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쓰나미·원자력 폭발…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 원자력 폭발로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일본이지만 평소 재난에 대한 철저한 훈련과 준비로 무서우리만치 침착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일본 대참사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재난대처와 함께 "재난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난은 가용자원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야기시키는 사건으로 정의되며, 자연재난, 인위재난, 특수재난으로 나뉜다. 일본의 경우 자연재난과 특수재난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재난의학의 선진국은 단연 일본이 꼽힌다. 잦은 지진으로 인해 교육과 훈련이 잘 진행되고 있고 정부차원 예산이나 정책적 지원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의료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재난의학에 대한 정책적 기반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임경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교수는 "재난으로 병원이 고립될 경우 일정기간 생활할 수 있도록 물·음식·가스를 갖추도록 하는 등의 재난중 의료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도 전혀 없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홍은석 대한재난의학회 학술이사(울산의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재난대처 시스템을 갖춘 일본도 이번 참사엔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러한 준비가 없었다면 지금은 국가 기능이 마비되는 혼돈을 겪고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재해시스템중 인명에 대한 대처부분이 전혀 없어 대형 재난시 아비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주장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7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재난의학도 큰 기대를 했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제도를 마련하는데 일조를 해왔던 곽 홍 전메릴랜드의대교수는 당시 "이 법은 내용은 좋은 데 응급센터운영기금이나 중증환자만 치료하는 센터 등 기준마련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복지부는 권역별, 지역별 응급센터를 지정하고 질환별센터 등을 설치하는 등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재난에 있어서의 의료부분은 여전히 낙제점이다.

재난 의료에 대한 총괄기능을 하는 곳은 복지부며, 이곳에서 업무를 위탁받은 곳은 지난 2001년 개소한 중앙응급의료센터다. 재난의료는 이곳을 중심으로 전국 16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가동되는 체계다. 따라서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현장응급소가 설치돼 사상자의 분류, 응급처치 및 의료기관으로 이송을 담당하게 되며, 관할보건소장이 책임자가 되어 운영전반에 대해 지휘감독하게 된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복지부·환경부·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 등도 제각각 매뉴얼이 있는 관계 등으로 인해 현장통제가 효과적이지 못하고, 의료진의 현장 지원체계 미비, 환자분배와 임무부여 등을 담은 매뉴얼 부재, 유관기관간의 협조미흡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재난의학전문의들은 따라서 국가가 재해병원을 지정 지원에 나서야 하며, 가칭 국가재난의료센터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난의료센터와 관련 서길준 재난의학회회장(서울의대 응급의학과)은 중증외상센터와 연계,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재부가 중증외상센터 건립을 두고 경제적 타당성으로 보는 것에 대한 반박논리이기도한 이 센터는 평상시 중증외상센터로 운영하다가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외상센터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는 곧 시도전국조직망을 구성하게 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구지하철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태안지역 대규모 오일유출, 연평도 포격사건 등 수없이 많은 재난을 경험했지만 이와 관련한 의료대책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해외의료 구호활동 "나홀로 병원" 안된다
일본의 재앙은 자연재해와 특수재난이 겹쳐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에따라 각국은 구호팀을 파견하고 경제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방방재청에서 구호팀을 파견보내고 성금을 모금중이다.

의료에 있어서도 해외 구호활동은 인도네시아나 아이티 등 재난이 있는 곳에 종교별, 단체, 병원별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활동들이 실효성없는 "천막진료"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지난해 해외재난 관련 의료진 파견은 효율적이고 시스템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재난의학회와 국회가 함께 토론회를 개최할 정도로 문제를 인식하고 제대로된 구호활동을 펼쳐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최근 여러 병원들이 일정 교육을 받고 검증된 의료 인력들을 중심으로 의료지원단 파견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개인이나 단체가 의료 봉사 지원을 떠났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재난의학회 서길준회장에 따르면 17일 현재 일본은 의료지원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5명으로 구성된 재난의료지원단(DMAT) 500팀이 현장에 파견중이지만 별다른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것. 이유는 환자를 구분하면 지원단이 필요한 긴급한 환자(적색), 몇시간내에 처치가 필요한 경우(황색)는 없는 대신 녹색(경증)과 사망(흑색)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료진 이동로가 막혀있고 아직도 지진이 진행되고 있으며, 방사선 위험도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요청이 온다면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재난의료지원팀(Disatser Medical Assitance Team)을 파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의협·병협·학회가 협의를 거쳐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서 회장의 주장이다.

서 회장은 "이제 해외재난 파견은 "국격의료"로 본다"며, "G20 개최국의 위상에 맞도록 장기적이고 효율적으로 가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이나 나홀로 병원에서의 해외 의료지원은 또하나의 천막진료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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