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관리 시스템, 오남용 줄이는데 한몫
내성 추이·처방 실태 분석…내성 감소 시너지 효과 기대


페니실린 개발 직후 내성균 출현
 
최근 들어서 미생물의 항생제 내성 증가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은 약 70년 전 페니실린이 개발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직후부터 계속 있어왔던 자연적 현상이며, 내성균을 죽이기 위한 항생제가 개발되면 또 다시 이에 대한 내성균이 출현하고 확산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항생제 내성과 더불어 내성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의 개발이 둔화되면서 다제 내성균 감염의 치료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심각한 항생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즉, 의료인의 항생제를 보다 신중하게 잘 사용하려는 노력, 처방된 항생제를 일반 국민이 용법과 기간을 올바로 잘 지켜 복용하려는 노력, 의료인 및 국민 모두의 손위생 등의 개인위생 향상, 정부 보건당국의 현명한 항생제 내성 관리 정책, 언론의 올바른 대응, 신 항생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백신 개발 및 보급을 통한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대응 등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도 이 지면에서는 병원에서의 항생제 관리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병원 내 내성균 확산 심각
 

병원 환경은 지역사회에서와 달리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입원해있거나 통원 진료를 받고 있으며 밀집된 공간에서 많은 환자, 의료진 및 병원 직원, 간병인, 환자 보호자 등이 존재하며, 특히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 항생제를 투여받는 환자, 침습적인 시술이나 수술 등을 받은 환자들이 많아서 항생제 내성균의 보균자가 되기 쉽다.
 
따라서, 병원 내 환자에서 분리되는 세균의 항생제 내성은 지역사회에서 분리되는 세균의 항생제 내성에 비해서 대체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 내 세균의 항생제 내성 출현과 확산을 저지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고 내성균의 전파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항생제의 사용 관리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이용되어 왔는데 의료진 전체 또는 특정 임상진료과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항생제 사용에 대한 협의진료, 항생제 관리 위원회, 항생제 사용 지침, 병원 내 처방되는 항생제의 종류를 관리하는 병원약전 통제,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의 제한적 보고, 항생제 사용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 제한 항생제 시스템, 컴퓨터 기반 항생제 처방 전산 프로그램 사용 등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도 제한 항생제 시스템과 컴퓨터 기반 항생제 처방 전산 프로그램은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을 좀 더 제한하는 방법에 속하는데, 의사의 처방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하였지만, 항생제 내성이 너무나 심각해지고 있고, 하나 하나의 항생제 처방이 이러한 항생제 내성의 출현과 확산에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되고, 처방된 환자에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해당 병원,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까지 내성균의 확산으로 이어지게 하기 때문에, 처방을 제한하는 이러한 항생제 관리는 매우 필요하며 실제로 효과적인 항생제 관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제한 항균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한할 필요가 있는 항생제들을 미리 정해놓고 이 항생제들의 연속 처방을 위해서는 감염내과 또는 소아감염 전문의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제한 항생제의 관리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 관리를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이것이 항생제 처방을 하는데 있어 미리 개발해 놓은 항생제 처방을 돕는 컴퓨터 보조 전산 처방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입원 환자의 항생제 처방에 있어서 직접 항생제를 입력하여 처방하는 것은 차단하고, 항생제 처방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서 항생제 처방의 목적에 따라서 원인균이 증명되기 전까지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험적 치료, 원인균과 그 항생제 감수성 결과가 보고된 이후에 이를 토대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확정적 치료,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수술이나 시술 전에 예방 목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예방적 치료, 이 세 가지 분류를 선택하여 그 안에서 실제 항생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전산 프로그램 내에서 확인하며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고 적절한 용법으로 처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그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 시간 문제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아주 소수의 병원에서만 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의료원, 서울대병원, 일산 동국대병원, 한림대의료원에서 이러한 컴퓨터 기반 항생제 처방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여 이용하고 있으며, 몇몇 병원에서는 현재 개발 중에 있다.
 
삼성서울병원 항생제 관리시스템 도입
 
삼성서울병원에서는 1994년 개원 이래로 제한 항생제 시스템을 운용해왔고, 2002년부터 전산 처방 시스템을 통한 항생제 처방 전산 프로그램(자율적 이용)과 제한 항생제 시스템을 입원 환자의 항생제 처방에 적용해오다가, 2008년 5월부터는 새로 개발한 항생제 관리 시스템을 입원 환자 모두에 대해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되었다.
 
본 시스템은 항생제 처방 시스템(Samsung Antibiotic Prescription System, SAPS), 항생제 사용 평가 시스템(Samsung Antibiotic Use Evaluation System, SAUSES),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시스템(Samsung Antimicrobial Resistance Monitoring System)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생제 내성 추이와 병원 내 항생제 처방 실태를 신속하게 분석하여 항생제 사용 중재를 할 수 있는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이다.
 
경험적 및 확정적 치료와 예방적 항생제 투여 시 항생제 사용 원칙에 입각하여 국내 및 본원에서의 주요 세균의 항생제 내성 실태 등을 고려하여 감염 전문가가 권장하는 항생제를 본 프로그램을 통해 추천 받아 처방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데이터웨어하우스를 이용한 전산 프로그램이 연계되어 항생제 사용 실태와 주요 세균의 항생제 내성 실태를 실시간으로 진료과별, 병동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조사 및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를 진료과에 피드백하고, 이를 토대로 항균제 관리 위원회에서 병원에서의 항생제 관리 정책을 수립 및 변경하고 이를 항생제 처방 시스템에 반영함으로써 병원에서의 항생제 사용 적정성을 개선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항생제 내성 감소에 기여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수술 포함된 진료과 항생제 사용밀도 감소 효과
 
실제로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재원연인원수별 항생제 사용밀도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기간에 비해 2008~2009년 기간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외과 계열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술 시 예방적 항균제 사용 평가의 대상 수술이 포함된 진료과에서 감소 효과가 두드러졌다.
 
항생제 분류 별로 보면 3세대 cephalosporin, 4세대 cephalosporin, cephamycin, aminoglycoside, carbapenem, metronidazole의 사용밀도가 감소한 반면, penicillins, 1세대 cephalosporin, glycopeptide의 사용밀도가 증가하였으며, 이는 항생제 내성 억제 측면에서 볼 때 어느 정도 바람직한 결과였지만 다제 내성균 감염 치료를 위한 carbapenem과 glycopeptide의 사용량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은 항생제 사용 관리의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세균의 항생제 내성률 추이에 있어서는 아직 감소 경향이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지속적인 항생제 사용 적정성 개선 노력과 함께 적극적인 감염관리가 이루어질 때 시너지 효과로 병원 내 항생제 내성 감소의 어려운 목표를 이루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항생제 내성 확산의 가속화로 더욱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삼성서울병원의 통합적 항생제 관리 시스템은 병원에서의 항생제 관리의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며, 항생제 사용 적정성 개선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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