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순환기내과 영역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가장 주목받은 이슈는 와파린 이후 60여년만에 등장한 심방세동 환자의 새로운 뇌졸중 예방약물들이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현재 여러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심장학회(ESC)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ACCORD BP 연구는 강도높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당뇨병 환자 등 고위험군일지라도 혈압을 120 mmHg 이하로 공격적으로 낮출시 혜택에 차이가 없다는 기존의 상식을 뒤짚는 내용이었다. 이후 가을쯤 발표예정이었던 JNC 8 가이드라인의 발표가 내년으로 연기되기도 했다.

올해는 LDL-C 조절만으로는 심혈관사망 감소 정도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HDL-C가 유난히 강조된 해이기도 하다. 오랜 임상적 경험을 가진 나이아신이 부작용을 개선해 출시됐고, HDL-C 조절약물로 개발중인 아나세트라핍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근거를 확보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임상의들이 뚜렷한 약물적 치료방법이 없던 이 영역에 다시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항혈소판제 클로피도그렐의 유전자형에 따른 효과 차이에 대한 연구발표도 파장을 일으킨 이슈였다. 아직까지 연구마다 결과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기에 임상적 액션을 취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맞춤의학이 강조되는 시대에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밖에 중성지방 감소를 위한 보조치료제 및 심근경색 2차예방 약물로 등장한 오메가-3의 역할에 의문을 품는 연구들이 대거 발표됐다. 국내에도 몇년전 처방약물이 출시돼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벌인 바 있지만 전문가들은 "단지 영양제일뿐"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주요 이슈들을 소개한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뇌졸중의 중요원인중 하나는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 환자가 항혈전요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100인년당 뇌졸중 발생률은 CHADS2 척도가 1점 증가시마다 1.5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JAMA 2001;285:2864). CHADS2는 부정맥 환자의 뇌졸중 위험의 대표적인 예측지표로 울혈성 심부전, 혈압 140/90 mmHg 이상, 75세 이상, 당뇨병, 뇌졸중·일과성 뇌허혈(TIA) 기왕력을 위험인자로 간주한다.

수십년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혈전방지제로 와파린이 사용되어 왔다. 와피린은 출혈을 일으키는 기전을 이용해 살서제로 개발된 후 1954년 이후부터는 사람에 대한 항응혈제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유용하고 유일한 약물인 반면, 유효혈중농도와 독성농도의 차이가 좁고, 과량 복용시 출혈 위험이 있는 불완전한 약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제약사들은 대체제 개발에 주목해 왔다. 최근 몇가지 새로운 항혈전제들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혈전 치료와 뇌졸중 예방에 혁신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상승하고 있다. 새로운 항혈전제들은 와파린보다 효과적이면서도 모니터링 필요성은 감소시켰다.

지난 10월 FDA는 이 중 첫 제품인 베링거인겔하임의 다비가트란(제품명 프라닥사)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혈전예방약으로 승인했다. 다비가트란은 뇌졸중 예방에 와파린보다 뛰어나면서 출혈, 특히 뇌내출혈 위험에 있어 더 안전했다는 RELY 연구가 작년에 발표된 바 있다.

바이엘의 리바록사반(제품명 자렐토)은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ROCKET AF 연구에서 와파린과 동등성을 입증했다. 개발 마무리 단계인 또다른 항혈전제 아픽사반의 ARISTOLE은 와파린과 효능을 비교한 3상연구로 결과가 좋아 내년 1월부터 조기 종료 프로세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면 아픽사반의 또다른 3상연구인 APPRAISE-2 연구는 지난 11월 출혈 위험때문에 조기종료됐다. 연구는 관상동맥질환자를 대상으로 급성 허혈성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 심혈관사망 3개 종료점의 예방효과를 평가하고자 했다. 두 연구에서 아픽사반의 투여용량은 동일했다.


▶HDL-C 관리에 다시금 주목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최근 이상지질혈증의 다각적인 접근법이 강조되고 있다. LDL-C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주요 치료 목표로 간주되고 있지만, 강력하게 LDL-C를 조절함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질환 발생 감소는 20~40%에 그치기에 HDL-C와 중성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HDL-C 조절을 위한 처방은 금연, 운동, 비만관리가 최선이었으나 처음 의지대로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약물치료로 접근해 보고자 화이자에서 토세트라핍을 개발했으나 3상연구에서 실패했다. 그밖에 HDL-C를 높이는 약물로는 나이아신, 이제티마이브, 피브레이트 등이 소개되어 있지만 나이아신은 홍조로 인해 사용이 제한되고, 피브레이트는 ACCORD LIPID 연구에서 기대보다 HDL-C를 올리지 못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나이아신의 홍조 부작용을 1/20로 줄인 복합제 트리답티브가 출시되면서 의료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 2만5000여명의 고위험 죽상동맥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심바스타틴 또는 이제티마이브·심바스타틴에 서방형 나이아신 2g과 라로피프란트를 추가하여 주요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관찰하는 HPS2-THRIVE 연구가 진행중에 있다. 2013년에 완료되면 나이아신의 효용성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군의 혈압관리 목표점 어디에?

올해 ESC를 뜨겁게 달군 ACCORD BP 연구는 심혈관 고위험군에서 과도한 혈압관리가 불필요함을 보여주며, 미약한 효과를 위해 의료비용을 낭비하는 것을 경계했다. 당뇨병은 심혈관질환, 심장마비, 뇌졸중의 고위험 인자이기에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을 적극적으로 낮출 경우 혜택이 높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ACCORD BP 연구는 심혈관 고위험군의 관리에 있어 "낮을수록 좋다"는 인식의 패러다임을 깼다. 확장기혈압 70 mmHg 이하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J Curve Phenomenon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로서 고콜레스테롤혈증, 심혈관질환, 심혈관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목표혈압을 120 mmHg 이하로 조절시 140 mmHg 이하 조절군에 비해 비치명적 심근경색 및 심혈관사망 예방에 우위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120 mmHg군에서 저혈압, 저칼륨혈증, GFR 감소 등 부작용 발생이 유의하게 높았다.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JNC(Joint National Committee) 7 가이드라인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 mmHg,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는 140 mmHg를 권고하고 있지만 130 mmHg 기준에 대한 RCT 기반 근거가 없기에 ACCORD BP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보훈병원의 Cushman 박사는 낮을수록 좋다는 개념을 뒤짚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40 mmHg를 혈압조절의 목표점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JNC 8 가이드라인은 올 겨울 발표예정이었으나 내년 가을로 미루어졌다.

한편 연구결과를 통해 조기치료와 개별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ACCORD 연구는 당뇨병 이환기간이 평균 10년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는 당뇨병 진단 후 오래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셈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뒷북치는 식의 강력한 치료는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 연구이기도 하다"고 논평했다.


▶클로피도그렐 약물유전체학 논란

FDA는 지난 3월 CYP2C19*2 유전자 다형성이 있는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의 약효가 낮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자별 맞춤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클로피도그렐이 CYP2C19 유전자 다형성을 지닌 환자에서 효과가 낮아진다는 내용은 어느정도 합의가 이뤄졌다. 그렇다면 임상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임종윤 회장은 "이론적 타당성은 있으나 연구마다 제각각이므로 임상에 적용하기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움말
임종윤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대한심장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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