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호흡기질환의 근거중심 치료방법의 제시
- 결핵, 천식, COPD 국내 임상진료지침, 초안 발표

2010년은 국내 호흡기질환의 근거 중심 의학이 기틀을 잡는 시간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결핵·COPD 연구회, 한국천식및알레르기협회는 각각 관련 유관기관과 함께 임상진료지침 또는 이에 대한 초안을 발표했다. 특히 이 임상진료지침들과 초안들이 학계의 의견을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1차 의료기관에서 실제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 학계가 발표한 임상진료지침들은 근거에 입각한 최신지견과 전문가들의 논의 결과를 담았음에도 정부기관과의 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타당성 평가, 개원의의 교육에 이르기까지 실제 임상현장에 적용되기까지 넘어야할 과제들이 많았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발표된 호흡기질환 임상진료치짐들은 정부기관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임상진료지침 발표 이전 개원의들과 논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실제적인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올해 호흡기질환 임상진료지침의 물꼬를 튼 것은 천식이었다. 한국천식및알레르기협회는 지난 10월 25일 개원 의사들의 전자 차트 프로그램인 의사랑에 연동된 천식치료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2006년도 EAM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가 참여해 7년동안 만든 "EAM(Easy Asthma Management)"의 개정판으로 2009년 GINA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더했고, 과거 CD와 전자자트 프로그램에서 연동되지 않던 부분을 보완해 실제 진료현장에서 사용하는데 편의도를 높였다. 이번 개정판은 과거 낮은 가이드라인·프로그램 보급율의 문제점을 개선했고, 프로그램에 익숙해 진다면 천식환자의 관리와 함께 업무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임상현장에서의 의사결정과 함께 약물처방 행태를 사용자 별로 설정할 수 있어 1차 의료기관인 개원의들이 지속적으로 천식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학회에서도 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병원별·학처별 전자 차트 프로그램이 통일되지 않은 부분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OCED 국가 중 유일하게 유병률 증가 추세를 보이며 오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결핵도 정부차원에서 유병률 감소를 위해 운동본부 설치하고 캠페인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질병관리본부는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결핵연구회와 함께 임상진료지침을 발표했다. 대한감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결핵 임상진료지침 사업에 대한 세션이 배정됐을 만큼 결핵 임상진료지침에는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감염학회를 비롯 대한소아과학회, 대한류마티스학회, 대한소화기내과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유관 학회들이 모두 참가해 다양한 방향에서 결핵 관리에 나서게 된다. 아직 초안만 나와있는 상태로 유관기관 및 단체들과의 논의를 통해 내년 2월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호흡기질환 임상진료지침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다. 올해 "폐의 날"에서도 작년에 이어 COPD의 심각성과 진단, 예방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을만큼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COPD에 대한 인식 환기와 함께 근거 기반 치료환경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OPD 임상진료지침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COPD 연구회와 만성기도폐쇄성폐질환 임상연구센터(센터장 이상도)이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심평원,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의견을 조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차적으로 COPD 관련 학계의 의견은 통일된 상태로, 개원의들과 2차적으로 현실적인 적용방안에 대한 논의만 남겨두고 있다. 의사들 개별적으로는 임상진료지침 내용을 공유하고 피드백도 받은 상태여서 큰 이견없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안의 발표는 내년 1월로 계획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5가지 주제로 COPD 호흡재활치료, 호흡기장애판정, COPD 예방접종, COPD 조기진단 및 금연, COPD stage Ⅱ 혼합제효과다.

서울아산병원 만성기도폐질환 임상연구센터 오연목 교수는 임상진료지침 제작과정에서 현실적용을 위해서는 현장의 난점들을 직접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폐기능검사의 경우 COPD 진단에 있어서 효과와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고 어느 정도 수가도 뒷받침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시행하는 개원의가 많지 않다는 것은 단순히 수가문제가 새로운 권고안 활성화의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의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으로 COPD의 인식율을 높이기 위해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기회가 될 때 마다 강조하고 있지만 오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일반 환자들이 혈압, 혈당검사를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듯, COPD 역시 그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치료제나 예방접종 등 임상현장에서 처방하거나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는 것도 COPD 인식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일반적인 금연, 운동 등의 일반적인 생활습관 개선안 만으로는 환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폐기능검사 역시 유용성은 있지만 환자들의 노력과 괴로움을 수반해야 하는만큼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앞으로 10년안에 혈압, 혈당검사처럼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문화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사회 고령화와 맞물려 호흡기 기능이 약화되는 인구가 증가할수록 이런 전환이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을 앞당기고 증가할 환자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역 1차 의료기관에서 폐기능검사는 활성화 돼있지 않지만, 공공의료가 개입되는 영국의 경우는 높은 비율로 시행되고 있는만큼,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적절한 혼합비 도출이 필요하는 것이다. COPD 치료제가 평균적으로 3년 사용에 2.5%의 생존률 개선을 보일 정도로 유용성을 확보한 만큼 임상진료지침의 발표와 함께 적극적인 COPD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한편 COPD 연구회와 만성기도폐쇄성폐질환 임상연구센터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함께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내년에는 추가적인 주제로 임상진료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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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목 교수 · 서울아산병원 만성기도폐쇄성질환 임상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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