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임페리얼대학 피터 세버 교수



세계적인 심혈관분야 석학인 영국의 임페리얼대학의 피터 세버 교수가 hs-CRP(고반응성단백질 이하 CRP) 측정이 심혈관위험 예측 요소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를 내놔 국내 심장전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RP가 일차적인 심혈관위험 예측 요소가 되느냐의 논란은 지난 2008년 JUPITER 연구가 나오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연구의 결론은 "예스"였다. 즉 CRP를 주요 독립적인 심혈관예측 지표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뒤 ASCOT 연구를 근거로 CRP가 심혈관계 예측인자와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상충되고 있다. 특히 이 결과가 지난 2010년 미국심장학회에서 대대적으로 발표되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영국고혈압학회 회장이자 전 유럽 혈압 및 순환기확회 회장인 피터 세버 교수가 방한해 CRP가 하나의 독립적인 위험요소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교수는 "심혈관질환이 발생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흡연, 비만 등 5가지 요소"라면서 "따라서 심혈관위험 예측인자는 이런 요소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CRP는 5가지 위험요소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염증인자이지 프라임 요소는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흡연, 비만 등이 CRP를 올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요 지표로 봐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적인 견해에 대해서는 단독적으로도 CRP를 높일 수 있는 다른 요소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방세포가 많은 비만환자의 경우 간 대사를 거쳐 CRP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JUPITER 연구도 다소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JUPITER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대상이 전부 비만이었다는 것"이라며 "비만은 실질적으로 CRP수치를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CPR가 그다지 위험예측인자로의 큰 개선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교수는 "MI 등에서 CRP레벨을 측정해보면 일반적인 CRP 레벨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의 손상이나, 염증, 뉴모니아, MI 등이 진행된 상태에서 측정해보면 CRP가 수배에서 수백는 더 높게 측정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이 때문인지 결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연구결과만 보면 비만인 사람들을 찾아서 그 사람들에게 약을 줘야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어떤 의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비만인 사람들에게 덜먹고 운동을 하라는 게 낮다. 스타틴으로 치료하라는 게 비용효과적일지도 생각해봐야한다"고 역설했다.

복잡하다면 아예 CRP를 무시해도 좋다는 견해도 시사했다. 교수는 "솔직히 고백하면 임상연구를 위해 사용한 것을 빼고 한 번도 측정해본 적이 없다"며 "따라서 유용한 툴인지는 믿지 않고 있다"며 무용론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말 환자를 스타틴으로 치료할 계획이라면 앞서 5개의 측정요소를 기반으로 10년 동안의 심혈관위험 발생률을 계산해서 투여한다며 굳이 보고 싶다면 볼 수 있겠지만 5개 요소 외에 추가적으로 뭘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용효과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기준으로 CRP로 측정할 지도 숙제거리는 것이다.

그는 "급성관상동맥증후 또는 MI환자 같은 경우는 실질적으로 조직손상의 경우 CRP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에 속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CRP 측정은 전반적인 비용만 지출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의 이 같은 견고한 견해는 미국 가이드라인 개정의 성토로 이어졌다. 현재 미국은 내년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CRP측정에 관한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교수는 "보통 여러 연구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개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한 개의 연구의 결과를 근거로 국가 전체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놀랍다"며 영국은 계획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CRP는 바이오마커로써 관심은 필요하나 현재까지 기존의 위험지표를 뛰어넘는 인자는 아니다"고 결론내렸다.

한편 그는 LDL콜레스테롤을 어느 정도까지 낮춰야하는 해묵은 숙제에 대해서도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실질적으로 우려하는 사례가 많은것 같은데 서구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뗀뒤 "실질적으로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아주 많이 낮춰서 해가된다는 근거는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론적으로 지나치게 낮은 경우 뇌손상도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주 많이 낮췄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우 크기 때문이 가급적 최대한 낮추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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