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기 장애등급 판정은 별도 연구와 함께 이후 추가로 제안

실용지침에서 크게 5가지의 주제에 대한 권고안들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모든 권고안들이 무사통과 된 것은 아니다. 이미 사전 논의를 거친 내용들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한 단계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COPD GOLD stage Ⅱ에서의 혼합제'의 경우 심평원에서도 급여 지급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약물에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차원에서 권고하도록 했다. '호흡기 장애판정'의 경우 이익관계의 편견(conflict of interest)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적으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있어 이의 연구결과가 나오면 추가 논의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COPD stage Ⅱ 혼합제 효과

COPD 치료에 혼합제를 현재 급여 기준보다 넓은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안도 제시됐다. 실용지침에서는 GOLD stage Ⅱ COPD 환자들이 장기작용 무스카린 길항제(LAMA) 유지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도 지속적인 호흡곤란과 COPD 악화 반복이 지속될 경우 장기작용 베타2 작용제(LABA),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를 추가한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ⅡC)고 제시했다. 단 GOLD stage Ⅱ COPD 환자들 전반적으로 사용하기보다 환자에 따른 약제의 반응과 효과, 부작용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GOLD stage Ⅱ COPD 환자에 대한 혼합제 사용에 대한 근거는 영국 NICE 가이드라인과 국내 30개 다기관에서 진행된 SUPER(a Study Upon Pharmacologic treatment for a new ERa in COPD health) 연구에서 찾았다.

NICE 가이드라인은 ICS 병용요법 효과의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들 중 GOLD stage Ⅱ 환자들을 포함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SUPER 연구도 GOLD stage Ⅱ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하위 분석연구를 결과 LAMA+LABA+ICS 병용치료군이 LAMA 단독치료군에 비해 1초강제호기량(FEV₁)에서 유의한 향상을 보였고 삶의 질 역시 SGRQ 점수 -4.5의 개선을 보였다.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GOLD stage Ⅲ(FEV₁<50%) 이상의 중등도를 보이는 COPD 환자들에게 장기작용 기관지 확장제와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ICS를 포함한 병용치료가 폐렴발생의 위험도는 높일 수 있지만, COPD의 반복적인 악화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용지침 위원회는 실제 ICS 병용요법의 효과를 보여준 논문들 중에 GOLD stage Ⅱ 환자들도 포함돼 있었고, 임상에서도 GOLD stage Ⅱ 환자들의 증상조절과 폐기능 향상을 위해 ICS 병용요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ICE 가이드라인의 근거가 됐던 UPLIFT 연구와 OPTIMAL 연구, 그리고 SUPER 연구가 모두 나름대로의 한계점이 있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은 근거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고, 심평원은 학회 차원에서 급여 권고안을 올리도록 요구해 실질적인 적용은 유보된 상태다. 이에 실용지침 위원회는 추후 추가적인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UPLIFT 연구는 LABA와 ICS 사용에 대해 무작위 비교가 되지 않았고, OPTIMAL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GOLD stage Ⅲ 환자들로 stage Ⅱ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SUPER 연구의 경우 연구기간이 짧아 삼제 병용요법군의 COPD 악화 감소 효과 평가가 힘들다고 부연했다.

▲호흡기 장애판정

이번 실용지침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장애판정'이다. 이번 실용지침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연구가 있는 상황으로 2010년 대한의학회가 호흡기 장애판정에 대한 연구를 이권개입 없이 진행한다는 목적 하에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 비공개로 요청한 바 있다. 현재 학회에서 연구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고 발표 후 실용지침 내용에 더해 수정보완 한다는 계획이다.

