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수준 등급화 적용한 지침 21개 뿐
- 학회·질병별 근거 기준 제각각… 사용자 혼란 가중

AGREE 도구 평가 결과 낮은 점수도 문제점

현재 진료지침을 만들고 있는 곳은 대한의학회와 지난 해 4월 출범한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 (NSCR :이하 사업단)이다. 복지부가 대한의학회에 용역을 준 "진료지침 개발 사업"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1억원의 지원을 받아 2개 분야의 진료지침을 만들어내고 있고, 웹상에서는 진료지침 정보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사업단은 허혈성심질환, 우울증, 제2형 당뇨병, 노인성 치매 등 2004년부터 복지부가 지정한 11개 질환별 임상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단의 허대석 단장은 최근 COPD 진료지침을 내놓았고 앞으로도 11개 임상연구센터에서 각 하나씩 진료지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 등에서는 2개 이상의 진료지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의학회에서도 진료지침 제정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진료지침 제정 팀을 만들었다. 박윤형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협 연구소에서 진료지침을 만드는 큰 틀을 짜고 관련 논문의 정리와 분석 등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이화여대가 참여하고 있다"며 "과거에 진료지침이 학문적 연구처럼 진행됐으나 앞으로는 연구를 넘어선 실제 사용지침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학회와 사업단 등에서 각기 진료지침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박윤형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진료지침은 의학회도 만들 수 있고 사업단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학회가 주도적이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업단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최근 사업단이 사업평가와 신규 사업계획을 의협이나 의학계 대표단이 참여하고 있는 운영위원회에서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또 진료지침 연구사업을 외부인 공모 연구과제에서 사업단 운영사업으로 전환해 진료지침 업무를 사업단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관장하는 정부 주도형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는 의료계는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내며 진료지침은 학회가 주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거중심 진료지침 개발은 시작단계로 완벽한 근거분석 및 평가방법론에 의한 지침개발은 아니더라도 근거중심의 진료지침 개발에 대한 인식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2010년 11월말 기준으로 진료지침은 모두 107개다. 이중 근거수준의 등급화 혹은 권고수준의 등급화 기준이 적용된 진료지침은 21개로 19.6%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형 근거분석 및 평가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진료지침을 개발하는 학회간 분야별 질병별로 서로 상이한 근거수준의 등급화 체계 및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여러 질환의 환자를 진료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진료지침의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도움을 받기 보다는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개발그룹 구성이나 개발방법에 대한 자세한 기술이 없고 AGREE 도구로 평가한 결과 영역에서 외국에서 개발된 진료지침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 것도 문제점이다.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근거중심 진료지침 관련 기술개발 워크숍에서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신인순 교수는 "권고수준의 등급화를 결정하는데 있어 근거의 질 이외에 적용가능성, 비용-효과 등 여러 종류의 핵심구성요인을 감안해 서로 다른 권고수준의 등급화 체계를 사용하면 혼란이 있다"라고 말하며 이제는 우리나라에 맞는 근거등급과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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