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기업수요 중심 상업화 지원이 우선돼야"

2010년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통계조사자료에 의하면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중심 주요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지난 1987년 물질특허제도 도입과 발맞추어 본격적인 신약연구개발 활동과 투자를 통해 혁신활동을 전개한 결과 글로벌신약은 아직 개발하지 못했지만 자체 신약개발에 성공했으며, 다국적 제약기업에 기술 수출을 하고 있다.

 실질적 이윤 대비 연구개발 비용 높아

국내 신약개발을 주도하면서 제약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주요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표면적으로는 다국적 제약사들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이나, 매출수익률과 비교해 분석한 경우에는 매출수익의 70%가량을 투자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실질적인 이윤 대비 연구개발 투자는 다국적 제약사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1987년 이후로 매년 순이익의 70~90%, 매출액 대비 6.2~6.6%를 신약개발에 투자해 오고 있다.

제약사들 신규 구조화합물 연구 집중할 듯

주요 혁신형 제약기업들의 현재 주력 연구개발 분야는 신약, 제네릭, 개량신약, 생물의약품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나, 향후 주력 연구개발 분야는 신약, 개량신약, 생물의약품, 제네릭 순으로 나타나 현재의 주력 연구개발 분야와 비교할 때 제네릭이 최후 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별 핵심주력 분야를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현재와 향후에도 신규 구조화합물(화합물신약)의 연구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규 또는 서열변형 단백질(바이오신약)과 신규 천연물 조성성분(천연물신약)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그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량신약개발 분야에서는 현재와 향후에도 제제 개선과 제형변경, 신규복합 분야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바이오의약품개발의 경우에는 현재 생물학적 제제 등 세부 분야별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으나, 향후에는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세포배양의약품에 대한 비중을 점차 높여갈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산업 내수중심으로 발전해 시장 정체

그러나 국내 제약산업은 이러한 혁신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난 60년간 다른 산업이 대내외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글로벌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내수 중심으로만 발전해 왔기 때문에 시장규모가 정체 상태에 있고, 상위 제약사들의 순위도 큰 변동이 없다.

따라서 다양한 환경변화(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GMP기준 선진화 추진, 비윤리적 영업 관행 금지 등)에 따른 제약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해외 진출 경쟁력 확보 필요성과 선진 의료보장제도 구축을 앞당기기 위한 미래 국가 전략산업으로의 육성의 시급함이 날로 더해 가고 있다.

반면에 국내의 제한된 신약개발 자원을 가지고 힘들게 축적한 그동안의 많은 연구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에 대한 지원을 대폭적으로 늘린다거나 신약후보물질의 파이프라인 구축 등 혁신적인 투자에 피와 땀을 쏟아 온 신약연구개발 중심 혁신형 제약기업을 위해 신약연구개발 전주기에 걸쳐서 재투자 환경을 조성해 주는 정부의 노력은 충분하지 못했다.

국내 신약연구개발의 재투자 환경 조성 방안은 제약산업구조의 선진화 지원, 기업의 역량과 특성을 살린 전문화 지원,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참여 지원,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임상시험분야의 조세감면 확대 지원 등이 있다.

신약연구개발은 첨단 신기술 도입이 우선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존의 R&D 역량과의 연계, R&D 역량과 시스템의 조화로운 전환, 전주기 R&D 과정에 대한 생산적인 관리가 기술의 혁신성과 신규성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신약연구개발기술은 유전자들이 세포, 장기, 혹은 유기체 전체 수준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은 채 유전자 그 자체의 구조와 기능을 중심으로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방식을 지향해 왔으나 최근에는 시스템 수준의 구조와 기능을 주목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기술(BT)의 발전을 통해서 단백질 구조에 대한 이해는 풍부해졌으나 정작 실질적인 R&D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함으로써 기능에 대한 이해 없이 구조에 대한 분석에 집중한 것이 틀렸다는 사실이 신약후보물질의 감소추세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

기존의 후보물질 도출방식을 버리고 고속검색기술(HTS), 대규모 유전자 뱅크 등의 기술이 실제로 신약연구개발에 얼마나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검증도 안하고 낙관적인 예측만으로 신기술에 대한 투자 확장만 해 왔다.

최근에 BT, HT, BT·NT·IT 융·복합을 내세우며 범 부처별로 글로벌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무쪼록 정부는 뉴비티(New BT)의 도래와 함께 부상하고 있는 패션신약의 개발에 대한 관심이 첨단 신기술의 도입을 우선으로 하는 지원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구축된 신약개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신약개발 전주기에 대한 기업수요중심의 생산적인 상업화 지원을 우선하는 전략적인 신약연구개발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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