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 성공 병원만 살아남는다
변화만이 살길이다. 3.변화가 기대되는 병원 -특성화

해적과 맞서 싸운 석해균 선장의 부상을 치료하고 있는 병원은 다름아닌 아주대병원이라는 사실이 세간의 큰 화제가 됐다. 그 이유는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위한 시스템과 센터를 갖춰놓고 다른 병원에는 없는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준비해온 병원의 강력한 특성화가 전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이와같이 규모의 경쟁 이후에는 특성화에 성공한 병원만이 결국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승부

실제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던 암 분야에서 후발주자라도 특정 분야에 집중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 유일의 여자의과대학병원을 모토로 여성암에 특화된 이화의료원의 성과에서 잘 나타났다. 2009년 3월 개원 초기보다 현재 3배이상 성장한 것이다.

개원 2주년을 앞둔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이 개원 이후 월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 올해 1월 여성암 수술 건수는 개원 초인 2009년 3월 대비 232% 늘어나 3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유방암·갑상선암센터의 암 수술 건수가 크게 늘어나 올해 1월 암 수술 건수는 2009년 3월 대비 354%나 늘어 4.5배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총 수입은 2009년 3월 대비 80% 신장했으며, 입원 환자 수도 112% 신장했다. 타 병원에서 암 진단 받은 환자의 전입도 2009년 3월 대비 150% 늘어 2.5배의 신장을 보였고, 지방 거주 여성암 환자 유입도 개원 후 크게 늘어나 서서울 지역 대표 병원 이미지를 뛰어 넘어 여성암 분야에서 전국 대표 병원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병원측은 해석했다. 암 분야 후발 병원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특정 분야에 전문화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라고 자신했다.

김승철 이대여성암전문병원장은"개원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안에 괄목할 만하게 성장하게 된 것은 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대비 차별화된 진료 시스템과 여성의 마음을 읽는 독특하고 편리한 진료 시설 및 서비스로 차별화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내원 환자를 분석한 결과 타인 추천 즉,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진료 경험 환자의 추천과 신문, TV, 인터넷 등 매체 접촉으로 나타나 구전 효과와 홍보나 광고 등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화기센터로 또다른 강점

일부 병원들을 살펴본 결과, 특성화는 매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올해 특성화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병원들은 현재 가지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살리거나 환자군이 많은 곳, 또한 다른 병원이 하지 않은 곳 등으로 압출할 수 있다.

건국대병원은 다음달 초 소화기센터를 대대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이창홍 의료원장과 심찬섭 소화기병센터장의 야심작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외래 증축공사를 통해 한층 전체에 1300㎡(약 400평) 규모의 소화기센터가 확장 이전하는 것이다. 내시경센터, 소화기중재적시술실, 국제화상회의실 등의 진료시설과 카페테리아 등의 편의시설이 배치됨으로써 보다 편안하고 효율적인 진료환경을 갖추게 된다.

내시경 검사와 시술을 위한 시설과 장비를 대폭 확충함과 동시 전문클리닉 개념을 도입해 소화기 질환에 대한 전문 클리닉 진료를 개설한다. 이에 따라 내시경검사실이 10실로 늘어나고 기존 3개 침상의 회복실 공간을 대폭 확장해 16개 침상을 확보한다. 대기공간의 테라스 정원을 마련해 자연 채광을 확보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건국대병원 관계자는 "소화기센터가 다른 병원과는 규모나 시설면에서 차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대병원 이건욱 교수 영입 등 주목할 부분이 많으며 건국대병원만의 강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지역병원에서 전국병원으로

인하대병원은 한진그룹으로부터 무려 25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아 600병상을 증축하면서 특성화에 무게감을 둔다. 특성화센터 2~3개를 육성해 질적향상을 이루고자 한다는 복안으로, 특성화 전문 진료센터에는 경쟁우위 분야를 선정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통합 암센터, 통합 혈관센터를 신설하고 소화기센터, 폐암센터, 류마티즘센터 등에 집중하기로 정했다. 경증질환에서 중증질환으로 보다 무게감을 두어 전국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 국내 최초로 혈관 내 치료 교육센터(ETC, Endovascular Training Center)를 개소했다. 박승림 의료원장은 "급속히 발전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진료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의료기관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으며 연구와 교육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연장선"이라며 "혈관내 치료 교육센터를 바탕으로 혈관질환 관련 전문가들이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혈관내 치료 기술을 습득할 것"을 기대했다.

이밖에 내년 개원예정인 영종메디컬센터에는 공항에서 5분거리라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외국인 환자에 타깃을 맞춘다. 여기에도 외국인 환자 치료에 우위에 있는 피부 미용센터, 맞춤형 건강검진, 치아미백과 임플란트, 한방 및 통증 클리닉을 갖출 예정이다.

남들이 안하는 센터를 찾아라

동국대 경주병원은 양한방의 이점을 내세워 남들이 하지 않는 방향의 센터 육성을 시도한다. 경북도와 경주시, 동국대와 함께 양·한방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및 힐링(healing)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따른 것이다. 힐링센터는 내년까지 총 사업비 60억원(도비 20억원, 시비 20억원, 동국대 20억원)이 투입돼 동국대 경주병원 내 5층 규모로 건립된다.

센터에는 MRI 등 영상의학검사, 진단의학검사 시설을 비롯해 경락, 침, 부황 등 한방검사, 명상, 요가, 운동치료, 항스트레스, 힐링푸드 등 양방과 한방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이밖에 자생한방병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 웰빙센터에 골프클리닉 "더 제이(the J)"를 오픈했다. 한방치료를 통해 척추와 골반을 바르게 정렬시킨 뒤 개개인의 체형에 맞는 운동치료와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했던 여민선을 비롯해 박미정, 고아라 등 프로 출신 강사들이 1대 1 골프 레슨도 해 주는 클리닉으로 의료계에서 화제가 됐다.

많은 병원들이 언제나 변화를 꿈꾸며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사실 피곤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금 변화를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제자리에 머물 때 다른 병원들은 이미 뛰고 있고, 혹여 뛰고 있더라도 다른 병원들은 날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두고 10년, 20년 뒤 병원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