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논란 "불씨는 아직도…"
로봇수술 논란 "불씨는 아직도…"
  • 최홍미
  • 승인 2011.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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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5000례 달성 심포지엄 현장을 가보니…

"의료도 트렌드다. 신의료기술은 적응증을 확대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로봇수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박용원 원장의 말이다.
 
로봇수술의 적응증 확장 및 효용성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로봇수술 5000례 달성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용원 원장은 "로봇수술 효용성 논란이 제기된 것은 오히려 로봇수술의 재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본다"며 병원 측의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계 안팎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병원 측의 자축 퍼포먼스가 시의적절했느냐를 떠나 논란의 당사자 격이면서도 이에 대해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로봇 수술에 대한 장단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미래신성장동력 중 하나가 의료이고 중요한 것이 의료산업화, 메디칼투어리즘인데 뛰어난 의료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새로운 기자재나 시스템을 구축해서 세계로 나가야 하고 그 중 한분야가 로봇수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병원 비뇨기과 양승철 교수가 지적해 논란이 된 로봇수술의 무리한 적응증 확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박 원장은 "신의료기술의 적응증도 사회적 흐름에 따라 변한다"며 "이런 가운데 한국이 빨리 주도권을 잡고 시장별, 분야별로 적응증을 넓혀가기도 하고 좁혀가기도 하면서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내에 복강경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가 들어오면서 병원 간 과열경쟁이 초래, 미국처럼 우월성이 입증된 비뇨기과나 부인과 수술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지나치게 적응증을 확대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로봇수술의 장점만을 강조해 굳이 로봇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의 수술에도 로봇을 들이대는 "로봇 오남용"이 불거졌다는 것.
 
서울성모병원 외과 모 교수는 "비뇨기과 수술에서는 로봇수술이 기존의 고전적 수술이나 복강경수술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며 "그러나 지나치게 과도한 비용도 문제이고, 복강경이나 로봇 등 환자들의 옵션을 다양하게 해야 하는데 병원의 수익 때문에 로봇수술을 밀어붙히는 것이 오히려 옵션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모 교수도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의료기술을 빨리 도입해 좋은 성과를 많이 내놓아 우위에 서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사전 준비 없는 무리한 도입이나 수익을 보전하려 무분별하게 케이스를 늘리는 병원계의 밀어붙히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로봇수술이 고비용 수술이라는 점에서 경제논리에 의해 로봇수술을 환자에게 유도하거나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들에게 인센티브 등의 유인책을 주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실제 S대학병원의 경우 국립대병원임에도 로봇수술 건당 70만원의 인센티브를 집도의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전적 보상이 아니더라도 각 과마다 로봇수술 건수와 매출액을 집계하는 등 로봇수술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병원계에 팽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은) 인센티브는 없고 환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국산 로봇이 개발되면 비용은 절감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과 부인암 분야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될 정도로 표준화된 수술"이라며 의료보험에 대한 언급을 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양 교수가 로봇수술에 실패했기 때문에 로봇수술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등 내부갈등설까지 솔솔 보이고 있다. 양 교수가 로봇수술을 네 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다른 수술로 방향을 바꾸고 로봇수술에 대한 네가티브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제기된 문제점
의사 인센티브로 호객행위…오남용 불러
지나친 적응증 확대, 병원 과열경쟁 산물


  병원계 입장
환자가 시술 선택…고비용은 과제
적응증 확대로 신기술 시장 선점 나서야


심포지엄에 참석한 중국 베이징 PLA 병원 Changqing Gao 교수(흉부외과)도 "다빈치 수술에 대한 논란도 있고 의사들 중에도 비판적 시각이 있는 의사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부분 로봇수술을 한번도 해보지 않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모 교수는 "아웃라이어"라는 책 내용을 비유하면서 "조이스틱으로 조정하는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은 아무래도 영상과 장비에 익숙한 젊은 40대 의사들이 익숙하지 않겠느냐"며 "로봇수술은 고전적인 수술방법과는 다르기 때문에 게임문화를 접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감각 문제 등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더 가는 로봇팔이 나오는 등 기술이 발전된다면 수술술기 역시 비약적으로 향상될 뿐 아니라 다양한 수술방법을 제시할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번 세브란스병원의 로봇수술 5000례 기념심포지엄에서는 질환별 로봇수술 적용 사례와 케이스 소개 등만 있을 뿐 수술 시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는 없었다.
 홍보성 행사로 논란을 포장하기 보다는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투명하게 연구하고 밝히는 역할 역시 로봇수술 선도병원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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