 교수는 10명이 활동하더라도 한번씩 꼭 들러서 읽고 댓글을 남기는 그룹을 꿈꾸고 있다. 이미 기본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정 교수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는 이들은 관심이 없거나 다른 것이 더 우선시되기 때문"이라며 "분명 그룹을 잘 활용한다면 위식도 파트에서도 외과, 영상의학과와의 활발한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가 처음 IT에 눈을 뜬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애플컴퓨터를 처음 접한 순간은 충격과 감동 그 자체였다. 이어 본과 4학년에 무료봉사 활동하면서 발행한 처방전을 봉사에 나서는 다른 의사들을 위해 문서로 만들고 책으로 엮어보았던 것이 첫 정보의 활용이었다. 2005년부터는 컴퓨터에 환자의 질환 정보를 모아놓기도 했다. 연구논문을 쓸 때 활용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 차트를 찾기에 용이하다.
 
진료 중간중간 틈틈히 기록해두었던 것이 이젠 정 교수의 큰 자산이 된 것이다. 정 교수는 그동안의 노력과 시간투자에 대해 "이제는 IT를 모르면 살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며 "당장 IT가 없어도 살수 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끌려가면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통한 환자 교육이 목표
 
향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환자교육을 해보고 싶단다. 이를 위해 위식도 역류성 질환 공개강좌에서 소개하기도 했으며, 암 사후관리를 원하는 이들에게 정 교수 아이디를 알려주기도 한다.
 
또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고 개원의에 의뢰할 수 있는 협력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신속한 진료를 연결해 주면서도 수준높은 진료가 가능하도록 개원의들과 끊임없이 소통할 생각이다.
 
정 교수는 "이런 작은 활동 하나하나가 조직의 열린 문화를 위한 체질을 개선하고, 여러 곳에서 많은 논의를 통해 연구하는 분위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환자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진정한 일차의료와의 협력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서울아산병원 내부는 물론, 소통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다른 병원들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통을 위한 노력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그날까지, 각각의 페이스북 그룹에는 하나둘씩 회원이 늘고 알찬 글들이 쌓여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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