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자율권, 환자 존엄사
"법적으로 보호" "지침서로 충분"

많은 의료인이 연명치료중단 등 병원에서의 혼란을 막는 첫걸음은 입법을 통한 문제해결이라고 여긴다. 대학병원의 한 전문의는 “미국은 신속재판이라고 해서 판사가 나와 몇 시간 안에 판결을 내려주기도 하고, 영국은 가정법원 안에 경험 많은 판사가 전화로 상담을 해서 결정을 내려주기도 한다고 들었다”라며 “입법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의료인을 보호하는 측면으로 법제화돼야 임상에서 서포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법제화 의견을 밝혔다.

18대 국회에서 신상진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각각 ‘존엄사법안’과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명치료 등과 관련된 임상현장에서 일어나는 윤리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한국의료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배현아 교수는 “법원이나 입법을 통한 해결보다는 공신력 있는 지침서를 실용화시키고, 개별 의료기관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들을 근거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상적이다”라고 입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울산의대 고윤석 교수도 병원윤리위원회 표준운영지침서 자문회의에서 법적인 지위를 주는 것에 반대했다.

병원윤리위원회의 중요한 기능은 주치의의 과중한 부담을 분담하고 어떤 경우에도 제한할 수 없는 의사의 양심의 결정을 보호하자는 것이라 강조했다.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이일학 교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법을 좋아한다. 법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병원윤리위원회는 서비스라 생각하는데, 서비스를 어떻게 법으로 요구할 수 있겠나”라고 법제화에 반대의견을 냈다.

이처럼 법제화에 대한 생각의 간극이 큰 만큼 ‘존엄사법안’과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 등이 법제화 되려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료계의 한 교수는 “법제화 과정에서 가톨릭이 자기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입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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