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 계층별 원인파악 예방대책 수립에 활용

▲심리부검을 말하다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은 언뜻 듣고 의미를 이해할 만큼 친숙한 단어는 아니다. 이 낯선 용어는 자살자의 사망 전 일정기간 동안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상태를 주변인들의 진술에 의해 수집한 정보로 재구성하여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이를 통한 자살의 연령별, 계층별 특성과 원인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신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부검이라면 심리부검은 자살에 이르게 한 마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부검은 1934년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1934년에서 40년 사이에 뉴욕시 경찰 93명이 연속적으로 자살하면서 그 원인 조사를 위한 전문가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최초의 현대적 의미의 심리 부검 연구를 시도한 워싱턴 대학의 Eli Robins 연구팀이 1년 간 134건의 지역 내 자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조작적 기준 제정, 표준화된 면담기법을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기행으로 유명한 백만장자 하워드 휴즈 사망 시 그의 정신 상태 감정을 위해 심리부검이 시도되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시행하는 자살예방 대책 연구인 START(Suicide Trends in At-Risk Territories) 또한 심리부검 절차를 포함해 그 결과를 각 나라의 문화, 사회, 정치, 종교, 경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특화된 예방 대책 수립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심리부검을 통한 자살률 제어
 
이미 미국, 캐나다, 호주, 서유럽· 북유럽 등에서는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심리부검이 진행되고 있고 한국과 사회적 현상이 비슷한 나라인 일본 또한 자살자 발견 시 심리를 파악하는 절차를 반드시 시행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심리부검을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한 나라는 핀란드다. 10만 명당 자살률이 1990년 30.3명으로 OECD 가입국 중 1위를 기록한 핀란드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범국가적 자살예방 대책에 나서 핀란드에서 발생한 모든 자살사건을 철저히 조사 연구했다. 또한 자살한 사람의 주변인들을 통해 자살사건에 대한 정황과 스트레스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는 심리부검을 시행하여 1397건의 자살에 대한 보고서를 완성, 종합적인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결과 1996년~1998년까지 자살률이 15% 감소했고, 1990년 30.3명의 자살률이 2004년 20.4명으로 나타나 30% 감소하는 성과를 이뤘다. 심리부검에 자살유가족의 참여률이 83%에 이르는 등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국민들의 협조를 통해 자살을 예방한 긍정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자살 대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일본도 노인층의 자살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낮은 수치를 나타낸다. 노인들의 자살 예방 대책과 사후 예방에 투자한 결과다. 한국의 자살률이 연령이 높아질 수록 증가하여 60대 이상일 경우 급격히 증가하고 특히 80대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20대의 5배에 달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사안인 상태에서 정책과 민간의 협조를 통해 특정 연령대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