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안전성·가격·편의성 3박자 맞아야

항응고제 신약 2종(자렐토, 프라닥사)이 올해안으로 국내 시장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0년동안 사용해왔던 와파린 시장에 새로운 옵션이 나왔다는 점과 와파린의 단점이었던 용량조절과 출혈위험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해당 약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은 제품을 출시만 하면 자연스럽게 처방(스위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그 첫번째가 약가 협상이다. 시장에 나오기 위한 방법은 시판허가만 받으면 되지만 시장을 이끄는 이른바 포스트 와파린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약가협상 후 급여등재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절차가 녹록치 않다.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최소한 한 번 이상의 약가협상을 거쳐왔다.

특히 비교대상인 와파린이 너무 싸 제약사들이 어떤 가격을 제시할지가 관심사다. 현재 와파린 가격(보험약가)은 최저용량이 30원, 고용량이 72원으로 하루에 드는 최대 약값이 100원을 넘지 않는다. 여기에 보험이 적용되므로 환자들의 부담은 깃털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신약들은 2~3달러 수준. 우리돈으로 2000~3000원 범위내에서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은 약이 아닌 독으로 받아들일게 뻔하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을 예견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심평원의 한 관계자는 "과거 혁신성을 내걸며 당뇨약, 고혈압약, 골다공증 신약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효과, 적응증 한계, 부작용, 가격 등 여러가지 장벽에 부딪혀 수년 후에나 나오거나 아예 빛조차 보지 못한 사례가 많다"며 "벌써부터 힘겨루기를 예상하고 있다면 포스트 와파린 시대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충고했다.

약가가 해결됐다고 해서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진정한 포스트 와파린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신약들의 효과와 안전성을 꾸준히 검증해야하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승인을 앞두고 있는 두 제품의 예상 적응증은 대규모 글로벌 연구를 통해 입증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이다. 심방세동환자는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약 8만5000여명 수준. 지난 5년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국민병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 시장만 보면 크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반면 와파린은 심방세동외에 포괄적 정맥혈전증의 폐동맥색전증, 관상동맥폐색 등의 예방과 치료 등 영역이 넓다. 따라서 보다 넓은 와파린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를 통한 효과 입증이 필수적이다. 또 서브스터디를 통해 세부적으로도 에비던스를 확보해나가야한다.

나아가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신약을 반기면서도 맘놓고 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곧나올 두 종의 신약에서도 출혈위험성은 와파린을 뛰어넘지 못했다. 즉 출혈위험성은 똑같다는 얘기다.

세종병원의 한 전문의는 "언제 어디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신약은 양날의 칼과 같다"면서 "특히 항응고제의 경우 출혈 위험성이 존재하는데 이는 생명과 직결된 만큼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해결점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안전성 입증이다.

약가와 효과 및 안전성을 확보했다면 마지막으로 파는 일만 남았다. 즉 적극적인 프로모션 준비도 필요하다.

이번 신약은 각각 베링거인겔하임과 바이엘이 공급하는데 모두 와파린 시장에는 첫 진출이다. 따라서 튀는 홍보력과 발빠른 선점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아이디어가 없다면 과거 MSD가 DPP-4계열 당뇨병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을때 물불가리지 않고 주요 키닥터들과 언론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 같은 전투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 마케팅 이사는 "항응고 신약은 심·뇌혈관 질환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반세기만에 와파린 대체제가 나왔다는 점만으로도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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