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만 신경…홍보 마케팅은 나 몰라라



임상의 진료지침 활용 못한다
- 인쇄물·CD·인터넷 배포 등 활동 부족
- 다학제적 개발 미흡·교수 중심 구성원도 문제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만들어진 진료지침을 의사들은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천식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후 소아과 의사 95%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45%가 진료지침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신림동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강 모 원장은 "진료지침을 중요하게 고려해 환자를 진료한 적은 없다. 물론 진료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한 번 보기는 하지만 진료에 적용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압구정동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 추 모 원장도 입장은 비슷했다. "의사들은 자신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다음이 동료 의사들의 조언을 참고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진료지침을 환자 볼 때 활용하지는 않는다."
 
진료지침이 이처럼 임상에서 외면 받는 이유는 제대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안형식 교수가 121개의 학회를 대상으로 진료지침의 개발, 적용, 보급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62개의 학회가 응답한 이 설문조사에서 진료지침은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고 단지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우선 인쇄물로 배포되거나 인터넷, CD로 배포된 것은 없었고, 11개 학회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고, 학회지에 게재한 학회가 4곳, 진료지침을 교육한 곳이 5곳, 활용도를 조사한 학회가 5곳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의학회를 비롯한 사업단 등도 진료지침을 만드는 주체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까지는 고민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사업단은 진료지침을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지 지침의 적용이나 활용 또 활성화에 대한 것은 우리 몫이 아니다. 복지부 위탁사업인만큼 복지부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의 한 관계자도 "진료지침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홍보하는 일에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임상에서 잘 쓰려면 잘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만들 때부터 의사들이 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문제는 진료지침을 만들 때 참여하는 구성원의 문제다. 외국의 경우 10~20명 정도 인원이 참여하고, 대부분 3~5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다학제적 그룹으로 진료지침을 만들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의사를 비롯 역학자, 통계학자, 경제학자, 임상 또는 사회심리학자, 환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동일한 진료 과목의 전문의들이 모여서 만드는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진료지침을 만들 때 여러 전문과목의 의사가 포함된 경우라도 엄밀히 말하면 다학제 개발 그룹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안 교수는 "사용 대상자의 참여가 빠진 대학교수 중심의 진료지침을 만드는 것과 의사 외의 보건인력이 드물고 환자그룹이 없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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