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8일 당뇨병용제 급여기준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의 당뇨병용제 급여기준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 당뇨병 약제급여기준 개정안에 대해 성토했다.

이날 참석한 학계 및 개원의들은 중차대한 사항을 사전 의견조율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과연 당뇨병을 잡겠다는 것인지, 당뇨환자를 잡겠다는 것인지 의도를 모르겠다. 일관된 기준은 그렇다 치고 의료현실과 합치되지도 않는 근거도 부족한 당뇨병용제 급여기준 개정안을 어떻게 공청회 등의 심도 있는 사전 의견 조율 절차 없이 무조건 강행하려고 하는지 베일에 싸인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개정안 중 서양인과 다른 국내 당뇨환자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당화혈색소(HbA1C)가 6.5% 이상인 경우 Metformin만 단독 투여토록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처사이며 재정절감만을 위해 당뇨환자의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치료단계 변경시마다 당화혈색소(HbA1C) 검사를 의무화해 환자의 본인부담을 증가시키는 문제나 소견서를 별도 첨부하도록 한 조치로 인해 결과적으로 치료의 연속성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문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정부가 겉으로는 당뇨환자 등 만성질환자의 철저한 관리를 외치며 속으로는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도록 방치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당뇨환자를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당뇨환자를 잡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한 학계 관계자도 "이 고시 개정안의 당초 목적은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당뇨병 고가 약제에 대한 처방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이나 정부 내에 당뇨병에 대한 전문가가 전혀 없고 더욱이 일선 의료현장이나 당뇨환자가 느끼고 있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외국의 일부 문헌만을 참조해 개정안을 만들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것 같다"며 비판을 가했다.

이 외에도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당뇨환자도 개정 고시안을 지켜야 하는지 ▲개정 고시안에 의거 Metformin 복용한 당뇨환자가 더욱 악화돼 2제, 혹은 3제 요법을 처방받았다가 HbA1C 수치가 다시 7.0%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Metformin만을 복용해야 하는지 ▲현행 요양급여기준에서는 당화혈색소 검사를 1년에 4번에 한해 인정해주고 있는데 개정 고시안을 그대로 지키려면 1년에 수십번 검사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시 정부가 과연 이를 뒷받침해 줄 재정이 있는지 ▲개정(안)은 최초 Metformin 처방기준을 HbA1C 수치 6.5% 이상으로 잡고 있어 수치 이하인 경우에도 당뇨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돌려보내라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지적됐다.

이혁 의협 보험이사는 “이번 대책회의를 통해 개정 고시안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드러났다. 이에 의협이 의견조회 기간 동안 학계, 시도, 개원의협의회가 공조한 합리적인 의견을 제출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복지부가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학계, 시도, 개원의협의회, 일선 회원 개개인의 항의 방문, 의견 개진, 1인 시위 등 의료계가 취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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