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본부 설립 건을 계기로 한국제약협회의 회무능력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제약협회는 정책결정 과정서 정부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업무적으로도 수동적 행보로 일관한다는 이유로 회원사들의 외면을 받아왔는데 이번 바이오제약본부 설립 건으로 또 한 번 질타를 받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오제약본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자료내용에서 돌연 "바이오제약 분야 발전가능성이 높은데 협회의 역할이 미흡했다"며 "이를 보강하기 위해 바이오제약본부를 설치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설된 바이오제약본부는 식약청 바이오생약국과 함께 바이오의약품 정책 및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창구 역할을 담당하며, 김연판 상근부회장 영입을 계기로 해당 사무조직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제약협회가 스스로 미흡함을 인정하고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바이오제약본부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건 다름 아닌 바이오의약품산업협회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정보를 확보하면서 부터다. 때문에 누가봐도 관련분야에서 입지 및 주도권을 뺏길 것을 우려한 미봉책으로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연구에 주력하는 제약사와 바이오사를 중심으로 오는 4월 바이오의약품산업협회가 공식 발족될 예정이다. 이 협회는 지난 2009년 식약청에서 주최한 바이오의약품 CEO포럼 이후 생물의약품 관련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생물의약품발전협의체"가 모태가 됐으며, 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 등을 전담하는 식약청 바이오생약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하는 기업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생명과학, SK케미칼, CJ제일제당 등 대기업 제약분야 계열사는 물론 녹십자, 셀트리온 등 벤처 및 상장기업을 아우르고 있어 예상 기업만 67개사으로 굵직하다. 초대 수장도 식약청 출신인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등 설립 준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 협회가 발족되면 향후 바이오의약품 및 바이오시밀러 관련 행정업무는 모두 이 협회가 관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지원, 용역사업, 각종세미나 자문 등 행정적 지원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제약협회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바이오제약본부는 새로운 협회발족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나온 액션인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다수의 회원사 관계자들은 협회의 무능력함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 제약협회 회원사 관계자는 "이번 일은 바이오의약품산업협회 발족에 따른 제약협회의 바이오제약본부 설립으로 끝날 문제가 아닌 협회의 전형적인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사 관계자는 "협회가 수동적이다 보니 미래에 대한 전망과 분석 등의 기능이 정체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면서 그는 바이오제약본부의 역할을 수행할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처럼 회원사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협회가 변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업계 한 임원은 ""협회의 기능적 부재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협회의 기능적 역할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바이오의약품산업협회가 만들어질 경우 제약협회의 바이오제약본부 설립은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행보에 동종협회들도 제약협회를 향한 변화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 협회 상무는 "회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할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협회의 위상강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신약개발조합, 바이오벤처협회, 바이오의약품산업협회, 의약품수출입협회 등 각 협회가 전문성을 띄고 등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약협회는 전문기능역할이 부족한 것 같다"며 "문제는 구성원이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회원사들에게 득이 되는 협회로 거듭나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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