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곳 소외이웃 섬김…내 삶의 "소박한 꿈"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강서미즈메디병원은 여성전문병원을 표방하며 지난 2000년 2월 문을 열었다.
"환자가 만족하는 병원·직원이 만족하는 병원·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을 설립이념으로 삼고 연구와 진료에 있어서 세계적인 여성전문병원을 지향하며 나아가고 있다.
강서미즈메디병원의 고영박 과장은 내과에서 진료를 보며 임산부를 포함한 여성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고 과장은 강서미즈메디병원이 개원 할 때부터 함께 해 왔다. 1999년 정년을 10년 남기고 대학을 떠났다. 열악한 상황에서 너무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이 힘들었기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후배의 소개로 강서미즈메디병원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 이면에는 강서미즈메디병원의 설립자인 고 노경병 박사의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장질환, 응급상황 판단이 중요

고영박 과장은 순환기내과를 맡고 있다.
그에게 보람과 기쁨이란 멀리 있지 않다. 평소 그저 열심히 환자들과 만나며 진료를 하다보면 절로 보람이 느껴진다. 특히 심장학 자체가 적성에 맞기에 더욱 그러하다.
서울의대생 일 때 만해도 심장학을 하는 사람은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전공의 시절, 지금처럼 심장초음파 기계가 있지도 않았으니 전공의 과정에서 관련된 것을 배운 적이 없음은 당연하다. 완벽한 설비는 꿈도 못 꿀 때였다. 그 당시 심장학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은 심장전문의가 심장병으로 갑자기 사망하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것에서 비롯됐다. 그만큼 심장의 중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게 됐던 것이다.
 
내과 전문의는 모든 파트를 공부한다. 펠로우할 때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순환기를 선택했다.
심장학은 어려운 것처럼 보이나, 해부학적으로 구조는 간단하다. 기능이 복잡하게 설명될 뿐이다. 때문에 이론적으로 복잡하게 느껴진다. 심전도를 공부하려면 기본적으로 물리학 분야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의대생으로 공부할 때는 어렵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외로 간단하기도 하다. 특히 심장은 오리지널 원발성 암이 없다. 아주 드물게 전이성이 있을 수는 있다. 심장질환은 필요한 것만 알면 치료법은 간단하다. 순환기 질환의 처방 약은 간단하면서 효과는 만점이다. 어떻게 보면 명의가 되기 쉬운 과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심장질환은 응급상황에 대한 판단을 잘 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매년 해외 의료봉사 다녀

고 과장은 10여 년 동안 매년 의료선교회에서 떠나는 의료봉사에 참여해 왔다.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연변 등에 다니며 아픈 이들을 치료했다. 재활센터에 의족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기독교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이다. 선교사들이 강제로 추방당하는 상황이라 남몰래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봉사활동은 이미 오래 전 시작됐다. "4H 클럽" 활동을 통해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섰던 시절이 있었다. 온실에서 화초를 키워 팔아 농촌 계몽운동에 나섰다.
 
지금도 시골마을에서 소박하게 진료하는 삶을 꿈꾼다. 소외된 환자 위해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의원을 운영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진료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환자에게 득보다 실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을 섬기며 지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가라시면 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품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도 의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집안에 의사가 세 명이니 노인요양병원에 대한 꿈도 꿀 수 있지요. 훗날 노인요양병원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도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능력에 맞는 자리에서 일해야
 
"대학병원이 아니라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천만에요. 의학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빨라 실시간 간격으로 새로운 정보가 밀려들어 오니 공부할 것이 너무나 많은 거예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오히려 운동을 못 가게 됐어요. 그래서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는 등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정도에서 만족하고 있지요. 이 역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 과장은 오랜 시간 동안 의사의 길을 걸어온 이로서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과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위의 환경을 탓하지 말고 선택한 자리에서 적응해야 한다.
그러러면 먼저 본인이 가진 능력에 맞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
만약 교수로서 자질이 없으면 과감하게 대학에서 나와야 하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과에 자리가 없어 분야를 바꾸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실제로 동료들 중에 심장전문의 자리가 없어 다른 과로 가는 것 보며 많이 아쉬웠던 적이 있다. 원하지 않는 자리에 있을 때, 일에 대한 즐거움 뿐만 아니라 의사로서 보람도 못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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