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일명 ‘세브란스 병원 김 할머니 사건’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인정함으로써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사회적 화두를 던져줬다. 하지만 일단락되는 듯 했던 이 사건은 형식적으로는 마무리됐지만 유가족과 병원간의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난 해 김 할머니 유족이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기관지 내시경 검사가 쇼크와 출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인의 딸에게만 설명해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문제점을 알려줘야 한다’는 설명의무 원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병원의 잘못된 시술로 뇌손상이 일어났다는 유족측 주장에는 “다발성 골수종 때문에 대량 출혈이 생겼을 개연성이 인정되고 의료진이 치료 과정에서 과실을 저지른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올해 초 세브란스병원이 김 할머니 유족에게 진료비 8.600여 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내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만일 병원윤리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됐더라면 연명치료 중단 결정도 싸움 없이 순리대로 잘 마무리 됐을 것이고, 병원과 유족측이 소송이라는 극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작은 분쟁들도 대부분 병원윤리위원회를 통해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현실은 병원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이 많지 않고 또 설치된 병원도 1년에 한두 번 개최되는 것이 고작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형병원의 상황이 이 정도이니까 지방으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병원윤리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표준운영지침서를 만들고 더 나아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병원윤리위원회가 환자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위원회의 운영 및 심의에 관한 표준 규성, 운영 규정이 시점인 것이다. 현재 병원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개선점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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