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의료법 12조" 또 좌절

의료인 면허신고제, 자율징계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복지위 전체회의를 무리없이 통과했다.
그러나 처벌공간을 응급실로 한정해 상정된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은 또다시 입법이 불투명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면허신고제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애주 의원)과 보건의료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의료법 개정안(양승조 의원), 진료실 의사 폭행 가중 처벌 관련 의료법 개정안(전현희 의원) 등 법안심사소위가 심사를 마친 68개 법률안을 가결했다.

의료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전체회의에서 논란이 되며 통과가 무산된 법안은 의료인 폭행 가중 처벌법이다.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은 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범위를 모든 진료실에서 응급실로 축소했으며 응급실에서 의료인에게 폭행·협박, 진료 방해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체회의에서 여야를 막론한 다수 의원들의 반대 의견으로 결국 보류, 본회의 행이 또다시 좌절됐다.

지난해 4월에도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전체회의에서 의결되지 못 하고 1년여간 국회에 계류 중에 있었는데 또다시 제동이 걸린 것.

한나라당 최경희 의원은 "응급의료법에서 이미 응급실 폭행·협박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의료법에 이를 다시 규정하는 것은 중복"이라며 "처벌 수위도 응급의료법과 모법인 의료법과 상이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도 "구태여 이 법(의료인 폭행 가중 처벌법)을 만들 필요가 있었는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법이 상충돼 법 집행에 혼란이 올 것"이라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법에서 처벌을 강화하려면 제한적이고 해석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해야 하는데 너무 허술하다"며 "의료종사자의 범위와 의료기관 점거행위의 모호해 환자를 보호하기는 커녕 정상보다 더 가혹하게 쉽게 처벌을 주는 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상진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응급의료법과 유사한 내용 때문에 자칫 법사위에서 처리가 지체되고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12조(의사 폭행 가중처벌 조항)는 따로 분리해서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해 4월 국회에서 심도있는 재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복지위는 의료법 12조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해 4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복지위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나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는 시기이다. 의료법 12조는 논란이 큰 만큼 폐기 가능성까지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의사 폭행 가중처벌 관련 내용이 의료법 개정안에서 제외되자 의료계는 이에 반박하며 원안대로 환원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공보의협의회(회장 기동훈)는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후퇴된 법안으로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방지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응급실로 장소를 제한하고 진료 중인 자로 그 대상을 제한할 게 아니라 진료환경 내 업무 중인 의료인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원안이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인 면허신고제 도입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 모두 이견이 없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 등 보건의료인은 최초 면허를 받은 후부터 3년마다 그 실태와 취업 상황 등을 복지부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하지 않은 의료인은 신고를 할 때까지 면허의 효력이 일시 정지된다.

또 보건의료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무리없이 통과됐다.

개정안에서는 의료인 단체 중앙위원회에 윤리위원회를 두고 의료인의 품위손상행위 및 보수교육 미이수 등에 대해 복지부에 자격정지처분을 요구할 수 있는 자율징계권을 부여토록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외에도 복지위는 의료기관·약국 개설자의 도매상 허가 및 2촌 이내의 친족간 의약품 거래를 금지하는 규정과 의약품안전정보관리 조직 설립 등의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 통과시켰다.

또 한약재의 생산·수입 및 한약제 제조·판매·입고 등 각 단계별로 정보를 등록하고 문제 발생시 원인규명 및 조치가 가능토록 한 한약재 및 한약 이력추적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공중이용시설, 국회·법원 등 공공기관, 어린이 청소년 이용시설 등을 "전체 금연 지역"으로 설정하고 담배 광고 횟수를 현행 60회에서 10회로 축소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진수희 장관은 "이번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인의 주기적인 신고가 가능해지고 보건의료단체의 자율징계권 확보로 자격정지 처분이 가능해져 국민 의료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약사법 개정으로 의약품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지고 의약품안전관리 조직의 근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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