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리프로그래밍 되면 인위적 유도 가능
역분화 가능성 발견 줄기세포 연구 중 가장 큰 수확

줄기세포가 신체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라는 것, 그래서 여러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이들을 재생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 어느덧 10여년이 되었다.
 
줄기세포는 수정란에서 유래하거나 성체조직에서 유래한 미성숙한 상태에서 점차 분화되어 백혈구, 근육세포, 신경세포와 같은 체세포로 점차 특화되도록 되어있고 이런 과정을 분화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역분화란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즉, 상식적으로는 미분화 상태의 세포가 분화되는 방향으로만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거꾸로 거슬러서도 갈 수 있단 이야기가 된다<그림 1>.
 
이런 놀라운 발견들은 이미 2000년대 초 신경줄기세포나 혈액줄기세포를 임신초기단계의 배반포에 주입하게 되면 그 세포가 원래의 세포와는 다른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소견들이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되면서부터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세포의 운명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줄기세포의 존재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줄기세포연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이 획득한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세포치료라는 실증적 성과보다도 오히려, 세포의 운명과 분화에 관해 인간이 몇 천년동안 믿고 있던 과학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전분화능 줄기세포도 역분화 가능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런 역분화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인가? 수십년간 과학계가 철저히 파헤치고자 했던 것은 서로 다른 세포들 사이에 과연 무엇이 세포를 서로 다르게 만드는 것인가의 문제였다. 생로병사의 원리 만큼이나 근본적인 문제였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히 얻어질 수 있었다.

즉, 각각의 특이적 세포에는 그 세포의 특성을 유지하게 만드는 특수한 유전자가 발현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혈액세포에는 혈액세포 특이적인 RNA가, 근육세포에는 근육세포 특이적인 RNA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한 유전자 발현조절은 세포의 핵안에서 염색체가 꽉 조인 부분에서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고, 느슨한 곳에서는 발현되게 허용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발휘할 지는 바로 염색체가 DNA의 어떤 부분을 조이고 어떤 부분을 풀어주는지에 달려있고, 이것은 바로 염색체의 모양에 관련되는 것이며, 이런 패턴이 변하는 것이 리프로그래밍이다. 즉 리프로그래밍이 되면 세포의 운명자체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줄기세포의 형태를 띤 염색체를 인위적으로 유도해 낼 수 있을까? 이미 분화된 체세포로부터 이러한 미분화된 줄기세포를 유도해 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의학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난 20년간 커다란 연구의 화두가 되어왔다.
 
그간의 많은 노력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그림 2에서와 같이 크게 4가지 형태의 세포리프로그래밍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즉, 돌리양 복제때 보았던 것 처럼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넣어 핵치환 시키면 거기서 돌리양과 같은 한 개체가 탄생할 수 있는 전분화능 줄기세포가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이고, 또는 이미 전분화능 줄기세포와 융합을 시키거나 체외배양을 하는 과정에서도 부분적인 리프로그래밍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의 가장 획기적인 연구는 2006년 일본의 S Yamanaka 교수가 체세포에 Oct-4, Sox-2, c-myc, Klf-4 4가지 유전자를 넣으면 역분화가 일어나 배아줄기세포와 흡사하게 미분화상태가 된다는 것을 밝힌 연구다.

이어서 2007년에는 이들 세포 중 생식세포로 분화도 가능한 전분화능 줄기세포로도 역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기에 이르렀고 이들을 유도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라 부른다. 바로 이 연구로 인해 인류는 이미 분화된 체세포를 통해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차이가 없는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iPS, 윤리적 문제 없지만 불안전성 남아 있어
 
이러한 유도역분화줄기세포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 3을 관찰해 보자.
 
불과 몇 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 했던 체세포 복제연구를 기억할 것이다. 전분화능을 가진 배아줄기세포는 대개 환자와 유전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분화된 세포를 이식할 경우 이들이 곧 면역거부반응에 의해 제거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환자의 유전형과 동일한 유전형을 가진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기증받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이른바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경험된 바와 같이 그 과정에 수많은 윤리적 문제가 따르는 데다, 몇 천개를 대상으로 시도 해도 인간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성공한 예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런 모든 문제가 유도역분화줄기세포에서는 말끔히 해결되고 있다.
 
단지 소수의 피부절편조각만 가지고도 그 체세포들을 이용해서 역분화하면 이미 환자자신과 유전형이 똑같은 훌륭한 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윤리적 저항도 문제가 되지 않고, 성공률도 높아서 거의 대부분의 실험실에서도 이러한 iPS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이렇듯 환자와 유전형이 일치하는 줄기세포를 얻는 문제를 너무도 간단히 훌륭하게 해결했기에 유도역분화줄기세포가 가지게 되는 사회적 파급효과와 과학적 기여는 금세기 가장 커다란 진보중 하나로 꼽힐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iPS라 할지라도 갈 길은 멀다.
 
왜냐하면 iPS 역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teratoma와 같은 암을 형성하는 문제라든지, 유전적 불안전성의 문제, 특정세포로 순도높게 분화를 유도하는 문제등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남은 문제들은 과거 복제연구를 통해 제시되었던 난관들에 비하면 훨씬 더 인간의 노력을 통해 해결해 볼 수 있는 난관들이기에 역분화연구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정열이 식을 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