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제한된 의료지원 서비스…
빈곤층 "의료 사각지대" 부른다

매년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보건복지 분야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저소득층을 위해 복지급여 수급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 사회양극화, 낮은 경제성장,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저소득층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최저생계비 이하에 해당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기준이 일정 기준 이상에 해당되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 (비수급 빈곤층)을 103만 명으로 추정하였고, 강명순 국회의원은 그 추정치의 5배에 달하는 617만 명으로 추정하였다.
 
비수급 빈곤층 103만명 추정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수가 약 157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수와 비슷한 규모의 비수급 빈곤층이 사회안전망의 도움 없이 생계를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부양의무자의 대부분이 실제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여 부양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또는 폐지) 시 필요한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장애인 아들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부양 의무자였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부양의무자 기준 개정의 절박함의 한 예일 뿐이다.
 
저소득계층은 최저생계비 이하 또는 최저생계비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이들로 국민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라는 의료보장제도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 등으로 인해 과중한 치료비 부담이 발생하기 쉽다.
 
한 연구에 의하면 빈곤 가구는 비빈곤 가구에 비해 과중한 의료비 부담이 더 많이 발생하고, 이러한 부담은 가구의 빈곤을 더욱 심화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통해서도 부족한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민간부문에서 다양한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의료비 지원사업은 대부분 저소득층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필요에 비해 예산 규모는 크게 미흡한 수준이어서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과 지원한도가 크게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성인 암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4만1700명의 암환자를 위해 약 332억 원의 사업비를 계획하였는데, 이는 암환자 1인당 약 80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또한 의료비 지원의 지원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진료비가 많이 발생할수록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지며, 그 결과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자 하는 사업의 효과는 감소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소아 백혈병의 경우 지원금의 상한은 연간 2000만원으로 이를 초과하는 의료비는 아이들의 부모가 모두 부담해야만 한다.
 
보험료 6회 이상 체납땐 급여 정지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라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하면 보험급여가 정지되기 때문에 건강보험 보험료 장기체납자들은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올해 6월 기준 보험료 장기체납으로 급여가 제한된 세대는 93만 세대로, 이들 중 약 96%는 연소득 1,000 만원이하 인 생계형 체납자들이다.
 
체납된 보험료의 분할납부 등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의 급여를 다시 받을 수는 있지만, 이들의 낮은 경제적 부담 능력과 체납된 보험료 및 치료비로 인해 부담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현실적으로 크게 제한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이들도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다.
 
이들은 주민등록이 부활되기 전까지 공식적인 사회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없거나 제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해 주민등록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들 주민등록 말소자들이 "거주불명 등록자"로 일괄 전환되어 사회안전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계층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적절한 의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과중한 의료비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제공, 의료비 지원 등과 같은 후속조치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절차 간소화·지원제도 홍보 등 보완돼야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의 적절한 의료를 보장하기 위해 경제적인 지원과 함께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은 기존의 여러 지원제도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와 민간부문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의료비 지원사업은 신청자들 중 지원 자격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지원하기 때문에 사업 내용을 알고 신청해야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의 암환자 본인부담금 특례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암환자로 등록해야 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의료비 부담의 증가, 분절화 되고 복잡한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제한된 신청자만을 위한 의료비 지원 등,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과중한 의료비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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