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검사를 비의료인이 시행…위험한 발상


서울시교육청이 시범사업을 통해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구성하고 서울전체에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한임상건강증진의학회 김영식 회장(성균관의대 교수)은 이번 선별검사에 반대를 하는 이유로 우선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ADHD 선별검사의 정확성이 규명돼 있지 않고, 우울증의 경우 선별검사로 가능한 평가도구들이 있지만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선별검사 사업에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약물오남용, 사회적 낙인, 검진에 대한 인식 등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선별검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
김 회장은 "국가건강검진위원회 검진기준 및 질관리반 간사를 맡고 있지만, 시범사업이나 확대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소아청소년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가 연구 목적으로 시범사업 규모로 시행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일 경우 문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선 선별검사의 타당성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직 어떤 나라도 이를 시행하는 국가가 없고, 사회적인 부작용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예를 든 국가는 미국, 영국, 캐나다다. 미국질병예방관리위원회(UPSTF), 영국국가검진위원회, 캐나다질병예방위원회 등에서는 ADHD 선별검사에 대한 근거수준을 "불충분(insufficient)"로 두고 대상질환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우울증은 임상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정도로 캐나다와 영국에서는 선별검사를 권고하고 있지않고, 미국에서만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단, 치료, 추적이 가능한 경우에만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 내부의 의견취합도 없이 진행돼서는 안된다"며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진단에 사용되는 설문도구 역시 선별검사에는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환자 발굴 후 치료는 나몰라라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주체가 학부모, 보건 및 담임교사,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생이 설문을 통해서 진행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검증된 우울증 선별검사도 미국의 경우 진단-치료-추적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하도록 돼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청소년 대상 우울증 선별검사 권고안에서는 조기발견 및 적정치료를 목적으로 13~18세 청소년이 방문했을 경우 진료능력을 갖춘 정신과를 제외한 1차 의료기관 의사들이 우울증 선별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잠재환자 및 고위험군으로 진단될 경우 정밀검사 및 치료에 대해서는 학부모에게 권고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환자군을 발굴한 후 치료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자칫하면 무책임한 행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은 진단에서 치료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시범사업 통계에서 1, 2차 선별검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양성(false positive) 환자군의 비율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는 점도 언급했다.

교사들 학생 판단에 검사결과 영향
김 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사회적인 여파다.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다른 국가보다 더 관대하지 않은 편이고, 소아청소년은 아직 발달과정에 있는만큼 더 극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사업진행 과정에서 담당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보안을 철저히 해서 외부로의 정보유출을 막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의 상황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ADHD의 경우 학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검사를 시행하지만, 학교에서의 불이익을 고려할 때 수동적인 동의선택이 될 수밖에 없고, 검사 이후 정신보건센터나 병의원에 출입하는 것 자체가 학교에서 소아청소년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새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증세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고위험군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이런 불필요한 낙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검사결과가 담당교사와 담임교사에게 전달된다는 점 역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기록부와 별도로 관리하더라도 검사결과로 인해 학생에 대한 담임교사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이에 김 회장은 검진전문의가 직접 자료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오남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김 회장은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ADHD 약물 오남용 문제가 이슈가 됐었고, 미국 등 외국에서는 항정신병약물에 대한 소아청소년의 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소비자보호단체에서도 단지 16%만 실질적으로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이었다"며 고위험군의 증가와 함께 약물오남용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료를 위한 진단과 검진 구분해야 
김 회장은 "검진이 많을수록 좋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며 소아청소년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 이전 우리나라의 검진에 대한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진은 기본적으로 질환의 발병 전 검사를 통해 조기치료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지만, 사회 및 개인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런 시각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 및 치료와 암 검진을 통한 진단 및 치료를 비교했을 때 근거나 개인적인 부작용 등의 측면에서 똑같이 볼 수는 없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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