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I·CABG, 수술·약물치료, 우위보다는 협력강조

올해 미국심장학회(ACC) 학술대회에서는 작년 항혈전제 신약에 관심을 뺐긴 외과적 수술치료 전략들이 프로그램을 수놓았다. 특히 발표된 연구들이 특정 치료전략에 무게를 싣기보다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전략을 추가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우선 가장 먼저 조명을 받은 것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 적용하는 트랜스카테터 대동맥판막이식술(transcatheter-valve implantation, TAVI)이다. 작년 트랜스카테터 심혈관치료 학술대회(TCT)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바 있는 TAVI는 벌룬확장형 판막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번 ACC에서 PARTNER 코호트 A 연구를 통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PARTNER 코호트 A 연구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TAVI와 기존 대동맥판막치환술(aortic-valve replacement, AVR)과 비교해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PARTNER 코호트 B 연구에서는 비용대비효과도 유의하다는 결과가 이미 제시된 바 있어 학회 전문가들은 "심혈관 치료전략의 진일보"라고 평했다.

PARTNER 코호트 A 연구가 관심을 모은 이유는 연구결과와 함께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작년 TCT에서 PARTNER 코호트 B 연구가 무작위 임상연구로 발표됐지만, 수술적 치료가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수술가능 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연구인 PARTNER 코호트 A 연구에 기대감을 실은 바 있다.

하지만 TAVI가 모든 환자에게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됐다.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중증 대동맥협착증 환자에게 AVR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TAVI를 권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PARTNER 코호트 B 연구에서는 등록했던 수술적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현재는 트랜스카테터 수술이 힘든 고령의 환자나 상태가 안좋은 환자에게는 권장하지 않고 있고 위험도가 낮은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의 PRECOMBAT 연구도 관심을 모았다. PRECOMBAT 연구는 좌주간부 관상동맥협착증 환자에게 실로리무스-용출(sirolimus-eluting) 스텐트를 활용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과 관상동맥우회로수술(CABG)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로 두 치료전략가 동등한 결과를 보였다. CABG가 기본적인 치료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럽심장학회(ESC)와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가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PCI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PRECOMBAT 연구는 뜨거운 논의의 대상이 됐다.

비록 연구결과 자체로는 임상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힘이 부족했고 환자의 하위 그룹 분류도 제한점으로 지적됐지만, PCI와 CABG 간 효과에 대한 무작위 임상이 많지 않고 진행 중인 대규모 임상인 EXCEL 연구의 발표시기가 아직 멀었다는 점까지 더해져 충분한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런 흐름은 수술적 치료전략들에서만 그치지 않고 약물치료 전략과의 비교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으로 진행한 STICH 연구에서는 허혈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치료와 CABG가 비슷한 혜택 수준을 보였다. ACC 공동의장인 캘리포니아대학 Edward J. McNulty 교수는 "지난 20여년 간 심장이 약하고 동맥이 막혀있는 환자에게 바이패스 수술이 더 나은 치료전략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약물치료의 비약적인 발전도 간과할 수 없다"며 STICH 연구가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연구에서는 CABG군에서 사망률이 더 낮게 나타났지만, 약물치료 중 CABG를 받은 환자들도 포함돼 있어 추가적인 분석과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PARTNER 코호트 A 연구, PRECOMBAT 연구 모두 발표세션의 토론에서 공통적으로 논의된 부분은 기존의 치료법과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전략들을 제시한 만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선택지와 정보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STICH 연구 분석 중 약물치료군에서 CABG로 전송된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 단독군보다 모든 사인 사망률 30%이 감소했다는 결과는, 우선되는 치료전략의 선택보다는 치료전략 간 협력을 통한 합리적인 결과 도출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