실용지침에서 검토한 내용은 2010년 5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서 조정된 장애등급에 대한 근거 검토와 개선안의 제시다.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서 호흡기장애는 일상생활이 현저히 제한되는 만성, 중증의 호흡기 기능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장애진단 직전 2개월 이상 진료한 의료기관의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또는 산업의학과 전문의가 진단해야 하고, 현재의 상태와 관련한 최초 진단 이후 1년 이상이 경과하고, 최근 2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 후에 호전의 기미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장애가 고착되었거나 폐를 이식받았을 때부터 호흡기 장애로 판정한다. 검사에 대해서는 장애판정 1년 이내에 호흡곤란 정도, 흉부 X-ray 활영, 폐기능검사, 동맥혈가스검사 등을 통한 객관적 검사소견이 있어야 하고, 필요한 경우 흉부 CT, 기관지내시경, 운동부하 폐기능검사, 폐 환기-관류 동위원소검사, 폐동맥 촬영술 등을 시행해 정확한 진단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는 호흡기장애 1급을 주도록 한다. 또 한 쪽 폐 이상을 절제하는 폐절제술을 시행받은 환자, 한쪽 폐 이상이 파괴된 환자, 기관지 흉막샛길(bronchopleural fistula)을 가진 환자, 흉벽의 결혼으로 흉벽창을 만든 환자 등은 호흡기 장애 3급으로 한다(ⅣB)는 내용도 제시했다.
 한편 대한의학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DLco 판정기준과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DLco 40% 이하에서 중증의 호흡장애가 발생하고 미국흉부학회와 미국의학회에서 지속적으로 이 기준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개발보다 보급이 중요하다
- 만성기도폐쇄성질환 임상연구센터 오연목 교수

이번 실용지침이 관심을 모은 것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COPD 임상진료지침의 업데이트와 함께 실질적인 보급문제까지 과제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기도폐쇄성질환 임상연구센터 오연목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는 "학회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는 일은 집필진의 많은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지만, 실제 보급과 활용의 문제는 가이드라인 제작과 또 다른 일이다"며 보급을 위한 노력이 가이드라인 제작만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번 COPD 실용지침에서는 국내 상황에 적합하고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기 위해 NECA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는 한편 개원의의 의견 반영과 심평원과의 협의도 함께 진행했다.

이런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심평원으로부터 호흡재활에 대한 급여신청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고, GOLD stage Ⅱ COPD 환자에 대한 혼합제 사용은 학회차원에서 급여 권고를 신청하도록 했다. NECA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은 혼합제 사용에 대해 근거의 보충을 위한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교수가 내용의 논의보다 무게를 두고있는 부분은 보급이다. 심평원, 개원의와 논의 과정을 거친 것도 이를 위한 것. 오 교수는 "COPD 진단을 위해서는 문진만으로는 부족해 폐기능 검사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급여도 지급되고 있다"며 조기진단을 위한 기반은 마련됐지만, "현재 1차 의료기관 중 내과의 3분의 2가 폐기능 검사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사용하는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실용지침의 내용과 별도로 실제 활용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사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혈압, 혈당 검사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지 않게 되기까지 약 20여년의 시간이 필요로 했지만, 여기에는 의사들의 진료행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오 교수는 "폐기능 검사 역시 환자들에게 필요성을 주지시킴과 동시에 환자 스스로 시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의사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실제 1차 의료기관 현장에서 통용되고 필요한 임상진료지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 사업 초기부터 주기적으로 함께 논의를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학회, 국가 사업단뿐만 아니라 개원의측에서도 적극적인 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질환에 대한 1차 의료기관 가이드라인 확립을 위해서는 우선 1차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수집하고, 이후 논의를 통한 피드백을 통해 내용을 수정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COPD 실용지침에서도 일선에서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제를 매년 발굴해 근거를 검토하고 권고안을 도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한편 개원의들은 COPD 실용지침과 함께 NECA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이 진행하고 있는 질환들의 실용지침을 묶어서 발표할 것을 원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한데 모아서 보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6일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은 우울증 진료지침에 대한 1차 공청회를 가진 바 있어, 이에 대한 논의에도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겠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