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r Imaging Day에서 간암 진단에 대한 강의들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암인데다가, 기존의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전형적인 형태의 암종보다 비전형적 암종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 알파태아단백(AFP) 수치에 비중을 두던 간암 진단의 패러다임은 비침습적 방법인 역동적 CT, MRI를 통한 영상진단으로 축이 옮겨온 상황에서 비전형적인 간암이 전형적인 간암과 비교적 근소한 비율 차이만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의 진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Liver Imaging Day에서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정민 교수는 "Atypical HCCs and HCC mimickers: How to make a diagnosis?"를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간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과 함께 비정형적인 간암 암종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 영상진단과 임상에서의 차이를 강조했다.
 
영상의학이 기술의 발전을 통해 높은 간암 진단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완전하진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최근 조영제들이 진단 민감도, 특이도를 높여주고 있고, 임상현장에서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관련 과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전형적인 간암 진단의 대안은 없는가.

이 교수는 우선 간암진단이 비침습적인 방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 가이드라인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기준은 간암세포의 크기, 알파태아단백(AFP), 조직검사, 그리고 영상의학적 진단이었지만, 최근의 영상의학 기술의 발달로 AFP, 조직 생검, 세포의 크기보다 영상의학적 진단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한 분야의 검사 소견만으로는 완전한 진단을 할 수가 없지만 민감도가 비교적 낮게 나타나는 AFP,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생검보다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은 영상의학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런 관심은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져 최근 영상진단에서 역동적 MRI가 큰 역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영상진단에서도 최근 역동적 MRI의 등장으로 기존에 활용되던 역동적 CT는 그 역할이 많이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역동적 CT의 경우 1차검사용으로 AFP와 종양크기 기준에 따라 부가적으로 진단에 활용됐지만 역동적 MRI가 역동적 CT보다 더 높은 성능으로 좋은 결과를 보이면서 주축이 역동적 MRI로 옮겨갔다는 것.
그렇지만 역동적 MRI가 뛰어나도 모든 간암 병변을 밝혀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이드라인과 진료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는, 소위 전형적인 병변 이외에 비전형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MRI를 사용하더라도 가이드라인·진료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는 전형적인 간병변은 총 56.4%로 비정형적인 병변이 43.6%가 남아있다"며 비전형적인 간암 비율이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MRI에서도 혈관에서 발현된 병변을 찾기 힘들고, 간암세포가 빠져나간(washout)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비전형적인 간암에는 조직학적 측면에서 조기간암의 병변, 경화성 간암, 육종 간암, 섬유층판 간암 등이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영상의학에서 비전형적인 간암 진단율을 높일 방법은 무엇인가. 이 교수는 MRI 조영제의 발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전 ECF 조영제가 최근 멀티핸스(Gd-BOPTA, Multihance), 프리모비스트(Gd-EOB-DTPA, Promovist) 등 간담도계 조영제로 바뀌면서 혈관근처 병변 등 비정형 간암 진단률을 끌어올렸다.
 
특히 프리모비스트의 경우 5mm~2cm 병변에 해당하는 조기검진에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여 한국, 일본, 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암에서도 그렇지만 간암의 경우 조기진단이 생존률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가치 역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싱가포르, 중국 등 간암 유병률이 높은 국가들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프리모비스트지만 만능은 아니다. 이 교수는 "간암 조기검진과 비정형 간암의 진단에 높은 효과를 보이는 프리모비스트지만 간암 외 간질환 검진에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간암외 병변에서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때는 T2를 통한 다른 영상이나 조직생검을 통해서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대부분 간 전문의들과 영상의학 전문의들이 높은 효과는 인정하고 있지만, 역동적 MRI를 활용한 암검진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기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직 비용대비효과(cost-effective) 연구는 시작 단계에 있을뿐더러 회귀분석이나 후향적 연구는 많지만 전향적(prospective) 연구는 거의 없다는 것.

그래도 역동적 MRI의 효과에 대해서는 2010년 APASL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간암의 영상학적 진단을 간암의 크기, AFP 수치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는데 각국 전문의들이 합의한 바 있다. 이처럼 간암의 진단기술과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강조하는 것은 간암의 위험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선 위험요소로 꼽히는 것은 B형·C형간염이다.

C형간염의 경우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지역에서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40대 이상에서 1% 정도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 B형간염도 꾸준한 백신접종사업을 통해 2.7%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비알코올성지방간(NASH)은 최근 새로운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간암유병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경우 MRI 검진을 통한 보험혜택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상발전과 함께 정책적인 발전을 위한 움직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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