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수술실찾아 헤맺을 것...중증외상센터 경제논리로 보면 안돼


"서울 한복판에서 외국인 선원이 6곳의 총상을 입었다면 살 수 있었을까?"

25일 "중증외상센터 문제점 및 발전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회보건의료포럼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이국종 교수(아주의대·사진)는 한국의 중증외상 치료시스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외상으로 인한 사망은 40세 미만 사망원인 1위이며 전체 사망률에서도 9.1%를 차지, 암(28.3%), 심뇌혈관질환(19.5%)을 잇는 주요 사망원인이지만 이에 대한 치료시스템은 형편없다는 것.

이 교수는 "오만에서는 석 선장이 응급실에 도착한 지 불과 1시간만에 최고의 의료진들이 모여 수술방에서 수술이 이뤄졌다. 오히려 국내에서라면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단적으로 말했다.

우선 중증외상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많은 시간을 소요할 것이며, 응급센터에 이송이 되더라도 정작 수술할 의사가 없어 수술실에 못 들어가고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소위 3D 진료과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중증외상 전문의는 전무하며 획일적 수가 적용으로 열심히 치료할수록 적자만 나는 자괴감에 병원을 떠나거나 전문과를 바꾸는 외상전문의도 있다. 2012년에 부산대병원에 개원 예정인 외상전문질환센터도 외상전문의를 찾지 못해 개원에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문제점 논할 시스템 자체가 "전무"
또 3차병원은 수익이 안되는 중증외상환자의 진료를 기피하고 병상수를 채워 수익을 내야 하는 2차병원이 환자를 받지만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사망률을 높이고 있는 이유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외상환자를 적절히 전원할 의료기관과 전문의가 없다 보니 매년 3만명의 환자가 사망하고 이중 33%인 1만명은 예방가능한 부분이다. 반면 미국 메릴랜드주는 5%, 일본은 10%에 불과하다.

국내에는 외상 치료에 대한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에 논할 문제점 자체가 없다는 것이 일선에 있는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산업화에 따른 산업재해 환자가 늘고 자살시도가 늘면서 자살 실패율도 늘어나 중증외상 환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많은 중증외상환자들이 생산현장에 있거나 소위 사회의 여론을 끌만한 지도층이 없어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다. 이번 관심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제성 평가, 자체가 문제
중증외상치료 시스템 구축에 접근하는 정부의 경제성 중심의 시각에도 일침을 가했다.

최근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할 경우 긴급히 이송해 치료할 권역외상센터를 전국에 6곳 정도 설립할 계획이 있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당초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설립 비용 6000억원에 비해 경제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외상센터를 두고 수익구조를 고민하는 등 심각한 판단 오류에 빠져 있다"며 "외상센터는 환자 치료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재정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의 경우 매년 자동차 등록세에서 13.50불을 각출해 매년 총 67불을 응급·외상관련 기금으로 적립한다. 일본 역시 2차병원 이상의 센터에 정부와 지방, 병원이 2:1:1의 비율로 2억엔의 예산을 투입한다. 또 의료보험 특별수가를 마련해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별도의 수가를 책정하고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반대로 가야 살린다
허브와 같은 외상센터를 중심으로 의료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피력했다.

이 교수는 "외상환자는 의료전달체계를 거칠 수 없다. 반대의 순서로 가는 것이 중증외상환자를 살릴 수 있는 첩경"이라며 "중증외상센터 설립에는 전문인력과 그들의 신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적 지원과 보호가 절실하다"며 정부의 인식변화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중증외상센터 설립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확답"이 아닌 "노력"을 약속했다.

이 정책관은 "경제성 평가만으로는 정책의 필요성을 결정할 수 없고 국가보건 의료수준의 향상과 국민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중증외상센터가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사업규모를 조정하거나 계획을 일부 수정하더라도 국가 외상체계 개선에 필수적인 부분은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서 "제2, 제 3의 이국종 교수와 같은 분들이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외상치료 전문가 양성에 대한 지원도 병행할 것"이라며 "기본적인 국가 인프라로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한 외상체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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